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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이명박 vs 박근혜

李 대세론이냐, 朴 대역전이냐

‘조직’ 대 ‘바람’의 승부 … 8·19 운명의 날 누가 웃을까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李 대세론이냐, 朴 대역전이냐

李 대세론이냐, 朴 대역전이냐
한나라당의 첫 번째 합동연설회가 열린 7월22일 제주 한라 실내체육관. 한나라당 박근혜 대선 경선후보가 체육관에 들어서자 청중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그들은 앞다퉈 손을 내밀었고, 박 후보는 일일이 그 손을 잡았다. 청중이 물러서고 자리를 옮기는 사이 박 후보는 자신의 손을 주물렀다. 박 후보의 손은 지금 만성피로 상태다. 2004년 총선 때 한 차례 무리한 이후, 요즘은 수시로 통증이 찾아온다. 의사들은 “손을 쉬게 하라”고 속 편한 처방을 내린다. 그러나 촌음을 다투는 그에게 ‘쉬라’는 것은 배부른 소리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손은 전쟁터에 선 병사의 소총이다. 후보와 유권자는 손을 통해 스킨십을 나눈다. 손을 묶어놓고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

양측 캠프 신경전 최고조 … 네거티브 공세도 서슴지 않아

결전의 날을 20여 일 앞둔 이명박 대선 경선후보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권자를 부둥켜안거나 때로는 술잔을 부딪친다. 이 생활이 벌써 7개월째지만 대중 앞에 서는 것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선거에 나선 사람이 대중을 피할 수도 없는 노릇. ‘강골’인 그도 입에서 단내가 나는 눈치다. 옆에서 지켜보는 측근 L씨는 “애환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박근혜 이명박 두 후보는 힘들다고 내색할 수도 없다. 표정 하나에 유권자가 일희일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통스러워도 웃고, 힘들어도 기운이 넘치는 척한다. 8월19일에 웃을 사람은 오직 한 사람 아닌가.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제주는 전국의 민심을 잴 수 있는 특별한 지역이다. 비행기로 서울과 한 시간 거리지만 민심의 결은 뭍과 사뭇 다르다. 제주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다. 경선을 한 달 앞둔 한나라당은 이런 제주를 찾아 경선 흥행과 대세몰이를 시도했다. 2002년 민주당의 제주 경선이 불러일으킨 감동을 지켜보기만 했던 한나라당의 이번 기대는 컸다. 그러나 기대는 깨졌다. 쪽박을 깬 것은 한나라당 자신이다.



행사 시작 1시간 30분 전 지지자들이 체육관에 들어서기 시작했고, 그들은 입장과 동시에 자리싸움에 나섰다. 욕설은 기본. 몸싸움, 삿대질, 멱살잡이…. 사용이 금지된 갖가지 플래카드와 막대풍선 등이 어지러운 연설회는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현장을 취재한 한 기자는 “저급한 응원전의 표본”이라고 평가했다.

두 후보 캠프의 신경전도 첨예했다. 현장을 확인하던 이 후보 캠프의 조해진 공보특보는 “박사모가 동원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 말을 들은 박 후보의 구상찬 공보특보가 맞받아쳤다. “이게 시켜서 할 수 있는 일이냐.”

이날 행사장에는 축제 분위기 대신 대립과 갈등, 악의와 분노가 번뜩였다. 홍준표 후보가 연설회의 분위기를 꼬집었다. “한나라당에는 감동이 없다.” 이기겠다는 욕망만 넘쳐날 뿐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주장이다.

왜 두 후보의 캠프는 이토록 예민한가. 연설회가 마지막 승부처이기 때문이다. 연설회를 놓치면 더는 기회가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릴 여유가 없는 만큼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고, 네거티브를 서슴지 않는다.

그 사이 두 후보의 지지율은 춤을 춘다. 7월 말 현재 지지율은 조사기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 이 후보가 넉넉한 1위를 달리는가 하면 근소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크게 보면 호각지세(互角之勢). 그러니 둘 사이의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고, 결과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믿음이 양 캠프 진영에 감돌고 있다.

경선의 최대 변수는 대의원과 당원 표심이다. 전체 선거인단 18만4709명 가운데 62%(대의원 4만5717명, 당원 6만9496명)를 차지하는 이들이 사실상 승패를 결정짓는 주인공이다. 두 후보는 이들을 유인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검증 공세 이후 박 후보의 따라잡기 가속

지난해 연말까지 ‘당심’은 박 후보가 우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이 흐름에 변화가 감지됐다. 당심이 이 후보 쪽으로 옮겨갔고, 이후 이 후보 측은 이 흐름을 유지했다. 7월24일 한 언론이 발표한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의원(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9%P)의 경우 이 후보와 박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53.0%와 37.8%를 기록, 무려 15.2%의 차이를 보였다. 당원(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0%P)도 이 후보가 46.5%, 박 후보가 42.4%로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박 후보가 이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 측이 대세론을 주장하는 근거다.

