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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몸부림? 총선 고지 노림수?

범여권 대선주자 19인 다양한 속내 … “나올 수 있는 사람 모두 나와 목청 높여”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존재의 몸부림? 총선 고지 노림수?

존재의 몸부림? 총선 고지 노림수?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왼쪽부터)

민주당 경선후보등록 포기로 1명, 대통합민주신당 컷오프(예비경선)를 통해 4명, 이제 겨우 5명이 제외됐다. 그래도 범여권 후보로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가 아직 14명이나 남아 있다.

올해 대선출마를 선언한 범여권 후보는 19명. 과연 이들이 모두 대선에 당선될 수 있다고 생각했거나 일부는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저마다 다른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일까?

현재 범여권 후보는 모두 3개 군(群)으로 분류된다. 대통합민주신당 그룹과 민주당 그룹, 그리고 독자출마 그룹이다.

대통합민주신당 그룹은 9명 중 이번에 컷오프를 통과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5명이 남았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신기남 의원,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추미애 전 의원 등 4명은 탈락했다.

민주당 그룹은 조순형 이인제 신국환 의원과 김민석 전 의원, 장상 전 대표,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 등 6명이다. 이 가운데 김 전 장관이 후보등록 마감일을 앞두고 “역량에 한계를 느낀다”면서 후보등록을 포기했다.



독자출마 그룹은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대표와 김원웅 김혁규 의원, 강운태 전 의원 등 4명. 이 가운데 김혁규 의원은 대선캠프를 해산해 사실상 대선출마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지만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범여권 후보들이 이처럼 난립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중앙대 장훈 교수(정치외교학)는 “후보들 면면을 보면 공직선거 경험이 일천해 대통령 선거를 다소 쉽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정치외교학)는 범여권 후보의 난립 원인을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찾았다. 노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고 특정 정치인에게 힘이 쏠리는 것을 사전에 막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존재의 몸부림? 총선 고지 노림수?

문국현, 천정배, 신기남, 김두관, 추미애, 조순형, 김민석, 이인제, 장상, 신국환, 김영환, 김혁규, 김원웅, 강운태(왼쪽부터)

최소 3~3.75% 이상 지지율 나와야 유의미한 후보

강 교수는 “그 결과 노 대통령은 실정(失政)에 따른 지지율 하락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대부분 후보들이 노 대통령과 차별화하려고 해도 쉽지 않고, 오히려 지지율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 전문업체 ‘폴컴’의 윤경주 사장도 강 교수와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정치적 대표성을 획득한 후보가 없기 때문에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는 상태다. 손학규 전 지사를 제외하고는 다 비슷비슷한 상황이다. 그런데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이 다른 후보들에게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한다. 2002년 ‘노무현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 대통령의 초기 지지도는 3%대에 불과했다.”

모두 조금씩은 대선의 가능성에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전문가들은 범여권 후보 대부분이 그런 기대보다는 또 다른 정치적 이유가 더 클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 최소한 3~3.75% 이상 지지율이 나와야 그나마 유의미한 후보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오차범위 이상 나오지 않으면 지지율이 0%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현재 범여권 후보 대부분이 무의미한 후보들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후보들을 대상으로 3% 이상 지지율을 확보한 후보가 드물다.

대통합민주신당 컷오프에서 1, 2위를 차지한 손학규 전 지사와 정동영 전 장관 정도가 안정적으로 3% 이상 지지율을 얻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3, 4위를 차지한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전 장관, 민주당 조순형 의원과 독자신당을 추진하는 문국현 전 대표 등 4명 정도가 3%대를 간신히 오르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보다 지지율이 낮은 후보들이 ‘대선에 뛰어든 속셈이 뭘까’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장 교수는 “당내 기존 정치세력을 유지하려는 후보, 정치권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후보, 대선 이후 범여권의 일정지분을 보장받으려는 후보, 단순히 내년 총선 출마에 유리한 구도를 염두에 두고 나선 후보 등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후보별로 좀더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추미애 김민석 전 의원은 정치권에서 잠시 떠나 있다가 되돌아온 경우다. 정치적으로 ‘존재감’을 보여야 정치적 재활뿐 아니라 내년 총선에도 유리하지 않겠는가. 천정배 전 장관과 신기남 의원은 무주공산인 당내 영향력에 목적이 있는 것 같다. 기존의 정치적 지분이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존재감을 보일 필요가 있다. 신국환 의원은 당내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이들 모두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 추 전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 컷오프에서 탈락했지만 강 교수의 분석처럼 정치적 존재감을 확보하는 데 일정부분 성공했다. 컷오프를 통과한 5명의 경선주자에게서 일제히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 정치적 재기는 물론 내년 총선에서 당선 가능성을 높인 셈이다.

준비 빈약하면서 한나라당 유일 대항마 주장

자민련 소속이던 신 의원은 17대 총선 때 한나라당 텃밭인 경북 문경-예천에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얼마 후 자민련의 뒤를 이어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창당된 국민중심당에 합류했다가 다시 민주당으로 당직을 옮겼다. 신 의원은 고민 끝에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하지 않고 민주당에 남았다. “내년 총선에 대통합민주신당으로는 지역구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대통합민주신당 김두관 전 장관이나 민주당 이인제 의원, 장상 전 대표, 김영환 전 장관, 독자출마한 김원웅 의원, 강운태 전 의원 등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이를 부인한다. 당권이나 총선을 염두에 두고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유일한 대항마라는 주장을 덧붙인다. 하지만 과연 그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어줄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대선에 나설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나올 수 있는 사람은 다 나온 것 같다”는 강 교수는 “대통령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든 노무현 정부의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603호 (p20~21)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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