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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논술이 기가 막혀!

“어렵다 어려워” 교수님도 두 손 번쩍

난이도 지나치게 높고 어법 안 맞는 제시문 수두룩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어렵다 어려워” 교수님도 두 손 번쩍

“어렵다 어려워” 교수님도 두 손 번쩍
대입 논술시험은 어느덧 괴물이 돼버렸다. 고등학교 3학년 수준의 체험과 성찰을 진단하는 글쓰기 평가가 아니라, 대학교수조차 풀기 어려운 변종 본고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문장과 논리 면에서 모범이 돼야 할 대입 논술 문제의 허술함을 비판하는 전문가도 많다. ‘주간동아’는 일선 고교 교사, 대학교수, 학원강사들의 자문을 통해 ‘논술 기출문제의 적절성과 오류’를 철저히 해부했다.

비문, 번역투…독해 불가형 지문

대입 논술시험은 대략 두 가지 능력을 측정한다. 첫 번째는 기본적인 언어 및 문장 구사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논리적인 추론 능력이다. 학생들의 이런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먼저 논술 문제의 제시문이 보편타당하고 어법에 맞아야 한다. 하지만 학림논술 강상식 연구소장이 꼽은 세 대학의 제시문은 이 원칙에 한참 어긋나 있다.

2005학년도 한국외대 정시 논술

제시문 와 제시문 는 도덕의 기원에 관한 두 견해이다. 두 견해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그중 하나를 근거로 하여 제시문 에 나타난 행위의 동기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우리는 응당 최고선의 촉진을 추구해야 한다. (최고선은 그러므로 역시 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또한 이 연관의 근거, 곧 행복과 윤리성 사이의 정확한 합치의 근거를 함유할, 자연과는 구별되는 전체 자연의 원인의 현존이 요청된다. (…) 그러므로 도덕적 마음씨에 적합한 인과성을 갖는, 자연의 최상원인이 전제되는 한에서만, 이 세계에서 최고선은 가능하다. 무릇 법칙의 표상에 따라 행위할 수 있는 존재자는 예지자(이성적 존재자)요, 이 법칙 표상에 따르는 그런 존재자의 원인성은 그 존재자의 의지다. (…) 이렇게 해서 도덕법칙은 순수 실천이성의 객관이자 궁극 목적인 최고선의 개념을 통해 종교에, 다시 말해 모든 의무들을 신의 명령들로 인식하는 데에 이른다. (도덕 법칙은 의무들을 곧) 남의 의지의 제재(制裁), 다시 말해 임의적인, 그 자신 우연적인 지령들로서가 아니라, 각자의 자유로운 의지 자신의 본질적인 법칙들로 인식하는 데에 이른다. 그럼에도 이 법칙들은 최고 존재자의 명령들로 보아져야만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오직 도덕적으로 완전한(성스럽고 선량한), 동시에 전능한 의지에 의해서만 최고선을 희망할 수 있고, 그러므로 이 의지에 합치함으로써 최고선에 이르는 것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칸트, ‘실천이성비판’)

“어렵다 어려워” 교수님도 두 손 번쩍
제시문 로는 에드워드 윌슨의 ‘인간본성에 대하여’ 중 일부와 매트 리들리의 ‘덕의 기원’ 중 일부가, 제시문 로는 익명의 기부자가 늘고 있다는 2004년도 12월24일자 ‘조선일보’ 기사가 나왔다.

이 문제의 가장 큰 난점은 바로 제시문 를 이해하는 것이다. 칸트의 사상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서툰 번역 때문에 글을 파악하기가 더욱 쉽지 않다. 서울 상위권 사립대 국문과 A 교수는 제시문 의 첫 번째 문제로 ‘개념어의 모호하고 확장된 사용’을 들었다.

“‘예지자’가 ‘이성적 존재자’라면 ‘이성적 존재자’는 항상 ‘예지자’여야 한다는 뜻이 된다. 이것은 이성적 존재자의 개념을 지나치게 확장한 것이다. ‘법칙 표상’이란 표현 역시 법칙이 표상될 수 있거나 표상되어야 한다는 특정한 ‘견해’를 전제하는 것이다.”

