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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공의 80%는 쪽팔림이 만들었다”

‘다국적 연애박사’로 인터넷서 화제 된 양정선 씨 “일도 사랑도 부끄러움 버려야”

  • 싱가포르=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내 성공의 80%는 쪽팔림이 만들었다”

“내 성공의 80%는 쪽팔림이 만들었다”
당사자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한국 남자의 관점으로 보면 그녀는 결코 미인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화려한 연애 전력을 알게 되면 숨겨진 매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십수 명 꽃미남과의 화끈한 자유연애, 그것도 고리타분한 한국 남성이 아니라 잘나가는 다국적 엘리트들이다. 연애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현재 세계적 다국적기업인 P·G에서 50여 명의 부하 직원을 거느린 물류전문가로 활약 중이니 사랑과 일을 동시에 쟁취한 케이스인 셈이다.

뉴질랜드 IPC대학 전액장학생 출신인 그녀는 최근엔 영어학습론에 대한 책을 펴내 베스트셀러 저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혹시 조기유학 코스를 밟은 유복한 엘리트일까? 하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녀가 자신을 설명할 때면 “강원도 감자바우 출신에 지방대를 나왔다”고 은근히 독자들의 시기심을 자극(?)하니 말이다.

자신의 연애무용담을 인터넷에 연재해 여성 누리꾼의 우상으로 떠오른 양정선(31) 씨. 이쯤 되면 평범한 시골처녀에서 여성들이 선망하는 ‘국제적 커리어우먼’, 요즘 세태에선 그보다 더 높은 가치로 인정받는 ‘연애박사’로 거듭난 그녀의 삶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 지난 1년간 인터넷에 연재한 ‘라부스토리-토종 한국여자의 글로벌 연애백서’가 큰 인기를 끌었다. 어떤 계기로 이처럼 도발적인 글을 쓰게 됐나.

“2005년에 결혼을 했다. 싱가포르에서의 직장생활을 잠시 접고 시댁이 있는 스웨덴에서 살게 됐는데 너무 심심하더라. 그래서 내 20대를 채운 풋사랑에서부터 결혼하기 직전까지의 모든 사랑을 인터넷에 써봤다. 글만 쓰면 재미없으니까 그림 솜씨도 함께 발휘해본 것뿐이다. 더 적나라하게 쓰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말리는 바람에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웃음)



- 남성 편력이 과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10여 개 국가의 남성들을 만나본 셈이다. 그런데 이 숫자가 절대로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 세대(1976년생)라면 누구든 10여 년간 스쳐간 이성이 그 정도는 되지 않겠나.”

- 양정선 씨 글에 대해 여성 팬의 호응이 적지 않다. 요즘 젊은 여성들이 꿈꾸는 많은 것을 이뤘기 때문인 듯하다.

“실제로 팬이라고 하는 분들이 모두 여성이더라. 팬레터를 받아보면 대부분 ‘해외에서 직장은 어떻게 잡고 외국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부터 나온다. 얽매이지 않는 삶과 연애에 대한 갈망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다.”

“내 성공의 80%는 쪽팔림이 만들었다”
이력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녀는 ‘중학교 때까지 맨 뒷자리에서 만화만 그리던 학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어만큼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열심히 했다는 것. 즐기면서 한 영어공부 덕분인지 뉴질랜드까지 장학생으로 가게 됐고, 이후 그녀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 국제연애의 관건은 역시 유창한 영어실력일 텐데….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국적은 사랑과 무관하고, 돈이야 함께 벌면 되는 문제니까 결국 연애의 관건은 전략적인 구애과정과 서로 충돌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 국적이 무관하다지만 나라별로 남성들의 특징에 대한 코멘트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싱가포르 남자는 결혼상대로선 최고다. 가정적이고 착하지만 재미가 없다고 할까? 프랑스 남자는 로맨틱하기 때문에 연애 상대로 딱이다. 반면에 일본 남자는 개인주의적이다. 여자를 구속하지 않지만 사랑에 목숨 걸지 않아 민숭민숭하다. 뉴질랜드 남자는 순박한 것 같고, 홍콩 남자는 요리를 잘하지만 집착이 강한 편이다. 유독 한국 남성만 요리에 젬병이더라. 타고난 보수적 사고 때문인지 연애 초반에만 반짝하고 금세 힘을 잃는 편이다.”

