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6

2007.10.16

아저씨들이 정력에 집착하는 두 가지 이유

  • 입력2007-10-15 11:3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TV 음식기행 프로그램에서 장어요리나 복분자술을 맛보며 ‘아저씨들’이 내뱉는 멘트는 어쩜 그리 한결같을까?

    “이게 말이죠. (입 안 가득 집어 먹거나 마신 뒤) 거기에도 그렇게 좋다네요~, 으하하하.”

    미안하다. 안 웃긴다. 참 식상하고 ‘없어 보이는’ 유머다. 음식의 효능에 웃어달라는 건지, 실은 본인이 ‘거기’에 신경 쓰고 있다는 점에 웃어달라는 건지 헷갈릴 뿐이다.

    몸에 좋은 음식에 대한 아저씨들의 집착은 대단하다. 각종 영양제와 보약을 바리바리 싸와 먹는 건 그래도 귀여운 편에 속한다(혼자 드셔도 될 텐데 꼭 아랫사람 불러다 이게 몸에 좋다느니, 피부미용에 최고라느니 하며 추천한다) .

    뱀술과 지네술, 곰 쓸개 등 ‘혐오식품’이라 일컫는 것들도 건강, 특히 정력에 좋다면 없어서 못 먹는다. 평상시엔 “반찬이 짜네, 싱겁네” “국이 없으면 밥을 못 먹네” 식으로 음식에 남다른 까탈스러움을 보여주셨던 분들이 아니던가? 몸에 좋다면 생태계 파괴는 물론 그 예민한 미각도 무너지는 거다.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건 좋은 일이다. 운동 열심히 하고, 건강식단을 챙겨 먹는 데 시비 거는 건 아니다. 설령 혐오식품이라도 자기가 좋아 먹겠다는데 남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옳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궁금한 점은 아저씨들의 건강식품은 왜 온통 ‘거기’, 정력 향상에만 집중되느냐는 거다.

    아저씨들은 왜 정력에 안달하는 걸까? 미혼의 여기자로선 두 가지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 (정력이) 너무 부족하거나, 사용할 곳이 지나치게 많거나. 전자는 안쓰럽고, 후자는 추하다.

    30세 이후부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줄어든다고 한다. 정력도 마찬가지일 터. 고로 아저씨에게 자연섭리를 거스르는, 많은 양의 테스토스테론을 기대하는 이는 없다. 외려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는 듯 여전히 팔팔한, 정력이 세 보이는 아저씨는 좀 부담스럽다(물론 아내의 사랑을 받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변하는 분도 있겠지만). 그러나 아내에게 사랑받는 방법은 ‘잠자리’ 외에도 많다. 우선 반찬투정부터 멈춰라.

    없어 보이게, 정력에 안달하기보다는 그 나이에 어울리는 모습과 그 나이만이 가질 수 있는 분위기(지혜, 중후함 혹은 넉넉함 등)로 어필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즉, 아저씨에게 필요한 건 담백함과 인격일테다.

    그러니까 아저씨, 문제는 정력이 아니라 인격이라고요!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