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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찾는 논술 비전| 다산 정약용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

너 자신을 되돌아보라!

  • 김민우 학림논술 수석연구원

너 자신을 되돌아보라!

너 자신을 되돌아보라!
논술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환경, 철학 등 그야말로 가리는 분야가 없이 출제된다. 너무 광범위해서 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이 준비하기엔 벅차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배경지식’ 습득 방법과 ‘잘 쓸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한다. 단기간에 요령을 익히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당연한 바람이다. 논술도 결국은 시험이어서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본말(本末)이 뒤바뀐 바람이다.

다산 정약용에게 이인영이란 젊은이가 문장학을 배우고 싶다며 찾아온다.

“훌륭한 문장을 남길 수만 있다면 공명(功名)과 멀어져 평생을 불우하게 살아도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저를 가르쳐주십시오.”

다산은 답했다.

“문장이란 무엇일까? 학식은 안으로 쌓이고, 문장은 겉으로 펴는 것일세.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으면 살가죽에 윤기가 나고, 술을 마시면 얼굴에 홍조가 피어나는 것과 다를 게 없지. 그러니 어찌 문장만 따로 쳐서 취할 수가 있겠는가? … 바라건대 자네는 이후로 문장학에 뜻을 끊고, 서둘러 돌아가 늙으신 어머니를 봉양하게나. 안으로 효우(孝友)의 행실을 도타이 하고, 밖으로는 경전 공부를 부지런히 하게나. 그래서 성현의 바른 말씀이 언제나 몸에 젖어 나를 떠나지 않도록 하게.”(정민,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글 잘 쓰는’ 기술을 배우려고 찾아온 젊은이에게 다산은 기술(요령)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안(정신)’을 충실하게 하면 ‘밖(글)’은 자연스럽게 아름다워진다. 그러므로 내면의 충실함을 최우선 목적으로 할 일이지 밖을 꾸미는 방법에 안달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산의 이와 같은 말을 실천하려 하면 우리는 ‘삶과 죽음’(2006년 이화여대)이란 근본적인 물음과 만나 ‘고뇌’(2008년 서울대 예시)하게 된다. 시시각각 닥쳐오는 ‘삶의 위기’(1998년 경희대)를 해결할 방안에 골몰하게 되고, ‘어떻게 살아야’(1998년 성균관대) ‘바람직한 인간’(2006년 경희대 수시)이 될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논술, 기본 중의 기본은 자기 성찰

논술을 잘하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은 자기 성찰이다. 결국 논술이 아무리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출제된다 해도 그것은 ‘나’에게서 시작되는 범위를 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논술을 잘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다산의 말을 되새겨 먼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안’을 보살피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마땅하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의 중요함은 다산만 강조한 것이 아니다. 다음은 평생을 능동적 주체로서 살려고 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이다.

너 자신을 되돌아보라!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 불가피하게 되지 않는 한 체념의 철학을 따르기를 원치 않았다. …아직도 우리들은 개미처럼 비천하게 (허덕이며) 살고 있다. 우화를 보면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개미에서 인간으로 변했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우리들의 최고 덕은 쓸모없고 피할 수 있는 불행의 경우에만 모습을 나타낸다. 우리의 인생은 사소한 일들로 흐지부지 헛되이 쓰이고 있다.”

다산 정약용과 헨리 소로를 통해 우리는 ‘자기 성찰적 내면 가치의 추구’(2007년 성균관대, 2001년 전남대 정시)는 훌륭한 글과 삶을 위한 대전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가? 어떻게 ‘살 수밖에’ 없는가?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앞의 두 질문 중에서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살아왔고, 살고 있는가. 기본적으로 삶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라야 삶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의문을 갖는다는 것은 문제의식을 가지라는 말이다. 이것이 앎에 대한 호기심, 이른바 지적 호기심이다. 삶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논제와 제시문을 통해 주어지는 현상들(현실적 삶의 문제들)에 대해 자기 주장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을까. ‘ 왜’를 물어야 ‘어떻게’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는 법이다.

