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INTERVIEW

“뉴타운 압박 커도 속도 조절 불가피”

취임 2주년 오세훈 서울시장 “오래 참고 시작한 구조조정 노조 측도 심적 동의할 것”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뉴타운 압박 커도 속도 조절 불가피”

“뉴타운 압박 커도 속도 조절 불가피”

임기의 반환점을 돈 오세훈 서울시장. 그는 “‘창의시정’의 성과가 나오면서 시정(市政)에 슬슬 재미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오세훈(47) 서울시장이 임기의 반환점을 돌고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년. ‘조용한 혁명’으로 불리는 ‘오세훈표 개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정책은 전임 시장인 이명박 대통령과는 결을 달리한다. 뉴타운, 문화도시 등에 대한 오 시장의 계획은 기성 정치인들의 생각과 방법도 거부한다.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다른 강단과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오 시장을 만나 지난 2년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남은 임기 2년, 오 시장은 또 어떤 계획으로 서울시를 변화시킬까.

“한강르네상스 많은 박수 받을 줄 알았는데…”

- 서울시장 2년, 어땠나.


“2년을 일주일처럼 지냈다. 일에 푹 빠져 살았다. 요즘은 준비했던 사업들이 성과를 내고 있어 슬슬 재미도 느낀다. 나는 기본적인 것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임기 내에 꼭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보다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체계 마련에 욕심을 낸다.”

- 모토인 ‘창의시정’은 잘되고 있나.



“처음엔 저항이 많았다. 공무원 특유의 시니컬한 분위기를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겉으로는 동의하면서도 속으로는 ‘사람 바뀌고 나니 뭔가 또 시작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분위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으로부터의 동의가 만들어져가고 있다. 물론 본능적인 거부감은 아직 거둬지지 않았다는 걸 안다. 이것(창의시정)을 서울시에 깊이 내재화하는 게 남은 2년의 과제다.”

- 오 시장이 추진하는 서울시 구조조정에 대해 공무원들의 반발이 심하다. 취지엔 동의하지만 과정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식인데….

“이해한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시행 과정에서 작은 부분에 소홀하면 전체가 엉망이 된다. 취임 직후부터 나름대로는 정치(精緻)하게 한다고 했는데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일부에 국한된 현상이다. 나는 취임 이후 6개월간 이 문제(인적 구조조정)를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이 조직들이 정말 방만하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됐다.”

- 산하 공기업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서울시 본청의 경우 문제가 없었다. 본청에 먼저 칼을 댄 뒤 산하 공기업에 ‘봤죠? 이제부터 산하단체도 합시다’라고 했다. 솔직히 서울메트로 같은 조직은 지나치게 방만하다. 역대 기관장들은 노조와 타협하는 방법으로 생존해왔는데 이젠 그것을 반성해야 할 시점이 됐다. 메트로를 기준으로 보면 자연감소 약 11%, 법령개정을 통한 감소분까지 감안하면 20%가량의 직원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나는 오래 참았다. 노조 측도 마음속으로는 내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고 믿는다.”

- ‘서울을 새롭게 디자인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서울시장 선거 당시엔 ‘환경시장’을 표방하지 않았나.

“특별한 계기가 있어 시정 모토를 바꾼 건 아니다. 환경은 내게 기본적인 것이고 내재화된 가치다. 그러나 문화나 디자인은 설명이 필요하다. 선거 당시에도 디자인, 문화에 대해 많은 준비를 했지만 얘기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도시경쟁력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디자인이라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취임 초기 제시했던 5개 핵심 프로젝트 중 첫째도 ‘경제문화도시 프로젝트’ 아닌가.”

- 그래서 요즘은 녹색 넥타이를 안 매나.(2006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오 시장은 ‘환경시장’을 표방하며 그 상징으로 녹색 넥타이를 매 화제를 불렀다.)

“오늘은 하고 왔는데….(웃음) 시정을 운영하면서 행정으로서의 환경과 환경운동가들이 주장하는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았다. ‘내가 선거기간에 환경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했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나는 ‘모든 가치에 앞서 환경이 고려돼야 한다’는 환경원리주의자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내가 선거에서 환경시장을 표방한 것이 오히려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다. 그러나 내 시정철학에는 ‘환경’이 역대 어느 서울시장보다 많이 녹아 있다고 자부한다.”

- 환경문제로 인해 ‘한강르네상스’ 사업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회복과 창조’다. 나는 사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박수 받을 줄 알았다. 그런데 환경단체들은 환경 회복까지는 동의하면서도 창조 부분에 대해선 반대한다. 어떻게 한강 같은 큰 강을 시민에게 돌려주면서 갈대밭과 모래밭만 만들 수 있나.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 시설도 필요하지 않은가. 반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환경원리주의자들과는 정책적으로 타협이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환경 이슈가 아닌 정치적인 것과 습관적으로 연대하는 환경단체들의 활동방식도 문제다. 나는 여기에 동의할 수 없다.”

