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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모순과 척박함 살아남는 이야기에 공감

  •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우리 삶의 모순과 척박함 살아남는 이야기에 공감

‘유가 100달러 시대 살아남기’라는 표지의 타이틀 때문일까. ‘주간동아’ 607호는 유난히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기사들로 넘쳤다. “기자라고 다 같은 기자가 아니다”라는 고백이야 그렇다고 치자. 정치권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검찰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신임 검찰총장 내정자를 소개한 기사, 북한과 협력 및 공생을 추구하는 ‘서해평화협력지대’에 관한 기사들은 모두 그렇게 살아야 하는 문제에 대해 말했다.

‘평양’이라는 커다란 연극무대에서 모두 충실한 관객과 배우가 됐던 남북정상회담 후기는 또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한 관찰기였다. 여론조사에 의해 움직이는 한국 정치에 관한 기사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믿지 못하기에 여론이라는 타인의 의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들. 여기에 누가 1등이라도 하면 떨어지는 배당이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더해져, 우리 삶의 무대는 바로 도박판이 된다.

‘한국형 MBA, 아시아 허브 꿈꾼다’라는 기사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더 잘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정보였다. ‘귀하신 몸 곤충’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내용은 벌레들의 축제가 생산유발 효과나 생태자원, 돈벌이 등으로 마무리되는 우리 삶의 척박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곤충산업 활성화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상투적 결론은 스스로를 곤충이 되게 했다. 실존적 고뇌라도 좀 있어야 했는데….

우리 삶의 모순과 척박함은 ‘고유가에 숨겨진 세금 폭탄’ 기사에서 정점에 다다랐다. “유가가 올라도 세금은 늘지 않는다”는 정부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대목에서는 알 수 없는 분노까지 느꼈다. 여기에 세금인하는 절대 불가라는 정부와 카르텔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정유사들 사이에서 억울함을 느낀다면 현명한 소비자가 되라는 내용은 거의 ‘도발’에 가깝다.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실내에서 긴소매 옷을 입으며 전기 콘센트를 잘 조절해 전기비를 아끼자는 말은 지당하지만,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차라리 ‘미·중 석유 사재기 때문’이라는 남의 탓이 반갑다. 분명 21세기 석유 위기는 우리 경제의 만성 불안 요인이겠지만, 그 전에 내 만성두통의 원인이기도 하다.

우리 삶의 모순과 척박함 살아남는 이야기에 공감
삶이 빡빡하고 미래가 두려울 때 ‘중년 예찬’을 떠올리게 된다. ‘바람난 40대’를 ‘인생 2막을 여는 출발점’으로 삼으라는 이야기는 신선한 바람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다음 호 ‘주간동아’에서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보다,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의 기사들을 볼 수 있길 바란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주간동아 2007.10.30 608호 (p96~96)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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