주어부(主語部)가 지나치게 길거나 꼬여 있어 불안정한 문장도 눈에 띈다. A 교수는 제시문 중 ‘이렇게 해서 도덕법칙은 순수 실천이성의 객관이자 궁극 목적인 최고선의 개념을 통해 종교에, 다시 말해 모든 의무들을 신의 명령들로 인식하는 데에 이른다’는 문장을 대표적인 비문으로 지적했다. ‘종교에’를 받는 술어가 없다는 것. 이 문제를 훑어본 국어학자들은 “이렇듯 불완전한 지문을 학생에게 이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출제자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경희여고 윤상철 교사(철학)는 “학생들이 고교 교과과정에서 칸트 철학을 배우긴 하지만, ‘실천이성비판’은 고교생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라고 지적했다.

2006학년도 서강대 정시 논술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라.

[가] 인간이란 정신이다. 정신이란 무엇인가? 정신이란 자기이다. 자기란 무엇인가? 자기란 자기 자신과 관계하는 관계이다. 즉 거기에는 관계가 자기 자신과 관계하는 것들이 포함돼 있다. 자기란 단순한 관계가 아니고, 관계가 자기 자신과 관계하는 바를 의미한다.

인간은 유한성과 무한성, 시간성과 영원성, 자유와 필연의 종합이다. 요컨대 인간이란 종합이다. 종합이란 양자 사이의 관계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인간은 아직 아무런 자기가 아니다.

양자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관계 그 자체는 부정적 통일*로서의 제삼자이다. 그들 양자는 관계에 대해 관계하는 것이며, 그것도 관계 속에서 관계에 대해 관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인간이 영혼이라고 할 경우, 영혼과 육체의 관계는 그와 같은 관계이다. 이에 반해 관계가 그 자신에 대해 관계한다면, 이 관계야말로 적극적인 제삼자인 것이며, 그리고 이것이 자기인 것이다. (註* 여기서 부정적 통일은 정반합의 변증법적 과정으로서의 종합을 의미한다.)

자기 자신과 관계하는 그와 같은 관계는 자기를 스스로 정립한 것이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에 의해 정립된 것이거나 이 둘 중 하나가 아니면 안 된다. …중략…

- 키에르케고르,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나] 세계는 사람이 취하는 이중적인 태도에 따라서 사람에게 이중적이다. 사람의 태도는 그가 말할 수 있는 근원어의 이중성에 따라서 이중적이다. 근원어는 낱개의 말이 아니고 짝말이다. 근원어의 하나는 ‘나-너‘라는 짝말이다. 또 하나의 근원어는 ‘나-그것’이라는 짝말이다.

…중략… ‘나’, 그 자체란 없으며 오직 근원어 ‘나-너‘의 ‘나’와 근원어 ‘나-그것’의 ‘나’가 있을 뿐이다. 사람이 ‘나’라고 말할 때 그는 그 둘 중의 하나를 생각하고 있다. 그가 ‘나’라고 말할 때 그가 생각하고 있는 ‘나’가 거기에 존재한다. 또한 그가 ‘너‘ 또는 ‘그것’이라고 말할 때 위의 두 근원어 중 어느 하나의 ‘나’가 거기에 존재한다.

…중략… 정신이 독자적 삶 속에 작용해 들어가는 것은 결코 정신 자체가 아니며, ‘그것’의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에 의한 것이다. 정신이 자기에게 열려 있는 세계를 향하여 마주 나아가 그 세계에 자기를 바쳐서 세계와 그 세계에 속하여 자기를 구원할 수 있을 때, 정신은 참으로 ‘자기 자신’에 돌아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은 오늘날 산만하고 약화되고 변질되고 철저하게 모순에 빠진 지성이 다시 정신의 본질, 곧 ‘너‘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뒷지문 생략)

- 마루틴 부버, ‘나와 너’에서

제시문 [다]는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의 ‘디지털이다’ 중 일부이며, [라]는 세계 최초로 안면 이식 수술에 성공한 여성을 보도한 AP 뉴스다.