“뉴타운 압박 커도 속도 조절 불가피”

철거되고 있는 동대문운동장. 서울시는 2010년 3월까지 이 자리(6만1600㎡)에 다목적 전시·컨벤션홀과 각종 디자인 산업 지원 시설을 갖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건설할 계획이다.

- 서울시를 바꾸는 데서 하드웨어적인 변화보다 소프트웨어 부문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대체 무슨 뜻인가.

“‘2년간 많은 일을 했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게 없다. 초조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이에 대한 논리로 쓰는 표현이다. 서울을 바꾸고 발전시키는 데는 소프트웨어적인 변화가 중요하다고 확신한다. ‘창의시정’이 왜 중요한가. 창의시정이 내재화돼 있지 않으면, 그것을 바탕에 두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어떤 스타일의 시장이 들어서더라도 청계천 같은 (하드웨어적인) 아이디어는 조직 내에서 나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게 바로 창의시정의 목표다.”

“장기전세주택 지속적 히트에 깜짝 놀랐다”

- 하드웨어적인 변화도 많았지 않나.


“디자인 하드웨어의 핵심인 남산녹지축과 한강르네상스가 좋은 예다. 그런데 처음에는 기자들도 반론과 비판 일색이었다. 동대문 사업은 말도 못했다. 모든 언론이 ‘네가 동대문운동장을 허물 수 있는지 두고 보자’는 식이었다. 기자들이 나보다 서울시에 대해 더 많은 걱정을 했다.(웃음)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내 정책 방향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뉴타운 압박 커도 속도 조절 불가피”

서울의 중심가인 광화문 일대가 사람 중심의 광장으로 바뀐다. 세종로 중앙에 폭 34m의 광장이 생겨 문화행사 공간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 부동산 얘기를 좀 해보자. 장기전세주택, 일명 시프트(Shift)는 누구 아이디어인가. 이젠 히트상품이 됐는데….

“반값 아파트 논쟁 덕분에 나온 아이디어였다. 내가 서울시에 들어온 지 3~4개월 됐을 때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반값 아파트 논쟁이 붙었다. 홍준표 의원에겐 미안하지만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아파트에 대한 집착은 병에 가깝다. 정부라면 그 병을 치유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거기에 편승해서 반값 아파트를 주겠다는 건 문제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반값 아파트는 사기성이 있다. 100원짜리 물건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에게 50원짜리 아파트를 50원에 주면서 반값이라고 한다면 그건 사기다. ‘어차피 가치를 못 줄 바에야 전세가 맞다’고 생각했다.”

이 대목에서 오 시장은 “자신의 어린 시절 환경이 (부동산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를 네 번이나 옮겨 다녔다. 이사 다니지 않고 학교를 졸업하는 게 어릴 적 꿈이었다. 그는 인터뷰 도중 ‘(부동산을 통한)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이미 서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 집에서 오래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 정말 서민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 시프트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성공을 예감했나.

“장기전세로 가면 히트를 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솔직히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SH공사에서 ‘전세보증금이 들어오고 이것이 재생산되기 때문에 아파트를 지어서 파는 것보다 오히려 낫다’는 진단을 내려 깜짝 놀랐다. 그렇게 해서 1만 가구가 3만3000가구까지 늘었다. 지금은 땅이 부족한 게 아쉬울 정도다.”

- 시프트가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역시 물량이 문제다. 양이 늘어가다 보면 질을 바꾸는 단계가 온다. 파리 같은 선진도시처럼 장기전세주택이 20~30% 이상 되면 주택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인식과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다. 서울의 뉴타운에 시프트를 섞어 넣고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이걸 도입한다면 주거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 뉴타운에 대해 물어보자. 요즘 이 문제로 이명박 대통령, 한나라당과 많이 싸웠는데….

“나랑 생각이 다른 부분은 당연히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긴 몰라도 이 대통령 본인도 뉴타운 사업을 너무 빨리 진행시켰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래에 대한 파급력이 큰 사업인 만큼 5~6개 지정해놓은 뒤 일정 기간을 두고 진행했어야 했다. 그래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그나마 25개 주거형 뉴타운의 진도가 서로 달라 나로서는 다행이다. 만약 동시에 진행됐다면 쉽지 않은 상황이 됐을 것이다. 뉴타운 신규 지정에 대한 압박이 있지만 속도 조절은 어쩔 수 없다.”

- 취임 초만 해도 (부동산의 경우) 수요가 많으면 공급으로 풀고, 일정 정도의 부동산값 상승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 아니었나.

