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3

2008.04.29

삼성 의혹 99일 씨름 ‘면죄부 수사’ 불명예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08-04-21 15: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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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의혹 99일 씨름 ‘면죄부 수사’ 불명예
    4월 17일, 99일간의 삼성특검 수사가 마침표를 찍었다. 경영권 세습 과정에 그룹의 전략기획실이 조직적으로 개입했고, 전현직 임직원 명의의 금융계좌를 통해 관리된 거액의 자금이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으로 파악되는 등 일부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긴 했다. 그러나 특검 수사팀 안팎의 반응을 보면 특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한계를 더 깊이 확인할 수 있었다는 냉소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비자금의 성격과 ‘떡값’ 논란을 불러일으킨 정관계 로비 등 의혹은 삼성 전 법무팀장이라는 핵심 참고인이 존재했음에도 제대로 접근조차 하지 못해, 이번 특검 역시 ‘면죄부 수사’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 제기된 수사 책임론의 여파는 당분간 조준웅(68·사진) 특별검사 개인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일부 민감한 사안을 “의혹은 있으나 물증이 없고, 참고인의 진술이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식의 소극적인 결론으로 서둘러 정리한 것을 두고 특별검사로서의 자질론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가진 일문일답에서도 기자들은 조 특별검사를 겨냥한 듯 차명재산 4조5000억원의 성격을 삼성 측 주장대로 받아들인 점, 떡값 의혹을 받은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내정자에 대한 수사가 미진했던 점 등에 대해 쏘아붙였다. 이 자리에서 조 특별검사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기반한 특검 수사의 어려움과 한계를 인정하면서 위기를 피해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외부 압력이 아닌 조 특별검사 스스로 한계를 드러낸 측면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꼬리를 물고 있다. 여기서 언급한 한계는 특별검사로 선정될 당시 제기된 수사 능력 및 자질 문제와는 다르다.



    특검 수사팀 안팎에선 이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을 이례적으로 단독 면담한 일이나, 삼성의 로비가 주로 이뤄졌다는 안양 베네스트 골프장을 압수수색하자는 수사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 등이 꼬집어 지적된다. 조 특별검사 스스로 재벌에 아킬레스건을 드러내고 운신의 폭을 좁히지 않았느냐는 시각이다.

    99일간의 삼성 특검이 마무리된 뒤 특별검사 개인을 두고도 공과(功過)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례로 볼 때, 특별검사라는 타이틀이 개인의 발목을 잡은 경우는 드물다.

    거대 기업에 맞서 비로소 한계를 느낀 조 특별검사. 그러나 그는 99일 사이에 삼성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돼버렸다. 조 특별검사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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