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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과 빈곤 이중고 신음하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 3국 취재기 … 해외원조 의존 언제까지

  • 킨샤사, 아디스아바바=공종식 동아일보 뉴욕 특파원

내전과 빈곤 이중고 신음하는 검은 대륙

내전과 빈곤 이중고 신음하는 검은 대륙
올해 1월 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아프리카 순방에 동행 취재를 하게 됐다.

콩고민주공화국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파리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중간 급유를 위해 이집트 카이로 공항에 들렀다가 수도인 킨샤사까지 날아가는 데 12시간이 넘게 걸렸다. 호텔까지 가는 길은 오랜 내전의 상처를 그대로 보여줬다. 도로 옆에 있는 건물 곳곳에는 포탄을 맞은 자국이 선연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오랜 내전으로 400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내전으로 전 국토가 황폐해지면서 2005년 기준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달러를 간신히 넘어 아프리카에서도 최빈국으로 분류된다. 다행히 유엔의 도움을 얻어 지난해 46년 만에 첫 민주적인 선거를 치러 카빌라 대통령을 선출했다.

수많은 자원도 인프라 부족 탓 활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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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으로 피폐해진 도시지만 킨샤사 시내는 나름대로 활기가 넘쳤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UNE NATION’(프랑스어로 ‘하나의 국가’라는 뜻)이라는 광고판이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가장 큰 이동통신회사인 ‘보다콤 콩고’라는 회사의 광고판이었다. 가난한 나라지만 휴대전화 가입자가 5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요즘 휴대전화의 인기는 대단했다. 시장점유율이 47%에 이르는 보다콤은 직원들에게 월급을 2500달러(한국 돈으로 약 230만원이지만 이곳 화폐가치로는 2300만원보다도 많다!) 줄 정도로 장사를 잘하고 있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영토가 한반도의 11배에 이르고 구리, 다이아몬드, 코발트 매장량이 막대한 자원부국이다. 그러나 인프라가 제대로 깔리지 않아 아직까지 이 막대한 자원을 거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우간다 등과 함께 야생고릴라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많은 과학자와 비정부단체(NGO)들이 밀림에서 살고 있는 고릴라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에 파견돼 근무 중인 유엔평화유지군은 정글을 순찰할 때 고릴라와 마주치는 일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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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빌라 대통령은 수도인 킨샤사 대신 자신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키산가니에서 반기문 총장을 만났다. 킨샤사에서 키산가니까지 비행기로만 3시간 넘게 걸릴 정도로 콩고민주공화국 영토는 광활했다. 키산가니 근처 공항에서 키산가니 시내까지 가는 길은 사실상 ‘정글’이었다. 흙과 나뭇잎으로 지은 집, 벌거벗은 채 물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 바나나를 머리에 이고 가는 여인네들….

반 총장은 카빌라 대통령과 면담한 뒤 근처 유엔평화유지군 본부에 들렀다. 입구에 들어선 순간 갑자기 황토색 강물이 시선을 잡았다. 아프리카 중앙을 가로지르는 콩고강이었다. 한국에서 집중폭우가 쏟아졌을 때 한강의 흐름처럼 거대한 강물이었다. 콩고강은 세계 최대 댐인 중국 싼샤댐의 2배 규모 댐을 건설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수량을 자랑한다. 전문가들은 “콩고민주공화국은 수자원 측면에서도 축복받은 국가”라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콩고민주공화국은 자원부국으로 발전 가능성이 많은 나라지만 아직까지는 ‘가능성’에만 머물고 있다. 6년간의 내전으로 도로, 의료, 우편 등 국가가 갖춰야 할 기본 서비스가 붕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유선전화가 없어 팩스 전송 서비스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한국 업체가 50% 지분을 투자한 ‘콩고코리아 텔레콤’이 킨샤사를 중심으로 콩고민주공화국 역사상 최초로 유선전화망을 깔아 팩스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콩고민주공화국 신생 정부는 국가 핵심목표를 도로개설 등 인프라 구축과 교육에 두고 있다. 하지만 현지를 방문한 뒤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담이 열렸던 에티오피아는 역사도 오래되고 콩고민주공화국보다 훨씬 안정된 국가다. 에티오피아는 성서에 나오는 솔로몬과의 로맨스로 유명한 시바 여왕의 나라로 문화적 자부심이 대단하다. 아프리카에선 유일하게 식민 지배를 당하지 않은 나라였다.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점은 에티오피아인의 용모였다. 우리가 흔히 아프리카에서 보는 얼굴이 아니었다. 뚜렷한 윤곽의 얼굴선이 눈길을 끌었다. 이유는 에티오피아인들이 흑인과 아랍인의 혼혈이었기 때문이다. 바다 건너 아라비아반도와 지척인 에티오피아의 특수한 위치 때문에 인종 구성이 그렇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이국적인 용모 때문에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모델 중에는 에티오피아 출신이 많다고 한다.

AU 정상회담이 열린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를 방문한 길에 시내에 있는 국립박물관을 들렀다. 이곳에 인류 최초로 직립보행을 했던 루시(Lucy) 유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3층 건물인 국립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갑자기 서글픔이 몰려왔다.

시바 여왕의 나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의 국립박물관이 너무나 초라했기 때문이다. 1974년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멩기스투에 의해 축출되기까지 이 나라를 통치했던 셀라시에 황제의 화려한 의자와 침대 등이 볼거리라면 볼거리였다. 유물도 부실했다.

에티오피아를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관람한다는 ‘루시 방’으로 향했다. 지하 1층 전시실 가장 깊숙한 곳에 있었다. 루시는 직립보행 화석으로는 가장 오래된 화석유골이다. 유리 보관함에 루시의 화석유골이 최초로 두 발로 서서 걸은 직립보행의 원조답게 인간의 모습을 한 채 꼿꼿이 서 있다. 키 110cm 정도에 몸무게는 30kg이었다고 한다. 살았던 시기는 320만 년 전.

서서히 경제개발에 눈떠 ‘그나마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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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관리가 너무 허술했다. 그래서 문득 ‘누가 나쁜 마음을 먹고 루시를 훔쳐간다면?’이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나오는 길에 박물관 직원에게 물어보니 진짜 화석은 별도 장소에 보관돼 있고 박물관에 있는 것은 석고모형이라는 말을 듣고 안심이 됐다.

높은 지대에 자리한 아디스아바바는 날씨가 선선해서 다른 아프리카 지역에 비해 여건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시내를 운행하는 차량이 20, 30년 이상 된 낡은 차량이어서 숨쉴 때는 약간 답답함이 느껴졌다.

1991년 사회주의 정권을 표방한 멩기스투 정권을 축출하고 친서방 정권이 등장했지만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힘들다.

기자가 방문했던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케냐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제기구 등 외부 원조의존 경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콩고민주공화국은 유엔평화유지군이 철수하면 정부의 존립 자체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미약하지만 정세가 안정되고 사람들이 ‘경제개발’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는 아프리카인들의 삶이 좀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棟내전 때 포탄을 맞은 흔적이 역력한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의 한 아파트(위).

킨샤사 어린이병원에서 만난 어린이들.



주간동아 575호 (p42~43)

킨샤사, 아디스아바바=공종식 동아일보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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