- 상대방의 어떤 면에 끌리던가.

“나도 처음엔 느낌보다는 외모를 주로 봤다. 그런데 경험이 늘수록 잘생긴 외모와 훤칠한 키보다는 유머감각을 지닌 남자에게 더 끌린 것 같다. 잘생긴 남자들이 ‘얼굴값’ 하는 것은 여성과 별반 다를 게 없더라.”(웃음)

- 한국 여성들은 왜 글로벌한 연애를 동경하는 것일까.

“외국 남성과 사귀게 되면 한국 남성과 만나면서 답답했던 점, 여성에게 족쇄로 작용한 것들이 사라지기 때문일 거다. 한국 남성에겐 여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식의 강박관념이 있는데, 그것은 곧 여자를 컨트롤하고 싶어하는 욕망의 다른 표현이 아닌가.”

- 연애가 손해 보는 장사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지.

“설마…. 연애는 귀찮아서 피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대개는 두려워서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는 거지 ‘안’하는 게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 바로 연애가 아닐까? 연애를 피하는 사람이 오히려 루즈(loose)하고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우엔 결혼하고 가장 아쉬운 게 더 이상 연애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인터넷으로 알게 된 스웨덴 동포와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수많은 아시아 남성들을 ‘편력’했지만 종착역은 ‘서구에 오래 산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 남편 때문에 솔직한 공개가 힘들었을 듯한데….

“그게 바로 한국 남자들의 한계다. 외국 남자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내 남편은 일곱 살에 이민 간 스웨덴 사람인데, 나도 처음엔 조금 걱정돼서 남편에게 그런 속내를 비쳤더니 살짝 웃고 말더라.”

- 한국 남자만 순결을 강조한다는 건가.

“솔직히 말해 그런 경향이 있다. 여자 입장에서는 화나는 일이다. 싱가포르에서도 한국 사람들만 내 글을 보고 ‘내 여자친구가 당신 같다면 결혼 못한다’는 식의 험담을 늘어놓는다. 부정하다는 것은 관계의 유무가 아닌 신의를 저버린다는 뜻이다. 지금 사귀는 이성하고만 관계하는 것은 연애의 기본이다.”

- 글로벌 연애나 직장생활의 결정적인 장점을 꼽는다면?

“음, 외모에 신경 안 써도 된다는 것. 한국에서는 ‘너는 쌍꺼풀 수술 안 하니?’ 하는 식으로 여성에게 무조건 예쁠 것을 강요하지 않나. 하지만 여기선 외모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나를 그냥 나 자신으로 인정해주는 것. 나는 솔직히 예쁘지도 않고 내세울 만한 장점도 없지만, 여기서 자신감 있게 살 수 있었다.”

- 한류 때문에 한국인들에 대한 인상이 좋아진 것 같다.

“나도 한류 덕분에 연애에 큰 도움을 받았다. 한류로 인해 아시아 사람들과 대화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새콤달콤한 연애 얘기는 요즘도 여성인터넷 포털 ‘마이클럽’과 ‘팟찌닷컴’에서 필명 ‘바이크’로 접할 수 있다. 그녀가 말하는 연애 노하우의 핵심은 간단 그 자체다. 누군가를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되라는 것. 부끄러움을 버리지 않고선 일도 사랑도 결국 남의 차지가 돼버리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그녀는 “내 인생의 80%는 ‘쪽팔림’이 만들었다”고 강조한다. 공감은 가지만 선뜻 실천하기 힘든 비결이 아닐까.



주간동아 575호 (p40~41)

싱가포르=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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