“서울시장 선거 때 나는 ‘뉴타운이 50개가 돼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실제 해보니 다른 부분이 있더라. 두 달 전쯤 뉴타운 논쟁이 붙었을 때 (몇몇 정치인이) ‘뉴타운은 강북 땅값을 올리기 위한 사업이다’라고 말하던데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행정가의 책무는 모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 아닌가. 뉴타운이 언젠가는 50개가 될 수도 있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 하강기에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이미 제시한 조건만 갖춰진다면 남은 임기 중에도 뉴타운 지정 가능성은 있다.”

“맨유 후원은 광고효과 노린 것 … 긍정적으로 봐달라”

- 요즘은 수도권 규제완화를 많이 주장하던데….

“시도지사협의회나 청와대 국무회의에서도 얘기를 많이 했다. 우리나라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지난 10년간 5%였는데 같은 기간 서울의 경제성장률은 2.5%였다. 어느 나라든 수도가 국가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야 하는데, 서울은 경제성장을 견인하기는커녕 평균만 깎아먹고 있다. 문제는 모든 것을 막아놨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 기업 본사가 들어오려면 지방과밀부담금을 내야 한다. 첨단산업학과가 여기저기서 생겨나는데 서울에는 만들지도 못하고 이전도 안 된다. ‘균형발전’이라는 명목하에 서울의 손발을 다 묶어놓은 결과다.”

- 촛불집회 때문에 최근 욕을 많이 먹었는데, 억울하지 않은가.

“지난 2년간 나도 많이 변했다. 시장 취임 초기라면 (근거 없는 비판을 받으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거 싫으면 시장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정신건강에도 좋다.(웃음)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평소 쌓인 게 증폭된 것 아닌가. 미국산 쇠고기도 이유가 됐겠지만 공공기업 민영화, 한반도 대운하 등 그동안 쌓여온 것들이 바닥에 깔리면서 터진 것이다. 나의 부족함을 돌아볼 기회도 됐다. 어제도 많은 생각을 한 하루였다.”

- 어제라니, 혹시 상암경기장에서 쏟아진 야유 말인가.(6월15일 오 시장은 FC서울 친선경기에 시축과 축사를 하러 갔다가 FC서울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거액의 스폰서 계약을 추진한 게 이유였다.)

“살면서 처음 그런 일을 겪었다. 많은 축구팬들이 시 예산을 들여 외국 축구팀을 지원한다는 데 화가 난 것 같다. 하지만 맨유 경기에서 90초 동안 서울을 홍보하는 것은 정말 괜찮은 광고효과를 갖는다고 나는 믿는다. 5분만 설명해도 모두 알아들을 수 있는 문제인데 서울축구팬들은 본능적으로 싫은 것 같다. 저항이 거센 만큼 방법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서울시와 관련된 기업들의 후원을 받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화제의 만능전화 ‘120 다산콜센터’

163명 상담원 휴무 없이 서비스 … 시민 궁금증·답답함 말끔히


“뉴타운 압박 커도 속도 조절 불가피”

오세훈 서울시장이 ‘120 다산콜센터’에서 방송인 김미화 씨 등 서울시 홍보대사들과 함께 시민들의 상담을 받고 있다.

서울시에 슈퍼맨이 떴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어김없이 나타나는 ‘만능전화’가 화제다. 이름하여 ‘120 다산콜센터’(이하 120). 120은 오 시장이 가장 관심을 갖고 진행 중인 ‘창의시정’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현재 120에는 163명의 상담원이 휴무 없이 상담서비스를 하고 있다. 5월 한 달간 이용 시민이 170만명을 넘었을 정도로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전시행정, 중복투자 논란도 불거져 서울시를 압박하고 있지만 오 시장의 생각은 단호하다.

“119 같은 긴급전화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뉴욕의 ‘311’을 생각하면 된다. 서울시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으로 시작했다. 동숭동에 있는 와인바 위치부터 주말 영화관 안내까지 시민들의 궁금증과 답답함을 풀어준다는 게 ‘120’의 취지다.”

오 시장은 다산콜센터와 관련한 대화 도중 ‘감동’이란 단어를 8번이나 썼다. “시민에게 감동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는 것. 그의 의욕은 끝이 없어 보였다. “지금은 감동 사례를 만들어가는 단계다. 무조건 친절해야 한다는 목표는 달성됐고, 이젠 더 진전된 서비스로 나아가야 한다. 꼭 필요한 정보를 주는 서비스가 되도록 시민들에게 홍보할 생각이다.”

120으로 걸려오는 상담전화 중에는 황당한 것도 많다. 그러나 상담원들은 외면하지 않는다. “오늘 수산시장의 생선 상태는 어때요?”라는 주부의 문의부터 “노루와 고라니도 쓸개가 있느냐?”는 초등학생의 질문까지 내용도 가지가지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120에 상담을 신청하는 서울시민들의 문의 주제는 교통문제(25.4%), 수도 관련 문의(25%), 전시 및 공연 안내(3.4%)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동아 2008.07.01 642호 (p14~17)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8

제 1218호

2019.12.13

“긴 터널 빠져나오자 우울의 고장”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