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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뒤집는다고 역사가 바뀌나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손바닥 뒤집는다고 역사가 바뀌나

손바닥 뒤집는다고 역사가 바뀌나
염화미소(拈華微笑). 불교의 대표적인 화두로, 말을 하지 않고도 마음과 마음이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요즘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행태를 보면 정권의 눈빛만 봐도 척하니 그 마음을 아는 듯하다.

교과부가 전국 1만여 초·중·고 한국 현대사 교육 보조교재로 만든 영상물(DVD) ‘기적의 역사’가 편향 논란에 휩싸였다. 이 영상물에는 4·19혁명이 4·19데모로 폄훼되고, 1980년 광주항쟁과 87년 6월항쟁이 빠진 대신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이 담긴 ‘청계천의 어제와 오늘’이 들어 있다. 관련 단체의 비판이 뒤따르자 곧 교과부의 사과가 이어졌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독일 통일을 이룬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범인(凡人)은 경험에서 배우지만 나는 역사로부터 배운다”는 말을 남겼건만, 교과부는 자신의 경험에서조차 배우지 못하는 모양이다. 영국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의 “역사가 제공하는 교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역사에서 많은 교훈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이다”란 말에 더 가까울 터.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건대 정권이 교체되면 예외 없이 역사를 둘러싼 한바탕 굿판이 벌어졌다. 5년의 짧은 정권이 지난 60년의 역사를 건드리려다 보니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삐쳐나왔다. 노무현 정권에서 과거사위원회를 만들며 역사를 재단하려다 ‘좌편향’ 논쟁에 시달리더니 이제는 ‘우편향 교과서’ 논란이 튀어나온다.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지금도 ‘좌편향’ 논란의 표적이 된 금성교과서 채택을 두고 학교와 교사 간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교과부는 싸움을 말리기는커녕 한쪽 편에서 논란만 부채질하는 격이다.



4년 뒤 정권이 바뀌면 교과부는 또다시 역사교과서를 정권 눈치를 보며 바꿀 것인가. ‘공무원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비아냥이 괜스레 나온 것이 아니다. 역사(歷史)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역사(驛舍)가 아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주간동아 2008.12.23 666호 (p14~14)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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