[문항 1]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간의 실존적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한 현대사회의 특징적인 두 단면을 제시문 [다] [라]는 보여준다. 제시문 [가] [나]의 논지를 요약한 후, 이를 구체적 논거로 활용하여 [다] [라]가 시사하는 문제점 중 공통점을 중심으로 논술하라. (800~900자, 배점 60%)

2006학년도 서강대 정시논술 문제는 앞서 제시한 2005학년도 한국외대 정시논술 문제보다 더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교사는 “키에르케고르의 사상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고교생들이 ‘변증법’ ‘인간’ ‘정신’ ‘관계’ 등 추상적인 개념이 열거된 제시문의 논지를 요약하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키에르케고르가 쓴 저작의 경우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윤 교사의 설명이다.

다년간 논술시험을 채점해온 모 사립대 국어교육과 L 교수는 제시문 [가] [나]에 대해 “키에르케고르나 마르틴 부버의 책을 잘 읽었느냐를 판단하는 시험이라면 의미가 있겠지만, 보편적인 사유 능력과 언어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라면 이러한 예문은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원전을 읽고 그 의미를 잘 숙지한 학생만이 예문의 의미를 비교적 정확하게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술 전문가들도 제시문 [가]에서 ‘양자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관계 그 자체는 부정적 통일*로서의 제삼자이다. 그들 양자는 관계에 대해 관계하는 것이며, 그것도 관계 속에서 관계에 대해 관계하는 것이다’ 등의 표현에 대해 “무슨 이야긴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제시문 [가] [나]는 ‘번역이 서툰 글’이란 지적을 받았다. 강 소장은 “제시문 [가]는 비문이 많은 번역투의 문장이 독해를 방해하며, 제시문 [나]는 중략이 많아서 글의 일관된 논리적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06학년도 서울교대 논술고사

다음 예시문 (가)에서 필자가 말하는 ‘씨(實)’가 함의하는 바를 밝히고, 이를 근거로 예시문 (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술하시오.

(가) 그것이 역사적으로 있었더냐, 없었더냐가 문제가 아니다. 없었다면 없을수록 없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자꾸 전해오게 되는데, 그 사실을 뛰어넘은 진실성이 있다. 사실, 사실은 사실의 전부가 아니다. 소위 사실이란 것은 現實을 가지고 말하는 것인데, 현실은 결코 참이 아니다. 현실이라 하지만 現이야말로 實은 아니다. 씨(實)는 언제나 뵈지 않는 속에 있다. Things are not what they seem! 씨가 피어나온 것이 잎이요 꽃이지만 잎과 꽃이 그 씨가 품었던 전부는 아니다. 씨가 품은 것은 永遠이요 無限이다. 그러므로 꽃마다 잎마다 열매를 내기 위하여서는 떨어져야 하고(현실은 없어지고), 그 씨는 또 더 많은, 더 새로운 씨를 위해 땅속에 들어가야 한다. 사실이 중요하지만 事實은 史實이 되어야 하고, 死實에 이르러야 한다. 참에서 있음이 나오지만 ‘있는’ 것이 참도 아니요, ‘있던’ 것이 참도 아니다. ‘있을’ 것, ‘있어야 할’ 것이 정말 참이다. 始가 終을 낳는 것이 아니라, 終이 始를 낳는다. 神話는 있었던 일이 아니요, 있어야 할 일이다. 신화를 잃어버린 20세기 문명은 참혹한 병이다. - 함석헌, ‘들사람 얼(野人精神)’

(나) 성장 사회는 성장 경제에 의해 지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성장 경제에 강박적으로 붙들려 있다. 그것은 ‘성장을 위한 성장’을, 삶의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면 적어도 삶의 본질적 목적으로 삼고 있다. 성장 사회가 낳는 안락한 삶은 흔히 환상에 불과하다. 부유한 사람들에게도 사회는 즐겁지도, 쾌적하지도 않다. 그것은 스스로의 부에 병들어 있는 반사회이다. 선진국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들이 높은 삶의 질을 누리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그것은 갈수록 환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들은 소비재와 서비스에 보다 많은 것을 소비하고 있지만, 이러한 물건과 서비스에 포함된 비용을 잊고 있다. 오염된 공기와 물 그리고 환경의 열악화로 인해서 삶의 질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현대적 삶을 위한 비용(의료, 교통)이 증가되는데, 거기에는 점점 희소해져가는 자원(물, 에너지, 열려진 공간)의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 진정한 진보를 알려주는 척도에 따라 계산할 때, 미국에서는 GDP가 계속해서 증가해왔음에도 1970년대 이후 진보는커녕 정체와 쇠퇴가 기록되어 왔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장’이라는 것은 하나의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이른바 잘나가는 경제, 선진소비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 ‘녹색평론’

2006학년도 서울교대 정시논술 문제의 제시문은 “번역투의 비문은 없지만 고교생이 읽고 이해하기엔 까다로운 지문”이란 평가를 받았다.

