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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위조 불똥 ‘인물정보’ 사업 딜레마

파문 당사자들 포털에 책임전가 정보 수정하느라 인력난,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직면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학력 위조 불똥 ‘인물정보’ 사업 딜레마

학력 위조 불똥 ‘인물정보’ 사업 딜레마
9월4일 오전, 네이버 야후 파란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가수 인순이(50) 씨의 학력이 갑자기 수정됐다. “이제껏 학력을 속여왔다”는 그의 고백이 공개된 직후였다. 이전의 인물정보란에는 인순이 씨가 ‘포천여자종합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돼 있었지만, 이날부터 ‘연천 청산중학교’ 졸업으로 정정됐다.

인기 탤런트 다니엘 헤니(28) 씨는 의도적으로 학력을 과장한 경우다. 그간 소속사는 언론에 헤니 씨가 ‘인디애나주립대(시카고) 경영학과’ 학사 출신이라 홍보해왔다. 그러나 그는 일리노이주의 몇몇 칼리지에 등록만 했을 뿐 어느 대학도 졸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소속사는 “헤니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학력이 잘못 기재된 것”이라고 발뺌했다.

조인스닷컴 22만명 최대 규모… 연 10억원대 매출

명사들의 ‘학력위조 파문’ 여파로 유명 포털사이트의 인물정보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학력위조 의혹에 휩싸인 상당수 인사들이 포털사이트에 책임을 물으며 뒤로 숨어버린 탓이다. 이에 대해 대형 포털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제까지 포털사이트들은 유명인사들이 내세운 이력이나 언론 인터뷰 등에 공개된 정보를 기초로 ‘인물정보’를 작성해왔기 때문. 하지만 포털사이트들은 공인이라는 전제 아래 수집된 정보를 당사자의 최종 확인 없이 그대로 게재했기 때문에 기재 오류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처지다.

NHN㈜ 관계자는 “인물정보 수정 요청을 처리할 전용 창구를 마련했으며, 자체 데이터베이스(DB)를 재검토한 뒤 당사자에게 재확인 및 추가 정보에 대한 출처를 표기하는 등의 보안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SK계열사 네이트는 연예인 학력의 경우 아예 숨기는 방식을 채택했다. 정확한 인물정보가 수집될 때까지 당분간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겠다는 전략인 셈. 하지만 논란의 와중에도 확실한 것은 앞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인물정보 사업을 포기할 일은 없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돈 되는 콘텐츠라는 얘기다.



애당초 사회 저명인사들에 대한 신상명세자료를 DB로 구축한 사업자는 신문사와 신문사닷컴들이었다. 특히 동아, 조선, 중앙일보는 1980년대부터 명사들의 인적사항을 자체 DB화해 뉴스 생산에 활용함은 물론, 연감 등의 출판물에 사용해왔다. 신문사 사내용 DB를 외부에 공개한 형태가 한국형 인물정보 사업의 토대가 된 것이다. 신문사가 분류한 명사 범주가 주로 공무원이나 학계, 재계에 집중됐다면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연예인과 스포츠스타 등 상대적으로 젊고 자주 검색되는 인물에 집중돼 있다.

