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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추락하는 생명윤리

한 번 공여 600만원 미국 원정 ‘난자매매’

한국인 젊은 도너들 돈 때문에 태평양 건너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한 번 공여 600만원 미국 원정 ‘난자매매’

“난자 공여는 불법이다. 나중에 처벌받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취재진이 접촉한 대리모 및 난자매매 브로커 A씨는 “원한다면 난자를 기증할 수 있다”며 난자를 한 번 채취할 때마다 300만원씩 주겠다고 말했다.

“사례금이 생각보다 적다”는 말에 그는 “예전엔 500만원까지 받았지만 요즘엔 200만원이나 250만원이 대부분”이라며 “직접 성관계를 갖고 대리모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역제안했다.

“의뢰자들은 병원에 자주 가는 것을 싫어한다. 한두 달 의뢰인 남성과 직접 관계를 갖는 게 임신 확률도 높다. 임신이 안 되더라도 애를 썼으니 수고비는 준다.”

자궁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일은 불법이 아니다. 성관계가 포함된 대리출산도 마찬가지. 대리모와 대리출산을 규정하는 법규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한 번 공여 600만원 미국 원정 ‘난자매매’
일본인 불임부부 한국 원정시술 여전

그러나 난자매매는 2005년 1월 시행된 생명윤리법에 의해 금지되고 있다. 그럼에도 다른 여성에게서 채취한 난자를 남편의 정자와 체외수정한 뒤 아내의 자궁에 이식하는 행위가 여전히 공공연하다.

난자매매를 드러내놓고 알선하던 브로커들은 생명윤리법이 시행된 뒤 인터넷 카페, 블로그, 지식검색 등으로 숨어들었다. P2P 방식으로 난자를 제공할 여성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잠시, 브로커들이 만들어놓은 웹페이지에 난자 공여 의사를 밝힌 여성들이 올린 글을 몇 개 살펴보자.

-O형. 난자 공여합니다. 서울대 재학 중. IQ 156, 키 175cm.

-A형이고 스물두 살이에요. 공여 경험 1회 있고요. 서울 소재 대학 휴학 중.

-용모는 단정한 편입니다. 머릿결은 직모고요. 키 155cm에 몸무게 49kg. 배란주기는 매월 중순입니다.

웹의 지식검색에 e메일 주소를 올려놓은 한 여성과 접촉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300만원을 받고 난자를 기증했다”며 “결과적으로 불임부부에게 도움을 준 일이기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난자를 판 이유는 ‘돈’ 때문이다.

2005년 이전까지 일본인 불임부부에게 한국은 쉽게 ‘도너(doner)’를 구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즈음 이화여대 앞에서 뿌려진 화장지 속 인쇄문구다(‘주간동아’ 360호 커버스토리 참조).

“여성 도너 구함. 불임부부 도와주실 분을 찾습니다. 만 20~29세의 신체 건강하고 용모 단정한 여성분. 도와주신 분께는 최선의 사례를 할 것임.”

일본인 불임부부의 원정시술은 여전히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일본에서 난자 구입 희망자를 모집한 뒤 한국으로 함께 건너와 서울 근교 병원에서 한국 여성의 난자를 채란, 남편 정자와 체외수정한 뒤 아내의 자궁에 이식하고 일본으로 돌아가는 순서를 밟는다. 올 초 일본 언론도 이 같은 사실을 호들갑스럽게 보도했다.

일본계 회사인 B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불임 관련 사업을 벌이는데, 이 회사의 홈페이지는 영어 일어 한국어로 서비스된다. 일본은 산부인과학회 회고(會告·난자 제공에 의한 불임치료나 대리출산 금지. 어겼을 때는 학회에서 제명)에 따라 대리출산 시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부유층 불임부부들의 경우 미국을 많이 찾고, 중산층은 불임시술비가 비교적 싼 편인 한국을 찾고 있다고 한다. 난자매매와 난자매매를 통한 대리모 임신 등이 태평양을 오가며 이뤄지는 셈이다.

미국에서 아시아인 난자 공여자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고 광고하는 B사는 난자 공여 대가로 6000~7000달러(약 550만~640만원)를 지급한다.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들어가 난자를 제공한 뒤 돌아온다. B사가 불임부부에게 받는 알선료는 1만 달러(불임클리닉 비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돈을 받고 생식세포가 거래되는 행위는 비윤리적이다. 특히 빈곤국가의 ‘난자 수출’과 빈곤층 여성의 ‘난자매매’는 더욱 안타깝다. 상업적 난자매매는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훼손하며 여성의 도구화를 조장한다. 불임부부가 증가함에도 입양을 대안으로 선택하는 사례가 적어 생명을 사고파는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듯하다.

그러나 일부에선 불임 여성의 애환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욕구로 인해 250만원으로 난자를 구입한 뒤 임신한 여성을 탓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생식 목적의 이타적 난자기증을 허용하고, 수증자로 하여금 기증자에게 ‘실비’로 보상할 수 있게끔 하자는 제안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까닭이다.

생식세포 관리 및 보호 법률안 입법예고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일부 학자들도 과학연구용 난자를 기증하는 여성에게 금전적 보상을 허용한 영국의 예를 들며 푸념하고 있다. 한국의 법이 연구목적의 난자 기증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생식세포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타적 목적의 난자기증은 지금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불임부부를 위한 이타적 목적의 난자기증도 윤리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난자 주인이 수정란의 소유권을 주장하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태어난 아이의 진정한 어머니는 과연 누구일까? 불임부부가 이타적으로 난자와 정자를 제공한 남녀의 신상정보를 검토한 뒤 자신의 취향에 맞춰 주문할 수 있는 ‘기성배아’ 시대가 열린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棟



주간동아 2007.08.14 598호 (p40~41)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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