L 교수(국어교육과)는 “제시문 (가)는 함석헌 선생의 사상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이 읽기엔 혼란스러운 인상을 주는 글”이라고 지적했다.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글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 구문이 비교적 평이하게 읽히는 제시문 (나)에 대해서도 L 교수는 “의미론적으론 비상식적인 글”이라고 말했다.

“제시문 (나)의 논지가 참이냐 거짓이냐는 별문제가 안 된다. 적어도 거짓의 결론을 주장하는 글이라 할지라도 기본 논리는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이 글은 그런 기본 논리가 유지되지 않아 문제다.”

경복고 이상수 교사(일반사회) 역시 “첫 번째 제시문의 내용이 다소 난해하고, 필자의 주관적 가치가 개입돼 있어 씨(實)의 함의를 밝히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각 대학의 논술 문제에서 ‘기본이 안 된’ 글들이 제시문으로 빈번하게 등장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A 교수(국문학)는 “복잡한 지식을 담고 있으면서도 좋은 문장으로 쓰인 예문은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학은 앞다퉈 복잡한 지식을 묻는 논술 문제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해외 석학의 글을 제시문으로 사용하는데, 번역자 대다수가 우리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다. 논술시험에 대한 국문과, 사회학과, 철학과 교수의 입장이 달라서 겪는 어려움도 크다. 통합교과 논술 시대에 접어들면서 각 학문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통일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함량 미달’의 글을 제시문으로 내놓지 않으려면, 출제 교수들이 바른 글에 대한 인식부터 가져야 한다.”

이상수 교사는 논술 제시문의 조건에 대해 “명쾌하게 해석되면서도 학생의 창의적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많은 대학이 내놓은 난해한 논술 제시문은 고교 교과과정은 물론, 논술의 본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게 이 교사의 생각이다.

“대입 논술 문제는 학생들이 접하는 현실 세계에서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사회과학적 사고가 필요한 문제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등을 측정해야 한다. 이런 문제가 출제돼야 교육과정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다.”

지시문과 표 억지로 끼워맞추기형

해가 갈수록 논술 문항에서 지문의 개수와 지문당 길이가 늘고 있다. 변별력을 높인다는 미명하에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다 보니, 어떤 문제는 ‘지문 간의 논리적 체계가 맞지 않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007학년도 성균관대 수시 2학기 논술고사 2번

-다음은 미디어의 영향에 관한 상반된 두 견해를 담은 들이다.

제시문 은 허버트 쉴러의 ‘정보 불평등’ 중 일부, 제시문 는 제임스 커런의 ‘세계화와 미디어 연구’ 중 일부, 제시문 은 스티븐 존슨의 ‘바보상자의 역습’ 중 일부다. (글 생략)

지식격차가설*을 시험해보는 또 다른 방법은 대중매체와의 접속 차단이 가져오는 효과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어떤 특정한 주제에 관한 대중매체의 보도를 제거해버리면 교육수준의 차이가 있는 집단들 사이에 지식 차이가 줄어든다. 이런 실험을 시행하는 것은 어렵지만 신문사 파업 상황이 이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59년에 새뮤얼슨은 신문사들이 파업을 하고 있는 지역과 일간지가 예전 같이 계속 발간되고 있는 인근 지역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공공사건들에 관한 주민들의 지식습득 정도를 연구했다. 이 연구는 파업을 하고 있는 지역의 시민들이 미디어를 대체하는 행위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인 파업 첫 주말에 시행되었다. 이 가설대로 하면 신문이 없다는 것은 교육을 더 받은 사람들이 당시의 뉴스를 덜 접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신문사 파업으로 인해 비례적으로 더 많이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다른 지역보다 이 지역에서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과 덜 받은 사람들 사이에 지식 차이가 적어야만 한다.

