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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슬로시티’ 한국 상륙

“느리게 사는데도 지역 경기 살더라”

내한한 ‘슬로시티 운동’ 창시자 파올로 사투르니니 전 시장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느리게 사는데도 지역 경기 살더라”

“느리게 사는데도 지역 경기 살더라”
“느림이란 환경, 자연, 시간, 계절, 우리 자신에 대한 존중의 다른 이름이다. 그런 것들을 조화롭게 해서 살아가는 ‘달콤한 인생(라 돌체 비타)’이 바로 느림이다.”

‘느리게 살자’는 ‘슬로시티 운동’을 창안한 이탈리아의 파올로 사투르니니(Paolo Saturnini·57) 전 그레베 인 키안티 시장이 내한했다. ‘슬로시티’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전남 신안 완도 장흥 담양 등의 현지 실사를 위해서다. 그는 1990년부터 2004년까지 3선 시장을 지냈고, 재임시절 침체돼가는 도시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 일환이 바로 ‘슬로시티 운동’이다. 9월6일 저녁 슬로시티 한국유치위원회가 주최한 ‘한국슬로시티 도입과 세계적 브랜드화’ 세미나에서 그를 만났다.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집에서 태어난 그는 느릿느릿 살아가는 사람이다. 평소 e메일도 잘 쓰지 않고, 전화도 잘 받지 않는다.

“천성이 느긋하지만 시장으로 재직한 15년간은 무척 바쁘게 보냈다. 2002년 ‘슬로시티’ 정책을 도입한 뒤에는 더욱 그랬다.”

- 세계는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는데 천천히 살자는 주장이 잘 먹혀들지 않았을 듯하다.



“처음에는 그랬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슬로시티 운동을 과거지향적이고 발전을 멈추자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현대문명의 이기를 잘 이용하되,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자는 운동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향하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이성적으로 보자는 것이다.”

- ‘슬로시티’가 되고 나서 주민들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

“소매상들이 살아나고 경쟁력을 갖게 됐다. 함부로 새 건물을 짓지 못하게 했고, 가능하면 오래된 건물을 고쳐 쓰게 했다. 그렇게 해서 집값이 올라가고 주민 소득은 더 늘어났다.”

- 그레베 인 키안티에 냉장고가 별로 없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냉장고가 없는 게 아니라 냉장고가 아주 작다. 사실 클 필요가 없다. 주변에서 생산된 신선한 채소나 고기가 가까운 데서 충분히, 즉시 공급된다. 집 안에 쌓아놓고 먹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큰 냉장고가 필요 없는 것이다.”

- 그레베 인 키안티를 방문하면 코카콜라도 먹기 힘들다는데….

인스턴트 식품을 먹지 않는 것이 몸과 마음의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교육시켰다. 그러다 보니 코카콜라를 거의 판매하지 않는다. 대기업 자본이 들어오지 않고,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 사람들이 소비하면서 지역 경제도 살아났다. 사람들이 일하러 가는 거리도 짧아졌다.”

- 슬로시티 운동을 착안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이탈리아도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들이 도시로 나가자 농촌이 공동화됐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 도시화가 위기를 맞기 시작했고, 귀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때 깨달은 바가 있다. 그동안 우리는 와인과 올리브, 우리의 뿌리, 우리가 잘하는 것의 가치를 모르고 살았다. 슬로시티 운동을 통해 그런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 이번에 가입 신청한 한국 지자체들이 슬로시티로 지정될 가능성은 있는가.

“한국이 20세기 중후반부터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성찰과 반성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고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용기와 후원을 아끼지 않고 싶다.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통역 한국외대 이탈리아어과 이상엽 교수)



주간동아 603호 (p48~48)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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