현재 인물DB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중앙일보 계열사인 조인스닷컴. 업계에서는 조인스닷컴이 확보한 인명록의 수를 22만명 이상으로 추산한다. 이 DB는 경쟁사들을 크게 앞지르는 규모이기 때문에 인터넷 초창기부터 대형 포털사이트들은 ‘조인스 인물정보’를 기초로 관련 콘텐츠를 구축했다. 현재 인물정보 1건당 1000원이며, 각종 포털사이트와의 연계를 통한 ‘조인스 인물정보’의 매출액은 연간 1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물DB 사업을 총괄하는 신문사닷컴들의 고민은 매년 치솟는 DB 관리비용이다. 신문사닷컴 관계자들은 “적어도 10여 명의 팀원이 정관계 및 대기업들의 정기 인사이동은 물론 사소한 신상변화까지 쫓아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은커녕 오히려 손해나기 십상”이라고 푸념한다. 부정확한 정보로는 DB 유료화정책을 지속할 수 없다는 고민인 것. 게다가 애초 공개를 전제로 수집된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사내용 정보를 섣불리 세상에 공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현재 짭짤한 수익을 내는 분야는 명사인명록이 아니라 ‘전문가 검색 서비스’. 현재 의료계와 과학계, 각종 산업별 전문가 인명록이 DB화 및 온라인화돼 있는 상태다. 변호사들 간의 학연 및 연수원 기수는 물론, 법조계 촌평을 덧붙인 오세오닷컴(www.oseo.com)의 법조인 콘텐츠는 이 분야에서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이에 자극받은 로마켓아시아(www.lawmarket.co.kr)는 신상명세는 물론 변호사별 승소율 정보까지 제공하겠다고 나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 인명록은 수록 대상자가 적어 후발주자가 손쉽게 베낄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당사자 허락 없이 공개 따른 법적 책임 논란 거세질 듯

최근 SK텔레콤은 ‘모바일을 통해 바로바로 인물검색을 해보라’는 TV광고를 시작했다. 자회사인 네이트와 엠파스를 통해 확보한 인물정보는 물론, 조인스닷컴 인물DB까지 더해 모바일 서비스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다. 한편 인터넷업계 최강인 NHN㈜는 무료로 제공되는 인물정보의 질과 양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전략을 수년째 추진 중이다. 이미 20, 30대 상당수가 포털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해 있을 뿐 아니라, 싸이월드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통해 개인정보를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인물검색이 가능한 범위는 일반인으로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각종 취업사이트에 등록된 이력서나 결혼정보회사 DB 역시 어느 시점에 이르면 인물정보와 맞닿을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다. 명사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공개했던 신상명세가 점차 일반 대중으로 확산되는 것은 물론, 이를 적절하게 분류하고 연결하는 DB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변모해가고 있는 셈이다.

이럴 경우 정보독점은 물론 사생활 침해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이른바 ‘어느 선까지가 개인정보가 공개돼도 괜찮은 공인(公人)이냐’ 하는 문제다. 현재 인물정보를 주요 콘텐츠로 삼는 포털사이트들의 가장 큰 문제는 상대방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인물정보를 구축하고, 그것을 공개한다는 점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정보인권위원장인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본인의 사전 동의와 확인 절차를 밟고 사후에도 당사자가 자기 정보에 대한 수정 요청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물정보의 공개와 정확성을 둘러싼 법적 책임 논란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해외 인물정보 현황 살펴보니…

사용자가 정보 구축하는 SNS 각광


학력 위조 불똥 ‘인물정보’ 사업 딜레마
최근 미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온라인 비즈니스는 소셜네트워킹 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인 SNS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인수해 화제가 된 ‘마이스페이스’나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의 싸이월드와 비견되는 이들 SNS의 특징은 바로 ‘사용자 개인이 온라인에 자신의 신상정보를 구축함은 물론, 지인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신뢰를 확보하는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언론사나 포털사이트가 작성하는 인물정보를 1.0방식이라 한다면 이 같은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는 2.0방식이다.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자신과 연결된 지인들의 명성이나 신뢰도로 인해 오히려 정확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에도 링크나우, 피플2, 휴토리 등 이들과 유사한 방식의 SNS 서비스가 다수 존재한다.

인물정보의 또 다른 보고로 검색엔진이 있다. 미국의 www.Spock.com은 전 세계 1억명 이상의 인물DB를 확보한 인물 전용 검색엔진이다. 인물 검색 사이트로 이 밖에 윙크(Wink), 줌인포닷컴(ZoomInfo.com), 링크드인 등이 세력을 넓혀가고 있지만, 아직 검색엔진의 제왕인 구글이 개인 이력을 가장 정확하게 찾아준다는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저명인사의 정보는 위키피디아에서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정확하다. 위키피디아 역시 UCC 방식으로 회원들이 직접 내용을 편집할 수 있기 때문에 책임소재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주간동아 603호 (p22~23)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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