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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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조 목사 잇단 부적절 발언 확실히 믿는 구석 있나

“제2 배형규 3000명 더 나와야…” 등 사회적 물의 남북협력기금 횡령 의혹으로 검찰 조사도 받아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7-09-12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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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조 목사 잇단 부적절 발언 확실히 믿는 구석 있나

    삼광기계와 한민족복지재단이 2005년 12월10일 맺은 손수레 구입 계약서. 삼광기계는 당시 이중계약서(왼쪽)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탈레반에 납치됐던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이 42일 만에 돌아왔다. 피랍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다려온 국민은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일의 시작과 끝이 어디인지 국민은 여전히 궁금해한다. 게다가 의혹까지 커지고 있다. 많은 국민은 피랍자들의 ‘몸값’에 대해 수군거리고, 출국 배경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 샘물교회 박은조(54) 목사가 있다. 그는 선교단을 모집한 샘물교회 담임목사이자 이번 선교행사를 기획한 한민족복지재단(이하 재단) 이사장이다. 논란의 원인은 박 목사 자신이 제공했다. 사건 초기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하면서 국민의 동정표를 얻었던 그는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시시때때 속마음을 드러냄으로써 혼란을 야기했다. 먼저 설교에서 문제가 된 그의 발언들을 정리해봤다.

    “하나님은 배형규 목사의 죽음과 피랍된 분들의 무서운 고통을 통해 우리 한국 전체 백성의 모든 이목을, 아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7월29일)

    “아프간에 뿌려진 성도들의 피는 헛되지 않으며, 언젠가는 열매를 맺을 것이다. 앞으로 300여 명이 아니라 3000명의 배형규 목사가 나와야 한다. 이번 일로 선교가 위축되지 않아야 한다.”(8월12일)



    “(정부의) 구상권 청구와 관련해 교회 정책팀도 대응 자료를 만들고 있다.”(9월2일)

    “피랍자 가운데 일부가 탈레반의 개종 요구를 거부하다 심하게 구타당했고,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 그러나 탈레반 측의 계속된 개종 강요에도 굴하지 않고 모두 끝까지 버텨냈다. 몇몇 여성 인질들은 성폭행을 당할 위험 상황에 처했지만 끝까지 저항해 위기를 넘겼다.”(9월3일)

    대한민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샘물교회

    피랍사건 직후 머리를 숙이던 박 목사의 모습은 위의 발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성폭행 관련 발언은 불필요한 국민의 관음증만 부추겼다. 피랍자 가족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왜 이 시점에 박 목사가 그런 발언을 해 분란을 일으키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선교 또는 봉사’ 논란도 박 목사의 입에서 비롯됐다. 피랍사건 초기 국민에게 “선교단이 아닌 의료봉사단”이라고 설명한 바 있는 그는 뒤늦게 명쾌한(?) 답을 내렸다. ‘봉사가 곧 선교’라는 것이다. 국민은 당혹스럽다. 그리고 박은조 목사, 그를 둘러싼 궁금증은 점점 더 커져간다.

    이번 아프간 선교는 누가 봐도 무모하고 위험했다. 정부도 수십 차례에 걸쳐 재단의 선교를 만류했다. 외교통상부 한 관계자는 “NGO 등을 통해 수차례 여행 자제를 요청했고, 한민족복지재단에 직접 공문을 보내 여행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적으로 이들의 출국을 막을 방법이 없었으며, 박 목사의 선교 의지는 대단했다. 비록 재단 측이 출국을 위한 비자 추천을 거절했다고 주장하지만, 선교단 운영을 주도한 곳은 분명 재단이었다.

    박 목사처럼 정부 권고도 무시한 채 선교를 강행한 경우는 찾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혹시 믿는 구석이 있었던 건 아니냐”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단 사정에 정통한 한 시민단체의 핵심 관계자는 “재단의 선교활동에 대해 이전부터 말이 있었다. 그러나 박 목사는 번번이 무시했다. 특히 아프간에 유치원, 의료시설을 만드는 과정에서 선교활동을 전면화해 논란이 일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과 충돌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었다”고 말했다. 이슬람 전문가인 한양대 이희수 교수(문화인류학)는 “이슬람 국가에서는 선교행위 자체가 위법이다. 기독교뿐 아니라 이슬람 선교도 못하도록 하고 있다. 남의 나라에 가면 최소한 그 나라의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17년간 서울 영동교회 담임목사를 맡았던 박 목사는 1998년 10월 200명의 신도를 이끌고 분가해 지금의 샘물교회를 설립했다. 현재 샘물교회는 교인만 3500명이 넘는 중대형 교회로 성장했다. 기독교계에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이 교회의 성장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97년 2월 설립된 재단도 박 목사의 ‘작품’이다. 2004년 이사장에 취임한 박 목사는 등기부등본에 ‘박은조 외에는 대표권이 없음’이라는 대표권 제한규정까지 명시해둘 정도로 재단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박 목사는 지난 10년간 재단을 통해 민간 대북지원사업을 벌여왔다. 이를 통해 그는 일약 스타 반열에 올랐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남북 정상회담이 있던 2000년에는 대북지원민간단체협의회의 간사단체를 맡아 민간 부문의 대북사업을 사실상 주도했다.

