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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창|‘프린세스 다이어리’

이상적 국가와 국민의 관계

  • 이명재 자유기고가

이상적 국가와 국민의 관계

이상적 국가와 국민의 관계

‘프린세스 다이어리’.

이런 나라가 있다. 이 나라 궁전에서 무도회가 열리면 공주는 그 나라의 모든 총각과 반드시 한 번씩 춤을 춰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모든 총각과 춤을 추는 데는 한두 시간이면 족하다. 그야말로 초(超)미니국가이기 때문이다. 왕실을 지키는 경호원은 3, 4명. 입헌군주국인 이 나라의 국회의원은 달랑 3명이니 대략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실재하는 나라가 아니라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에 나오는 제노비아라는 가상의 나라 이야기다. 미국의 평범한 아가씨가 실은 유럽 어느 소국의 공주라는 설정에서 시작되는 영화는 월트디즈니사 작품답게 동화 같은 신데렐라풍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 동화 같은 나라에서 벌어지는 풍경들 속에 국가와 국민에 대해 생각게 하는 장면들이 있다.

이 나라 국민은 고민이나 문제가 있으면 왕을 찾아와 상담한다. 대학에 입학하는 아가씨는 등록금 문제를 상의한다. 농부는 상담에 대한 답례로 닭 한 마리를 가져와 선물한다. 국민들에게서 존경받는 이 나라 여왕은 이렇게 말한다.

“어떤 국민에게든 비록 해결책은 못 주더라도 최소한 관심은 가져야 한다.”

인구 5000만명인 우리에게는 인구 100만명 정도만 돼도 제대로 된 나라인가 싶지만 그보다 훨씬 적은 나라도 많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나라로는 유럽의 리히텐슈타인이나 산마리노, 안도라 등이 꼽힌다. 이런 나라들을 생각하면 제노비아가 공상만은 아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주인공 오드리 헵번이 공주로 분한 유럽 어느 소국도 리히텐슈타인 같은 나라를 모델로 삼았던 것일 수 있다.



나라라기보다 마을이라고 해야 알맞을 이런 나라들은 현실세계에서는 곤란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국력의 척도에 인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중국이나 미국을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저출산을 걱정하는 것도 ‘인구 = 국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제노비아의 이야기는 국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주고 있다. 제노비아 여왕의 말처럼 국가가 모든 국민의 삶에 관심을 갖는 것, 그것이 국가의 가장 큰 의무일 것이다. 그러려면 사실 인구가 너무 많아서는 힘들 것이다. 플라톤이 ‘국가론’에서 이상적인 국가의 전형을 제시하며 상정한 국가 규모도 5000가구 정도였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인구가 얼마냐가 아니다. 국가와 국민 중 누가 우선이냐를 아는 데서부터 올바른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2008.03.18 627호 (p76~76)

이명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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