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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김지은의 Art & the City

마이애미 부동산업자의 예술 투자 예찬

  • 김지은 MBC 아나운서·‘예술가의 방’ 저자 artattack1@hanmail.net

마이애미 부동산업자의 예술 투자 예찬

마이애미 부동산업자의 예술 투자 예찬

‘창고’라 불리는 ‘마르걸리스 컬렉션’ 전시장 모습.

‘포브스’지가 선정한 가장 깨끗한 미국의 도시 뉴욕과 시카고에 이어 세 번째로 초고층 빌딩이 많은 곳, 각종 영화의 단골 촬영지이자 플로리다의 가장 유명한 해변.

이쯤 되면 대충 감을 잡으셨겠죠? 하지만 한 가지만 더 보태겠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아트페어가 열리는 곳, 바로 마이애미입니다.

스위스 아트 바젤의 자매라고 할 수 있는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Art Basel Miami Beach)가 올해로 7회째를 맞았는데요, 휴양지로는 비수기인 겨울철이지만 12월4일부터 7일까지 전 세계에서 온 250개가 넘는 갤러리와 5만명 이상의 방문객들로 마이애미는 북새통을 이뤘죠. 세계적인 경제불황으로 판매는 다소 주춤했다지만 도시 전체의 활기는 지난해와 다름없었습니다.

아트페어에 발맞춰 마이애미의 모든 갤러리와 미술관도 새로운 전시를 선보이는데요, 저는 ‘뉴욕의 겨울’에 잔뜩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야자수가 즐비한 거리를 지나 ‘마르걸리스 컬렉션(The Margulies Collection)’이 자리잡은 일명 ‘창고(the Warehouse)’로 향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몇 개의 창고를 터서 만든 이곳은 개인 컬렉터 마틴 마르걸리스(Martin Margulies) 씨가 대중에게 개방한 예술의 보물창고인데, 운 좋게도 그에게 직접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르걸리스 씨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소박한 인상이었지만 작품을 설명할 때는 어느 미술이론가도 따를 수 없는 해박함을 보여주는 사람이었습니다. 혹시 미술사를 전공한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는 경제학을 전공한 부동산 전문가였습니다. 그가 솔직하게 얘기하더군요.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건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조각을 설치해보면 어떨까, 이게 바로 제 컬렉팅의 시작이었습니다. 확실히 효과가 있더라고요. 나중에는 설치된 조각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그 지역을 찾는 경우까지 생겼고요. 그렇게 모으다 보니 조각이 3차원의 공간 안에서 사람들과 상호작용 하는 것에 관심이 생기더군요. 작품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우리의 몸도 작품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여야 하잖아요? 사람의 몸도 3차원의 공간 안에 존재하지 그림처럼 벽에 걸려 있지 않죠, 하하.

마이애미 부동산업자의 예술 투자 예찬

관객에게 직접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마르걸리스 씨.

저는 트렌드에 따라 작품을 모으지는 않습니다. 모으다 보니 컬렉션 안에 트렌드가 생긴 거죠. 작가들이 작품을 ‘무제’로 남겨놓는 이유를 아세요?

저는 작품의 의미를 계속 열어놓기 위한 거라고 봐요. 저도 대답을 주는 작품보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선호합니다. 드라마가 궁금증을 남기며 끝나야 다음 회를 기다리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죠. 당신의 반응을 계속해서 끌어내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더없이 좋은 교육입니다. 예술이 투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한 가장 좋은 투자는 바로 예술이라고 대답합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이끌어내기 때문이죠.”

그의 창고를 나서려는데 자원봉사자인 조안이 속삭이더군요.

“마르걸리스 씨는 좋은 작품을 미리 사두지만 절대 팔지 않는 걸로 유명해요. 그 때문에 아트딜러들이 속을 많이 태운대요. 하지만 그거 아세요? 그가 작품을 팔았을 때는 ‘Lotus House’를 세울 때 단 한 번뿐이었어요. 저처럼 오갈 데 없는 여성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쉼터인데, 이 창고의 입장료도 다 그곳의 운영기금으로 보태지죠. 다른 곳에서는 쉽게 채용되기 힘든 우리 같은 사람들(몸이 불편하거나 전과가 있거나 생활능력이 없는)을 멋진 전시공간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정말 고마운 일이죠.”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지역사회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항상 귀를 기울인다고 말하던 마르걸리스 씨. 더 나은 삶은 예술에서 비롯된다는 그의 철학이 실제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주간동아 2008.12.23 666호 (p78~79)

김지은 MBC 아나운서·‘예술가의 방’ 저자 artattack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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