그러나 6월 검증 공세가 강화되면서 일반인 여론조사에서는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박 후보가 이 후보를 따라잡는 추세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 박 후보 측은 선거인단의 30%에 이르는 일반당원 그룹에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 이곳을 ‘박근혜 바람’의 진원지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박 후보 측은 2004년 총선 때 같은 ‘바람’이 일어나면 일반당원 그룹에서 역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 후보 캠프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편이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대의원 당원 그룹을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전국 230여 개 지역당원협의회 가운데 현재 130~140개를 장악하고 있다는 자체 판세분석도 나온다. 최근에는 당내에 상당 지분을 보유한 김덕룡 의원까지 영입해 조직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캠프 일각에서는 ‘승부가 끝났다’는, 샴페인 터뜨리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선거판의 표정은 하루하루 달라진다. 내부는 물론 외형 변수까지 가세할 경우 최종 승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박 후보 측은 8월 대역전을 꾀한다. 7월 대반전에 실패한 박 후보 측의 히든카드는 예나 지금이나 이 후보의 ‘과거’를 검증하는 것이다. 박 후보 캠프가 ‘마지막 히든카드를 8월10일 전까지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후보 일가의 부동산 소유현황을 그린 지도를 들고 다니는 홍사덕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명박 필패론’을 강조한다.

반면 이 후보 측은 새 변수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불리해진다 싶으면 이 후보 측도 출격에 나설 태세다. 박 후보 측이 준비한 네거티브보다 임팩트가 큰 ‘물건’을 확보했다는 말도 나온다. 온갖 상처로 내성이 생긴 이 후보에게 한두 개 상처가 더 생기는 것은 큰 의미가 없지만, ‘순백’의 박 후보는 사정이 다르다. 네거티브가 터진다면 깨끗하고 도덕적인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받은 6억원의 성격과 행방에 당장 의혹이 인다. 전 전 대통령이 준 ‘+α’에 대해 커밍아웃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최태민을 둘러싼 의혹이 과거완료가 아닌 현재진행형임을 강조하는 이 후보 측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두 후보를 위협하는 사안은 바깥에서도 고개를 든다. 먼저 검경 수사결과가 두 후보를 압박한다. 박 후보 측 핵심인사들이 한반도대운하 정부 재검토보고서 유출과 이 후보 일가의 주민등록초본 불법 발급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수세에 몰렸던 이 후보 측은 국면 전환의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이 후보 처남 김재정 씨의 명예훼손 고발, 고소를 계기로 시작된 검찰 수사과정에서 ‘불법’이 드러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판은 깨진다. 이 후보는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타를 맞게 된다.

합동연설회와 토론회도 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들의 대중성, 자질, 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경선에 20% 반영되는 여론조사의 세부규칙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의 문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질문방식을 둘러싼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이 후보 측은 “누구를 대선후보로 선호하느냐”라는 선호도를 주장한다. 반면 박 후보 측은 “투표일이라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라는 지지도를 고집한다. 지금까지 여론조사 방식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질문형식을 각자 고집하고 있는 것.

범여권 후보 등장 시기도 李·朴 부침에 변수

범여권 후보의 윤곽이 언제 드러나느냐 하는 점도 두 후보의 부침에 영향을 미친다. 외견상 범여권 후보가 일찍 부상하면 이 후보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해빙무드가 급물살을 탈 경우도 로열티가 약한 한나라당 지지층이 이탈할 개연성이 있다.

두 진영은 금품 관련 스캔들에 특히 조심하고 있다. 당협위원장이나 대의원을 상대로 한 금품 살포가 진행되거나 계획 중이라는 소문이 돌기 때문이다.

이 후보 측은 TK 지역이 열세다. 출신지역의 열세는 부담이다. 한 관계자는 “경북지역에서 이기면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한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앞선 이 후보 측 판세표를 보면 그의 지적은 빈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 TK 지역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포항을 중심으로 바람몰이에 나섰지만 이 지역은 쉽게 마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박 후보 측은 수도권을 경선 승부처로 본다. 수도권에서 이 후보에게 뒤져 전체적으로 열세를 면치 못했다는 것이 박 후보 측 설명이다. 향후 수도권 격차를 10% 내로만 좁히면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두 후보는 상대방의 안방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양 진영은 중간 개가를 통해 대세론을 굳히는 데 몇 집이 더 필요한지, 대역전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선 어느 대마를 잡아야 하는지 계산을 끝냈다. 이 후보 측이 지지율 1위 자리를 지키려면 의혹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들이 신뢰를 보낼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해명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반대로 박 후보 측은 마의 30%대를 넘기 위해 좀더 구체적인 콘텐츠를 내놓아야 한다. 상대의 추락을 통한 반사이득으로는 지지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시장은 과거만 파헤치는 네거티브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 표정이다.



주간동아 2007.08.07 597호 (p14~17)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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