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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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경제 원기 충전 “코리안 파워”

건축·서비스업 등 사업이민자 급증 … 호주인이 좋아하는 아이템으로 성공 일궈

  • 애들레이드=최용진 통신원 jin0070428@hanmail.net

    입력2007-04-25 1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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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경제 원기 충전 “코리안 파워”
    남호주의 애들레이드 시내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한인 이민자 권미형(여·58) 씨는 요즘 밀려드는 주문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원예업에 종사한 권씨는 호주인들이 유독 꽃을 좋아한다는 점에 주목, 2005년 사업이민을 와 호주인에게서 시내 꽃집을 인수했다.

    권씨만의 독특한 꽃장식은 금세 호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단골손님이 부쩍 늘었고, 그의 화려한 꽃장식이 호주 인기 TV여행프로그램 ‘포스트카드’에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이 20만 호주달러(약 1억5500만원)에 이를 정도로 그는 머나먼 타향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권씨는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곳에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한 점이 성공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05년 애들레이드로 사업이민을 온 이병규(여·35) 씨 또한 적절한 사업 아이템으로 빠른 시간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이민자다. 그가 애들레이드 시내에서 문을 연 화장품 체인점 ‘더 페이스 샵’은 빠른 속도로 호주 젊은이들의 눈과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씨는 호주의 기존 화장품보다 질이 뛰어난 한국 제품으로 아시아 여성 고객부터 공략했고, 외모에 관심 많은 호주 젊은이들을 상대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외모 가꾸는 신세대 적극 공략

    전통적으로 호주인들은 외모를 가꾸는 데 관심이 없다. 그러나 신세대는 그렇지 않다는 게 이씨의 귀띔이다. 이씨는 “기성세대와 달리 자신을 가꾸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호주 신세대의 특성을 파악한 점이 성공요인”이라며 “호주에서는 뷰티 관련 사업의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호주로 이민 오는 한국인이 부쩍 늘었다. 호주 이민부의 자료에 따르면 영주비자를 발급받은 한국인이 2002년 2044명에서 2006년 4021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사업이민자 수가 크게 늘었다. 1997년에는 717명이 사업비자를 받는 데 그쳤지만 2003년에는 1380명이 받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더 많은 한국인이 사업비자를 가지고 호주를 찾고 있다. 웨스트팩 은행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며 비즈니스 투자 상담을 하고 있는 켐 루 씨는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온 사업이민자들이 건축업 서비스업 제조업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보통은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오래 했거나 사업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사업이민을 온다. 이들은 호주를 ‘살기 좋은 나라’로 생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투자처’로 여긴다. 한국에서 쌓은 비즈니스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현지 언론들이 앞다퉈 한인 사업이민자들의 활약상을 다룰 정도로 호주사회는 증가하는 한인 사업이민자들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의 활약상이 호주경제를 활성화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남호주 일간지 ‘애드버타이저’는 최근 보도에서 “지난 한 해 동안 73개 한인 가정이 남호주로 사업이민을 왔다”고 전하면서 “이들은 호주인들이 운영하던 사업체를 인수하며 다양한 투자사업을 벌여 남호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했다. 이 신문은 1면에 이병규 씨 인터뷰를 싣기도 했다.

    호주 경제 원기 충전 “코리안 파워”

    애들레이드에서 활발하게 사업활동을 하고 있는 이병규 씨와 권미형 씨(오른쪽 사진 맨 왼쪽).

    부동산 투자도 유망 분야

    호주의 한인 사업이민자들은 “호주에는 사업 기회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민 온 사람들로 구성된 나라이기 때문에 호주인들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다양한 상품들에 관심이 높다. 권미형 씨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호주인이 성황리에 운영하던 사업체를 인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호주에서 성공을 거둔 한인 사업이민자들의 공통점은 한인뿐만 아니라 호주인들도 좋아할 만한 사업 아이템으로 고객층을 다양화했다는 점이다. 최영규(28) 씨가 운영하는 한국식 퓨전 레스토랑 ‘더 스팟’이 좋은 예다. 독특한 건강식을 현지 입맛에 맞게 변형시킨 이 레스토랑은 호주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최씨는 무더운 애들레이드 날씨를 감안해 팥빙수와 냉차가 포함된 채소 위주의 점심메뉴를 선보여 큰 인기를 얻었다. 현지 언론은 이 레스토랑의 팥빙수를 ‘호주 여름에 가장 알맞은 최상의 디저트’로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한인 사업이민자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미 성황리에 운영 중인 사업을 인수한 뒤 새로운 아이템을 추가, 공격적인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인이 운영하는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 자동차 판매점 등이 이런 형태다. 시내 유명 오피스 빌딩을 인수하는 한인도 여럿이다. 호주 역시 부동산 붐이 일고 있어 부동산도 유망한 사업 아이템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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