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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가 만난 따뜻한 세상 ⑮

행복 질주 세상 속으로 ‘따르릉’

종로구 자전거 어머니 봉사회…장애우 자전거 강습 남다른 보람

  • 김은지 자유기고가 eunji8104@naver.com

행복 질주 세상 속으로 ‘따르릉’

행복 질주 세상 속으로 ‘따르릉’

커플 자전거를 함께 타며 배우는 것은 자전거 운전만이 아니다. 시각장애 학생들은 자전거를 통해 흙과 바람의 느낌, 운동의 즐거움까지 배우곤 한다.

“선생님, 우리 자전거 언제 또 배워요오~?” 서울맹학교 5학년 1반 학생들이 담임선생님에게 자꾸 물어본다. 지난 봄 자전거 수업시간에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본 후 줄곧 이 시간을 기다려온 것이다. 여름이 막 시작된 쾌청한 날씨의 월요일, 드디어 5학년 1반의 자전거 수업시간이 돌아왔다. 신이 난 학생들이 담임선생님과 함께 운동장으로 나온다.

운동장 살구나무 밑 그늘에 자전거를 가르쳐줄 선생님 ‘종로구 자전거 어머니 봉사회’ 회원들이 기다리고 있다. 회원들 옆에는 일반 자전거 외에 이인용 자전거 네 대도 세워져 있다. 흔히 유원지 같은 곳에서 연인들이 즐겨 타 ‘커플 자전거’라고 불리는 이 이인용 자전거는 뒷좌석에도 핸들과 페달이 달려 있다. 청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일반 자전거로,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이인용 자전거로 배운다.

“운동장이 이렇게 넓어요? 그냥 뛰기만 할 때는 몰랐는데….”(이○○ 학생)

특별한 하체운동 경험 “선생님 우리 더 타요”

운동장에 나온 학생들은 가볍게 몸을 푼다. 타이어에 바지가 끼여 다리를 다치지 않게 밑단도 접어올린다. 준비가 된 학생은 이인용 자전거의 뒷좌석에, 선생님은 앞좌석에 오른다. 신나게 페달을 돌리다 보면 자전거는 점점 빨리 달리고 시원한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린다. 금세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넘친다. 달리는 동안 운동장이 보이진 않지만 온몸으로 운동장을 느낀다. “여긴 진흙인가요? 아스팔트예요? 나무가 많아요?” 하고 자전거 선생님에게 물어본다.



“어, 저 팀이 추월했어요. 우리가 앞서가요!”(이○○ 학생)

더 빨리 달리고 싶은 마음에 신이 난 학생이 자전거 선생님에게 말한다. 그래 놓고 자전거 선생님이 숨차하는 걸 느꼈는지 금방 “선생님, 힘드시면 천천히 가세요”라고 한다. 이럴 땐 배려 많은 아이들의 심성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함께 자전거 타다 보면 아이들이 저마다 마음속의 고민을 털어놔요. 그럴 때 용기를 북돋아주고 보람을 느끼죠.”(봉사자 권문자 씨)

서○○ 학생은 입술을 앙다물고 부지런히 페달을 밟고 있다. 시력이 조금 남아 있는 서군은 이번에 열심히 연습해서 다음번엔 혼자 타는 법을 배울 각오다. 약간의 시력이라도 남아 있으면 혼자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먼저 오른발로 출발해서 정지하는 것, 5m 이상에 시선을 둘 것을 자전거 선생님들은 차분히 가르친다. 일어서서 페달 굴리기로 균형 잡는 법을 익힌 뒤 안장에 앉기, 왼발 만나기, 코너 돌기, S자 돌기를 차례로 배워간다. 결국 이렇게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혼자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

중간에 쉬어가면서 한 시간 동안 스무 바퀴 정도를 달린다. 뛸 수 없는 시각장애인 학생에게는 자전거 타기가 좋은 하체운동이 된다.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게 많은데 운동이 특히 그렇죠. 한 학기에 두 번이지만 이렇게 자전거 타기를 배울 수 있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요.”(5학년 1반 담임 이존택 선생님)

