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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샌드위치 장점 살려야 도약”

고도 겐지 日 고도경영종합연구소장 “中·日 양국에서 부가가치 창출 얼마든 가능”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한국은 샌드위치 장점 살려야 도약”

“한국은 샌드위치 장점 살려야 도약”

고도 겐지, 고도경영종합연구소장. 그는 ‘고객’과 ‘사원’ 두 단어에 기업경영의 핵심이 담겨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사회에 어떻게 공헌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기업의 최고 가치입니다. 공헌 대상은 언제나 고객이어야 합니다.”

올해로 환갑을 맞았지만 고도 겐지 고도경영종합연구소장(61·사진)은 여전히 열정에 차 있었다. 목소리에선 30대 청년의 젊음이 느껴졌다. 세계적 사무자동화 기업인 리코그룹에서 30년 넘게 일해온 전문경영인 출신인 고도 소장은 최근 경영혁신 전문가로 변신해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경영자로 일하며 고도 소장은 언제나 ‘고객’과 ‘사원’ 두 단어를 입에 달고 살았다. 두 단어 속에 기업경영의 핵심이 담겨 있다고 그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1996년 고도 소장이 리코그룹 계열사인 팩스 제조회사 리코유니테크노 사장에 취임할 당시 회사는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던 ‘시한부 기업’이었다. 사원들의 노동의욕도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고도 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회사 내 반발에도 생산부문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구조 개혁 3년 만에 회사는 흑자로 돌아섰다. 그가 회사를 떠나던 2002년에는 순이익 규모가 1996년 대비 7배까지 늘어났다.



‘언제나 고객에 공헌’ 그것이 기업 최고의 가치

고도 소장이 떠난 지 5년이 지났지만 리코그룹에는 여전히 그가 내걸었던 ‘혁신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고도 소장이 실행에 옮긴 혁신 방안은 이제 ‘리코시스템’이라는 보통명사가 돼 리코그룹과 일본을 넘어 전 세계 기업 경영자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삼성그룹을 포함한 많은 국내 기업이 그의 경영혁신을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갈 정도다. 10월16일 한국 위너쉽코리아(대표 김화동)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고도 겐지 소장을 만났다.

- 1996년 적자 기업이던 리코유니테크노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시 회사 생산라인 대부분은 이미 중국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사원들은 3년 내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을 만큼 조직이 침체돼 있었다. 당장 직원들과 소통(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 한 달간은 매일 아침, 점심, 저녁 현장에서 사원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 그런 방식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점을 파악했다. 사장의 의지와 뜻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실현하는 힘은 사원들에게서 나오는 것 아닌가. 사원과 회사가 공유할 수 있는 신념과 이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사원과 회사가 공유하는 이념이란 무엇인가.

“당시 내가 내건 슬로건은 ‘업계 최고 생산성을 내는 공장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3년간 매출이 절반으로 줄더라도 흑자를 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기 위해선 의식개혁부터 하자고 했다. 사원과 간부들에게 ‘회사에 오면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말은 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예를 들면 ‘나는 못해’ ‘나는 무리야’ 등의 말은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대신 ‘한번 해보자’ ‘힘내자’는 말을 하자고 강조했다.”

- 리코유니테크노 혁신방식의 성공 배경은?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세 가지 정도의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경영자가 기업을 개선·혁신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사장이 본부장을 불러 ‘도요타 식으로 한번 해봐라’며 지시하는 것으로 끝나는 회사는 성공할 수 없다. 다음은 그런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사원들이 있느냐다. 마지막으로 얼마나 많은 회사의 정보를 사원들과 공유하느냐가 중요하다. 리코그룹의 창업자 정신에 이 모든 게 담겨 있다. ‘사람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직장을 사랑하는 정신’인데 흔히 ‘3애(愛)정신’이라 부른다. 한마디로 인간성 존중의 정신이다. 직장을 사랑한다는 것은 일을 재미있게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빨리 회사에 가야지. 어제 생각한 개선 아이디어를 오늘 실현해봐야지’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열정을 갖는 것이다.”

-한국에는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말도 있다. 직장을 사랑하는 게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다. 어떻게 그런 회사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가.

“사원들이 열정을 가질 수 있게 분위기만 만들어주면 된다. 사원들로 하여금 책임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일단 사원들을 믿고 일을 시켜야 한다. 그리고 일에 대한 책임은 상사가 진다. 사원을 믿고 일을 맡기지 않으면서 작은 것까지 트집잡는다면 사원들은 절대 애정을 갖고 일할 수 없다. 물론 현장의 사원들도 땀만 흘려서는 안 된다. 머리를 써야 한다.”

- 구체적인 혁신 사례를 소개해달라.

“주문형 대형복사기가 좋은 예다. 생산직 사원들은 자신들이 만든 상품이 어떤 경로를 거쳐 고객에게 전달되는지 궁금해했다. 그래서 판매, 서비스 부분의 협력을 얻어 실행에 옮겼는데 이 과정에서 큰 변화가 생겼다. 대형복사기 배달·설치 과정에서 해체됐다 재조립되는 것을 보고 생산사원들이 충격을 받았다. 복사기의 크기가 문제였다. 생산사원들은 곧 복사기를 유니트별로 나눠 제조·설치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를 통해 설치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제조단계에서부터 각종 불편함을 없앤다는 쪽으로 생산과정이 바뀐 것이다.”

“사람을 제조설비와 동일시해선 성공 어려워”

- 한국과 일본의 기업(경영자)을 비교하면?

“두 나라의 기업문화는 가족주의적이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분명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의 경영자들은 공부를 많이 한다. 일본의 기업보다 더 활력이 있다. 전략적인 부분에서는 일본이 한국 기업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일본 기업은 가장 말단에 있는 현장 사원들을 중심으로 기업이 움직이는 장점이 있다. 철저히 현장 중심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어떻게 할 것인가(How to)’에 대해 한국보다 강하다. 한국이 전략적으로 강하다면 일본은 전술적으로 강한 것이다.”

- 중국 등 제3국으로 공장이 이전되면서 고용 감소,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건비가 싼 곳으로 제조 환경이 옮겨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문제는 인건비가 아니다. 사람을 제조설비와 동일시하는 기업은 절대 성장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3국의 인건비도 높아지게 된다. 그러면 공장을 들고 전 세계를 돌아다닐 것인가. 그 나라에서 소비하는 것은 그 나라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싼 노동력만 찾는 경영방식은 오래가지 않는다.”

- 한국의 상황을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에 비유하곤 한다.

“샌드위치는 중간에 끼여 있는 부분이 가장 맛있다. 관점을 달리해서 봐야 한다. 수세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공세적으로 상황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급성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품질, 경영, 환경 등에서 뒤떨어졌다. 이런 중국을 상대로 한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일본과의 기술 차이는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일본을 상대로 한 부가가치 창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주간동아 609호 (p28~29)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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