    당연히 재단에 대한 정부 지원(남북교류협력기금)도 줄을 이었다. 2006년에만 재단은 대북지원 사업비 명목으로 4억원, 여러 단체와 함께 펼친 합동사업비로 7억원 등 총 13억3600만원을 정부로부터 기부금 형태로 지원받았다. 이는 통일부가 2006년 민간단체의 대북지원 사업에 쓴 기금(총 116억원)의 10%가 넘는 금액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남북협력기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재단과 박 목사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통일부는 재단의 남북협력기금 횡령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찰에 재단과 재단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지난해 북한에 손수레를 지원한 일로 국내 제조회사와 소송을 벌인 것이 발단이 됐다.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박은조 목사 잇단 부적절 발언 확실히 믿는 구석 있나

    한국인 인질들이 8월31일 아프간 수도 카불의 세레나 호텔에서 다시 만나 서로 부둥켜안은 채 울고 있다.

    97년 설립한 한민족복지재단도 박 목사 작품

    재단은 2005년 말 경남 진주의 중소기업 ㈜삼광기계(이하 삼광)로부터 일륜차 1만2000대를 구매해 북한에 지원했다. 그러나 재단은 총 구매대금(6억3000여 만원) 중 3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삼광이 잔금 3억원을 북한어린이급식사업(평화의 빵) 명목으로 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삼광 측은 “기부를 약속한 바 없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삼광은 “재단이 통일부 지원금(남북협력기금)을 횡령했다”면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민간단체의 모금액에 비례해 기금 지원액을 결정하는 통일부의 매칭펀드 지원 방식을 악용, 재단이 삼광에 지급한 대금을 부풀려 기금을 과다하게 받아냈다는 것이다.

    돈을 떼였다는 의혹이 일자 통일부는 부랴부랴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2개월여 조사 끝에 “재단이 대북지원금을 부풀려 남북협력기금을 부당하게 받아갔다”는 삼광 측 주장을 인정해 지난 1월9일 재단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통일부는 검찰에 재단을 고발했다 취하하고, 또다시 고발하는 등 혼선을 빚어 ‘외압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 사건이 있은 이후 재단은 지금까지 단 한 푼의 남북협력기금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사건과 관련해 원종호 삼광 대표이사는 “이 일로 건실한 중소기업이던 삼광은 도산했다. 자본금 1억원인 회사가 3억원을 기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또 재단 측은 계약 당시부터 노골적으로 이면계약을 요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상적인 사업관계가 아니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소송 당사자인 통일부는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한편 재단 측은 박 목사에 대한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채 서면으로 답변을 보내왔다.

    “진주 삼광기계 관계자가 재단을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한 것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습니다. 반대로 재단에서 삼광기계를 상대로 사기 공갈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한 것은 피고발인이 잠적해 소재지 불명으로 기소중지됐습니다. 재단의 잘못은 오직 서류 작성상의 문제뿐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법적 결정이 내려지든 책임을 감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재단 측 주장대로 삼광이 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형사소송은 무혐의 처리됐지만, 민사소송과 통일부의 형사 고발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대북지원 금액을 부풀려 남북협력기금을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법원에서 합당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재단 측은 아프간 선교활동의 부적절성, 박 목사의 설교와 관련된 질의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내왔다.

    “박은조 목사님의 설교는 개인에 관한 것이므로 재단에서는 답변할 필요가 없습니다. 박은조 목사님은 이번 사태 후 재단에 누를 끼친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해 수리됐습니다.”

    한민족복지재단의 ‘화려한 인맥’

    재단 이사진에 정·관·재계 고위인사 대거 포진


    기독교계에서 유명인사로 통하는 박은조 목사는 정·관·재계에도 화려한 인맥을 가지고 있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 이사진만 봐도 그의 ‘마당발 인맥’을 짐작할 수 있다. 재단의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박 목사는 2004년 10월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는데 같은 날 이용훈 전 대법원장, 장달중 서울대 교수가 이사로 중임됐다. 김영대 대성그룹 회장이 올해 2월까지 이사를 맡았으며,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김형오 의원,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통일특보를 맡았던 이영일 전 국회의원, 박재형 서울대 교수 등이 현재 재단 이사로 활동 중이다. 조영주 KTF 사장이 올해 2월까지 1년간 이사를 맡았으며, 허문영 통일연구원 평화기획연구실장, 감경철 CTS 기독교 TV 사장, 서창훈 전북일보 사장, 한인권 전 성균관대 의대 교수, 공영태 공안과 원장 등 저명인사들도 현재 재단 이사로 등재돼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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