2007년 3월 ‘자전거 강습’이 처음 시작됐을 때는 많은 학부모들이 걱정을 했다. 혹시 다치지 않을까 싶어 자녀들한테 자전거를 못 타게 하는 부모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보고는 곧 안심하고 협조해주셨다고. 자전거 타는 걸 많이 두려워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렇지만 선생님과 함께 두 바퀴 정도 돌고 나면 두려워하는 마음은 사라지고 어느새 페달을 밟게 된다.

“처음 타보는 학생은 겁이 나서 안 탄다고 그러면서, 내릴 땐 재미있어서 안 내린다고 해요.(웃음)”(봉사자 서광연 씨)

올해로 창단 11년째를 맞은 종로구 자전거 어머니 봉사회의 창단 멤버이자, 회원들 중 최고령인 서광연(82) 씨는 오늘 노원구 월계동에서 자전거를 타고 서울맹학교로 왔다. 집에서 여기까지는 13km 거리지만 일부러 개천가로 오고 싶어 17km 코스를 택했다. 서씨는 예순에 결핵을 앓았는데 병원 다니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는 것보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운동하는 게 훨씬 건강에 좋을 것 같아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게 됐다. 항상 운동을 해서 그런지 서씨를 비롯해 회원 대부분이 굉장한 동안(童顔)이다. 많은 회원이 이미 예순을 넘은 나이라는 것이 믿기 힘들었다.

예순 넘은 회원들 몸도 마음도 ‘언제나 청춘’

행복 질주 세상 속으로 ‘따르릉’

자전거 수업 후 환하게 웃어 보이는 종로구 자전거 어머니 봉사회원들과 서울맹학교 학생들.

“저희 활동이요? 봉사 ‘주문’만 있으면 어디든 가요.(웃음)”(회원들)

매주 월요일 서울맹학교에 자전거 강습이 있고 화요일은 사직공원에서 중증장애인 자전거 강습이 있다. 또 월~금요일에 주부 자전거 강습도 하고 한 달에 한 번 구청에서 여는 알뜰장에 참여해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다. 때론 포도밭에 찾아가 포도껍질 벗기기를 도와주는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왕성하게 봉사활동을 하는 회원들이지만 한창 크는 아이들을 태우고 운동장을 스무 바퀴씩 도는 일은 녹록지 않다. 봄가을은 선선하고 좋지만 한여름 땡볕 아래서 두 시간 정도 자전거를 가르치는 건 힘이 든다. 덩치가 큰 학생이나 빨리 달리고 싶어하는 학생을 맡기 위해 종로구 생활체육협의회에서 나온 지원군들도 있다. 그들의 얼굴은 구릿빛을 너머 ‘흙빛’으로 타고 이마엔 땀이 송송 맺혀 있다.

“자전거 타기가 가장 좋은 유산소 운동이잖아요. 나도 운동되고 우리 아이들도 행복하게 해주는 자전거 수업에 많은 이들이 함께했으면 좋겠어요.”(종로구 생활체육협의회 지도자 정윤택 씨)

정윤택 씨는 생활체육을 전파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다른 무엇보다 이 수업을 우선으로 한다고.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자전거 강습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봉사에 참여하고 싶은 분은 전화를 주시거나 사직공원으로 오시면 돼요. 그보다 자전거를 배우고 싶은 분들은 더욱 환영합니다. 배우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종로구 자전거 어머니 봉사회 회장 구정미 씨)

한번 배우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자전거. 이렇게 행복을 나누는 마음도 한번 배우고 평생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문의 02-733-0523, 서울특별시 자원봉사센터 02-776-8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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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2008.07.15 644호 (p66~67)

김은지 자유기고가 eunji81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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