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3

2007.12.04

한국어로 느끼는 ‘노트르담 드 파리’

  • 유혁준 음악평론가

    입력2007-11-28 14: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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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로 느끼는 ‘노트르담 드 파리’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꼽추 종지기 카지모도와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의 얽히고설킨 사랑이야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2005년과 2006년 오리지널 팀이 내한해 큰 성공을 거뒀던 프랑스 뮤지컬의 대명사가 비(非)유럽권 언어로는 최초인 한국어로 공연된다. 11월29일부터 12월9일까지 고양아람누리에서, 내년 1월 말 세종문화회관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이번 한국어 버전 공연은 원작의 무대 환경을 완벽히 재현하기 위해 30t에 이르는 무대장치를 공수해와 화려한 스펙터클의 진수를 선보일 전망이다. 올 초부터 5개월 동안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국내 최고 수준의 뮤지컬 배우들은 프랑스 스태프들의 혹독한 조련을 거쳤다. 김법래 문혜원 윤형렬 이정열 등 영광의 주인공들은 지난달 김해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치고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오페라하우스)에서 적응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토대로 전 세계에 프랑스 뮤지컬 신드롬을 일으킨 선봉장이었다. 1998년 초연된 파리에서만 400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진원지로서의 구실을 톡톡히 했고, 14개국에서 2700여 회 공연을 이어가며 1000만 관객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비극이다. 그리고 사랑이야기다. 인간이면 누구나 겪는 사랑 앞에서 죄인은 없다. 에스메랄다를 향한 프롤로 주교의 고뇌하는 욕망, 근위대장 페뷔스의 세속적인 사랑과 배신, 그리고 모든 것을 초월해 지고지순한 사랑의 전형을 보이는 카지모도의 모습은 인간의 숱한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하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 성공의 일등공신은 역시 음악이다. 54곡의 노래는 그 선율이 매우 아름답고 인상적이어서 프랑스에서만 OST 음반이 1000만 장 넘게 판매됐을 정도다. 셀린 디옹, 스티브 발사모, 티나 아레나 등이 참여한 음악이 최고 수준임은 말할 나위 없다. 문의 고양아람누리 1577-7766, 세종문화회관 02-501-1377



    한국어로 느끼는 ‘노트르담 드 파리’
    아그네츠카 홀랜드는 폴란드 출신의 여성 영화감독이다. 그는 그동안 대부분 음악영화가 작곡가의 진부한 사랑을 주제로 제작됐던 것에서 벗어나 음악으로 정면승부한 거의 최초의 영화인이다. ‘카핑 베토벤’은 홀랜드의 빛나는 업적으로 가득하다.

    놀랍게도 영화는 베토벤 음악 중 가장 난해하다는 후기 현악사중주를 메인 음악으로 사용하는 모험을 감행한다. 영화 전반을 흐르는 ‘대푸가’의 장대한 선율은 물론, 도입부에 베토벤의 임종을 지켜보러 마차를 타고 달려가는 안나 홀츠의 얼굴에 겹쳐지는 현악사중주 제14번 마지막 7악장의 급박한 울부짖음은 압권이다. 영화 마지막에 베토벤이 병상에서 불러주는 음악은 다름 아닌 Op.132 사중주의 3악장 ‘몰토 아다지오’의 추수감사 찬송이다.

    지난해 비올리스트 토마스 카쿠스카가 타계한 뒤 그의 제자가 힘겹게 스승의 자리를 메운 알반베르크 현악사중주단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해산했다. 평생을 함께해온 앙상블을 더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게 이유였다. 아름답게 퇴장할 줄 아는 4명의 거장이 남긴 베토벤 후기 현악사중주는 명성에 걸맞은 최고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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