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5

..

홍대 앞 젊은 사랑방 ‘이리카페’

‘문화계 이리’들 생산공간으로 입소문 … 언더그라운드 문화 야성 키우기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7-02-28 16:2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홍대 앞 젊은 사랑방 ‘이리카페’

    콘크리트와 배관선이 드러난 이리카페. 그러나 무선인터넷과 첨단 음향시설, 희귀 서적이 갖춰져 있어 누구나 자신의 작업실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홍대 앞 젊은 사랑방 ‘이리카페’

    뮤지션이자 이리카페 대표인 김상우 씨.

    ‘홍대 앞’이 한국 문화의 중심이던 때가 있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서울 홍익대 부근의 클럽들이 한국 대중음악의 ‘줄기세포’가 되고, 눅눅한 지하의 대안공간들이 한국 현대미술계에 산소를 공급하던 시절. ‘홍대 앞 신(scene)’들은 곧 새로운 대중문화의 담론을 의미했다.

    그러나 ‘홍대 앞’이 ‘관광지’로 인기를 얻으면서 비싼 임대료를 견디다 못한 대안공간들은 다른 곳을 찾아 떠났고,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메카였던 클럽들은 ‘춤방’으로 변신해 살길을 찾았다. 홍대 앞은 원기왕성함과 활력을 잃어버렸으며, 문화가 생산되던 공간에선 나른한 소비만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모든 이가 홍대 앞을 떠난 것은 아니었다. 2005년 홍대 앞에서 방황하던 두 ‘술친구’가 의기투합해 ‘이리카페’의 문을 열었고, 지금은 젊은 문화 생산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 ‘황야의 이리’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하니, 상업화된 홍대 앞과 순화된 주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화계의 이리’들을 위한 공간임을 짐작할 수 있겠다.

    “원래 대중목욕탕 자리였는데, 공동 작업실로 얻으면서 먹고살 궁리도 해보자고 카페로 문을 열었어요. 카페 수익으로 생활도 해결하고, 여기 모이는 아티스트들과 연결되기 때문에 창작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김상우(33) 대표의 말이다. 그는 대표적 ‘홍대 앞’ 스타 밴드인 ‘3호선 버터플라이’와 ‘허클베리핀’ 멤버 출신으로, 지금은 혼자 작업을 한다. 또 다른 대표는 뉴욕에서 패션과 미술을 공부하고 작가로 활동 중인 이주영(33) 씨. 지금 이리카페 입구에 걸린 대작 ‘루돌프 이리’가 그의 작품이다. 눈빛은 매서운 이리인데, 연말 전시용이라 사슴처럼 뿔이 돋았다.



    홍대 앞 젊은 사랑방 ‘이리카페’

    이리카페 사장과 직원들이 만든 ‘직장인 밴드’의 공연 모습.

    아날로그적 분위기지만 무선인터넷, 첨단 오디오와 녹음 시스템, 40여 종의 ‘핫’한 전 세계 미술·건축·음악 전문지들과 희귀 예술서적들로 가득한 책장은 ‘홍대 앞’ 아티스트의 작업실답다.

    오전 10시, 김상우 씨와 이주영 씨가 하루 교대로 카페 문을 열고 오후 2시가 되면 ‘직원’들이 슬슬 출근한다. 직원의 반은 작가, 반은 뮤지션이다. 시간나는 사람들이 돌아가며 일을 하기 때문에 사장님도 직원이 몇 명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한다.

    특별한 전시가 없으면 직원들 작품이 벽에 걸리고, 때로 직원들과 김상우 대표가 ‘직장인 밴드’를 구성해 연주회를 갖는다. ‘재미삼아’ 시작한 ‘직장인 밴드’는 반응이 좋아 앞으로 몇 차례 더 시도해볼 계획이다.

    홍대 앞 젊은 사랑방 ‘이리카페’

    이리카페의 공동대표이자 작가 이주영 씨가 그린 연말연시를 위한 이리 작품.

    이리카페가 홍대 앞 새로운 문화생산 공간으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포트폴리오를 들고 와 전시나 공연, 행사를 희망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늘어났다. 작년엔 톱스타 이기찬 씨가 강력히 희망해 이곳에서 공연을 했다. 반응은 다른 무명 아티스트와 ‘비슷했다’고. 김, 이 대표가 기획을 하지만 임대료를 받지는 않는다. 이곳에서 작가와 관객이 무엇인가를 생산하고, 그것을 홍대 앞 사람들과 나누는 것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두려울 것 없는 이리들도 뛰는 임대료 앞에선 이맛살부터 찌푸린다.

    “이 동네, 정 떨어져요. 왜 이 동네를 떠나지 못하는지 늘 자문하면서도 떠나질 못해요. 그게 정말 이상해요.”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그들뿐만은 아닐 것이다. 분명한 점은 그들처럼 야성을 가진 이리들이 어슬렁거리기에, 홍대 앞이 여전히 그 ‘홍대 앞’임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카페 연극 ‘문학을 들려주다’
    홍대 앞 젊은 사랑방 ‘이리카페’
    3월1일부터 6월28일까지 매주 목요일 밤 8시 홍대 앞 이리카페와 카페 팩토리에서는 배우들이 관객에게 단편소설과 시를 직접 들려주는 형식의 새로운 창작극 ‘문학을 들려주다’가 공연된다. 이리카페 주인들과 친구이자 연출자인 이범 씨는 “생산성을 잉태한, 열린 공간의 가능성을 가진 장소로서 카페를 공연장소로 선택했다”고 말한다. 자세한 공연 일정은 1544-1555나 www.yricafe.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