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8

2008.03.25

안방극장 싱글 부모 눈길 잡거나 진부하거나

  •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입력2008-03-19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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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방극장 싱글 부모 눈길 잡거나 진부하거나

    유진이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아빠 셋 엄마 하나’는 정자 기증으로 인해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렸다.

    세태를 반영한 결과일까. 최근 안방극장에 싱글 부모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아침드라마부터 평일 오후 미니시리즈까지 다양한 시간대, 여러 장르를 통해 싱글 부모가 시청자를 찾는다. 싱글인 엄마, 아빠는 아이와의 교감은 물론 저마다 사랑까지 이루면서 미혼 남녀가 만드는 러브스토리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물한다.

    잘생긴 탤런트 오지호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KBS 2TV 월화극 ‘싱글파파는 열애 중’(극본 오상희, 연출 문보현)에서 홀로 아들을 키우는 이종격투기 선수 강풍호로 출연하고 있다. 앞선 드라마에서 말끔한 차림새로 여인들과 화려한 로맨스를 이뤄왔던 오지호가 아이를 둔 싱글 아빠로 등장한 까닭에 이 드라마는 특히 여성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오지호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싱글’은 엄마들이다. KBS 2TV 아침드라마 ‘착한 여자 백일홍’(극본 고봉황, 연출 진형욱)의 주인공 백일홍(박소현 분)은 성이 다른 아이 셋을 홀로 키운다. 사별한 전남편에게서 낳은 딸과 시어머니의 딸까지 도맡았다. 현실에서라면 미간을 찡그릴 법한 상황이지만 백일홍은 예의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악조건을 헤쳐나간다.

    얼마 전 종영한 SBS TV ‘불한당’(극본 김규완, 연출 유인식)의 여주인공 진달래(이다해 분)도 비슷한 모습이다. 싱글 엄마인 진달래는 때때로 닥쳐오는 시련에도 꿋꿋이 맞서는 밝은 여자다. 사랑에서도 적극적이다. 완벽한 조건을 갖춘 김진구(김정태 분)가 그녀에게 다가오지만 이를 거부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 권오준(장혁 분)에게 마음을 준다. 타고난 모성 본능으로 아이와 연인까지 보듬어 안는 여자가 ‘불한당’의 진달래다.

    싱글 엄마들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3월26일 방송을 시작하는 KBS 2TV 수목극 ‘아빠 셋 엄마 하나’(극본 조명주, 연출 이재상)는 상황이 더 자극적이다. 주인공 나영(유진 분)은 사고로 남편이 죽고서야 남편이 친구들에게서 정자를 기증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졸지에 세 명의 아이 아빠와 만난다. 세 남자는 친구에 대한 연민과 나영을 향한 감정을 키우면서 때 아닌 사각관계를 이룬다.



    정자 기증과 싱글 엄마 등 우리 사회의 신풍속도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아빠 셋 엄마 하나’는 코믹극을 표방하지만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세태도 함께 그릴 계획이다.

    세태 반영하지만 미화나 왜곡 우려도

    그렇다면 왜 갑자기 드라마 속에 싱글 아빠와 싱글 엄마들이 대거 등장했을까? 드라마는 트렌드가 가장 민감하게 반영되는 시장이다. 여기서 싱글 부모가 반복해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까닭은 이와 비슷한 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2006년 전국 가구 실태조사 결과 한국의 싱글 부모는 약 137만명에 이른다. 이중 싱글 아빠는 19%로 나타났다. 이혼 가정이 늘고 사회적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결혼 대신 아이만 원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최근 딸을 낳은 방송인 허수경도 비슷한 경우다. 두 번의 결혼 실패 후 아이를 원했던 허수경은 정자를 기증받고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아이를 얻었다. 아빠는 없다. 허수경 역시 싱글 엄마의 길을 택한 것이다.

    이런 세태를 발 빠르게 낚아챈 드라마들은 현실을 지켜보는 재미를 주지만 지나치게 이를 미화하거나 왜곡할 우려가 있다. 싱글 부모들이 사회의 벽과 부딪히면서 겪는 아픔을 놓친 채 ‘눈길 끌기용’ 소재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싱글 부모들이 사랑에 빠지는 상대가 예외 없이 능력 있는 미혼 남녀란 설정은 이런 위험을 대변한다. 그들이 겪는 기쁨과 슬픔을 세밀하게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싱글 부모를 앞세운 드라마들은 인물 설정만 바꾼 진부한 트렌디 드라마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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