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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기계소음·무중력 탓, 잠 못 이루는 밤

국제 우주정거장에선 어떤 일이? … 이륙 후 이틀은 기저귀 착용, 女우주인도 서서 소변

  •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기계소음·무중력 탓, 잠 못 이루는 밤

기계소음·무중력 탓, 잠 못 이루는 밤
이소연(30·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사진) 씨가 러시아 유인(有人) 우주선 소유즈호를 타고 우주로 향할 날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씨는 당초 탑승우주인으로 선정됐다가 훈련 규정을 위반해 예비우주인으로 임무가 바뀐 고산(32·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 씨를 대신해 4월8일 오후 8시(한국 시각)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올라간다. 이씨는 4월19일까지 우주에 머물면서 18가지 과학실험 임무를 수행한 뒤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지상과 전혀 다른 낯선 우주 환경에서 머물게 될 10일간 이씨는 어떻게 먹고 자고, 또 생리현상을 해결할까.

지상에서는 최고 대우를 받는 우주인이지만 일단 우주에 들어서면 고생 시작이라 볼 수 있다. ISS에서의 생활은 잠자리부터 말 그대로 극기훈련에 가깝다.

무중력 상태에서 둥둥 떠다니는 ISS의 내부는 위아래가 따로 없다. 어떤 식으로든 잠을 잘 수 있지만, 둥둥 떠다니며 자다 보면 모서리 같은 곳에 부딪혀 다치기도 한다. 그래서 ISS 우주인들은 벽에 벨트로 고정한 개인 침낭에 들어가 잠을 잔다.

현재 ISS에는 침낭을 설치할 수 있는 선실이 두 곳 있다. ISS를 방문하는 우주인들은 주로 ‘즈베즈다’라 불리는 러시아 측 모듈에 모여 함께 잔다. 물론 남녀 구분은 없다. 이씨도 하루 임무를 마치면 이곳에서 피곤한 몸을 뉘게 된다.

그러나 밤과 낮의 구분이 어려운 우주에서는 잠을 청하기가 쉽지 않다. ISS는 9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씩 돌기 때문에 24시간 동안 해가 뜨고 지는 광경을 16번이나 볼 수 있다. 우리 몸은 망막에 들어오는 빛으로 하루의 시간을 판단하는데, 이렇게 자주 ‘밤낮’이 바뀌면 신체 리듬이 깨지기 쉽다. 이 때문에 ‘우주인은 시간을 정해 하루 8시간을 억지로라도 자야 한다’는 강제 규정이 만들어졌을 정도다.



이씨를 포함한 우주인에게 귀마개는 잠잘 때의 필수품이다. 소음은 우주인의 숙면을 방해하는 훼방꾼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기계장치가 돌아가는 ISS의 내부 소음은 일찍부터 우주인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았다. 옆사람이 말하는 소리도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시끄럽다. ISS 운영위원회가 밝힌 ISS 내부의 소음 수준은 75dB로, 국내 법적 소음피해 인정 기준인 70dB을 웃도는 수치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우주인이지만 소음으로 인한 ‘수면 부족’ ‘청력 감퇴’ ‘불안장애’를 호소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주에서 일단 잠이 들면 지상에서보다 코골이도 줄고 더 깊은 수면에 빠진다는 점이다.

기계소음·무중력 탓, 잠 못 이루는 밤

우주공간에서의 생활은 극기훈련을 연상케 한다.

ISS 우주인들은 시·분·초 단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우주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트레스도 많아진다. 지상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고 하지만 우주에서는 음식이 오히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382km 상공의 ISS에 머물고 있는 우주인에게 ‘식욕’이란 그저 남의 나라 얘기다. 우주여행에서 돌아온 우주비행사들에게 “식사는 어땠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뻔하다. 한결같이 “맛없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음식에 대한 불만은 요즘이나 우주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40년 전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수백명의 우주인을 배출한 미국과 러시아도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이번 우주여행에 자신이 먹을 4kg 분량의 10가지 한국 음식을 가지고 간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을 비롯한 국내 연구기관과 CJ, 대상, 오뚜기 등 8개 식품회사가 만든 밥, 김치, 된장국 등 한국식 우주식품들이다.

러시아 측은 이씨의 건강을 고려해 매끼 식단을 다르게 짰다. 우주 활동에 필요한 영양소와 칼로리를 고려한 식단이다. 이씨는 우주에 머무는 10일간 주로 러시아가 제공하는 우주식을 먹겠지만, 자신이 원한다면 언제든 한국식 우주식품을 먹을 수 있다. 4월12일 ISS에서는 세계 최초 우주인인 유리 가가린을 기념하는 만찬이 열린다. 이때 이씨가 가져간 밥, 김치, 된장국이 식탁에 오를 예정이다.

한국식 우주식품 먹을 수 있지만 먹을거리 가장 큰 애로

무중력 환경에서 이씨가 겪을 난관은 또 있다. 바로 생리현상이다. 지상에서는 땅에 발을 딛고 문제를 해결하면 그만이지만,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ISS에서 볼일을 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순간의 실수로 다른 우주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칫 첨단 전자부품으로 가득 찬 우주선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ISS에 올라간 말레이시아 우주인은 잠깐의 방심으로 동료 우주인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소유즈호를 타고 이륙한 뒤 ISS까지 가는 이틀 동안 이씨는 기저귀로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배설량을 줄이기 위해 이륙 전날에는 밥을 굶고, 우주선에 탑승하기 직전에는 미리 화장실에 다녀와야 한다.

이씨가 ISS에 도착한 뒤 사용할 화장실은 일명 ‘폐기물 수집 장치’라고 불린다. 진공청소기처럼 순식간에 배설물을 빨아들인 뒤 탈수 장치로 물을 빼고 따로 저장한다. 소변을 볼 때는 깔때기 모양의 전용 소변기를 사용하게 된다. 물론 이때 소변이 공중에 날아다니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ISS는 여성도 서서 소변을 보는 유일한 장소다.

올해 ISS에는 최첨단 화장실이 새로 설치된다. 이 화장실은 박테리아를 이용한 첨단 정화기술로 소변을 식수에 가까운 물로 바꾼다. 가격만 우리 돈으로 180억원에 이른다.



주간동아 2008.03.25 628호 (p64~65)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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