상식 파괴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라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2001년 이화여대 정시)을 썼다. 세상은 변한다. 인간 세상도 자연 세계처럼 변화무쌍하다. 세상이 변하면 인간이 처한 환경도 변한다. 이때 “세상은 변해도 사람은 변치 않는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사람은 변치 않고 지켜야 할 ‘인도(人道)’를 따라야 하는 법이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다.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변하는데 인간의 삶의 방식이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 도대체 시대를 초월한 ‘바람직한 인간관’(2002년 서강대 예시)이란 무엇일까.

우문현답(愚問賢答)이란 말이 있지만, 이것은 답하는 사람의 자질을 일컫는 말이지 묻는 사람의 자질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질문을 잘하는 것이 공부의 지름길이다. 그러나 질문의 빈도보다 중요한 건 핵심을 묻는 것이다. 본질에서 어긋난 질문에서는 본질에서 어긋난 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질문을 잘하는 것은 공부하면서 배워야 할, 그리고 배운 뒤에 실천해야 할 사람의 가장 큰 덕목이다. 질문을 잘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지식인의 길에 들어서려는 사람들의 자세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잘 쓰는 기술(요령)’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상식일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 상식을 부정하는 것이 목적을 성취하는 데 지름길이 된다.

“그러나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나의 표현이 충분히 ‘상궤(常軌)’를 벗어난 것이 되지 못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내가 확신하고 있는 진리를 알맞게 표현할 수 있도록 나의 일상적인 경험의 좁은 한계를 벗어나 멀리 나아가지 못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상궤를 벗어난다는 것’, 그것은 당신이 어떤 울타리에 둘러싸여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새로운 풀밭을 찾아서 다른 위도로 옮겨가는 들소는 젖 짤 시간에 통을 차서 둘러엎고 울타리를 뛰어넘어 제 새끼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암소만큼이나 상궤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소로, ‘월든’)

상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앎은 제한된다. 우물 안 개구리다(2005년 서울대 정시). 그러므로 학생들은 무작정 ‘잘 쓸 것’을 목적으로 삼지 말고, 먼저 자기 삶을 반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잘된 글’이 나온다. 이는 여느 학생들의 바람과 비교할 때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그러나 그 ‘상식’, ‘풀밭-잘 쓰는 기술(요령)’을 찾으려 하지 말고 울타리를 벗어나 정말 중요한 ‘내 삶-안으로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와 사이좋게 지내며, 밖으로는 경전 공부를 부지런히 함)’으로 돌아가라. 당장의 상식을 파괴하고 앎의 확장을 꾀하라. 그렇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라. ‘제대로’ 된 의문을 품고 ‘제대로’ 된 방법을 추구하라. 그리고 ‘제대로’ 실천하라. 그런데 학생들은 늘 반대로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수레를 타는 것과 같다. 수레를 타는 사람은 손에 통 하나를 들고 기름을 담아 날마다 두 번 바퀴통에 기름을 발라준다. 수레를 매끄럽게 나아가게 해서 수레가 부서지지 않고 내가 가고자 하는 곳까지 가서 쉬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어떤 남자는 수레를 아름답게 꾸미려고만 할 뿐 가는 것은 잊었다.” [‘일발암기(一鉢菴記)’ 정약용,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정민 ]

수레의 겉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우냐는 수레의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수레를 제아무리 멋들어지게 꾸민다 한들 얼마 가지 못해 바퀴가 빠지면서 부서지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법이다. 수레는 단지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부디 학생들은 다산 정약용과 헨리 소로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고, 돌아가는 것 같지만 정작 빠른 길인 ‘제대로’ 된 길을 걷기 위한 ‘제대로’ 된 방법을 추구하라.



주간동아 575호 (p91~93)

김민우 학림논술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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