파업을 하지 않는 지역에 고등학교 미만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 9명밖에 없었기 때문에 여기서 하는 분석은 각 지역의 고졸 집단과 대졸 집단만을 대상으로 했다. 가정한 대로 교육수준이 다른 집단 사이의 지식 차이는 전 주에 신문사 파업이 있었던 지역보다 파업이 없었던 지역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 지식격차가설 : 매스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가 증가할 경우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집단 간의 지식격차가 심화된다는 가설.

[문제 2] 과 는 2003~2005년의 인터넷 접속률을 각각 사회계층(직종)별 및 접속방식별로 조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 그래프들이 의미하는 바를 분석하여 다음 질문에 답하시오.

(1) 과 는 각각 의 지식격차가설을 지지하는지 아니면 반박하는지를 설명하시오.

“어렵다 어려워” 교수님도 두 손 번쩍
주: 소액접속은 적은 고정액만을 지불하는 방식이고, 광대역접속은 상대적으로 고액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강 소장은 이 문제에 대해 “제시문 에 등장하는 지식격차가설과 에 제시된 표의 내용을 엄밀하게 따지면 논리적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특정한 주제에 관한 대중매체의 보도를 제거해버리면 교육 수준의 차이가 있는 집단들 사이에 지식 차이가 줄어든다’는 의미의 지식격차가설과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획득하는 정보량이 많아진다’는 , 의 내용이 논리적으로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 경기도 S 여고의 L 교사(국어)는 “문제 자체에 작은 논리적 결함은 발견되지만, 학생들은 거시적 관점에서 어렵지 않게 ‘사회경제적 지위’와 ‘정보량’의 관련성을 읽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복고 이상수 교사는 다른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석했다. 는 지식격차가설을 지지하지만, 은 지식격차가설의 내용을 지지하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는 것. 시간이 흐를수록 전문직과 다른 직종 간에 정보 격차(인터넷 접속량의 차이)가 줄어드는 경향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도표와 그래프를 활용하는 성균관대의 문제 출제 경향은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답이 이처럼 애매할 경우 대학에서 다양한 가능성의 예시답안과 명확한 채점 기준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은 고교 내신을 못 믿겠다고 하지만, 고교 교사들은 주관식 시험이나 수행평가를 하고 나면 그 자리에서 학생들에게 점수를 공개한다. 채점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대학도 논술시험의 예시답안과 정확한 채점 기준을 공개한다면 더는 신뢰성 논란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다.”

국가고시보다 어려운 대입 논술시험

고려대 등 일부 대학은 2007학년도 입시부터 통합교과 논술을 도입했다. 2007학년도 고려대 수시 1학기, 수시 2학기 논술 문제를 접한 논술 학원가는 발 빠르게 공직적성평가(PSAT) 문제에 대한 분석작업에 들어갔다. 고려대 통합교과 논술 문제가 PSAT의 문제 유형과 유사하게 출제됐기 때문.

PSAT는 고급 공무원을 뽑기 위한 외무고시나 행정고시에서 시행되는 1차 시험으로 자료해석, 언어논리, 상황판단 능력 등을 평가한다. PSAT의 목표가 통합교과 논술이 지향하는 바와 일맥상통하는 셈.

2007학년도 고려대 수시 2학기 인문계 논술 문제.

제시문 (가)에는 ‘이성과 감정의 관계에 대한 글이, (나)에는 갑과 을의 ‘의사결정요소’에 대한 이야기가, (다)에는 군자의 도에 대한 설명이, (라)에는 의사결정의 ‘최적모형’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마) 정부는 태풍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보상을 결정하고 75억원의 예산을 배정하였다. 보상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피해 접수를 받은 결과 1,000건이 신고되었다. 그런데 접수된 건들 중에는 보상금을 타기 위해 허위로 피해 신고를 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고 내용의 진위를 가리기 위한 조사를 실시하기로 하였다. 그러한 조사를 마친 직후에, 적발된 허위신고를 제외한 모든 접수건들에 대해 보상금을 균등하게 배분할 예정이다.

문제는 조사 기간이다. 조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허위신고를 더 많이 적발할 수 있는 반면에 조사에 드는 비용은 늘어난다. 게다가 보상금 지급 시기가 늦춰짐에 따라 피해 주민들에 대한 보호·관리 비용도 증가한다. 조사 및 보호·관리 비용이 증가하는 만큼 배정된 예산 중 실제 보상에 사용될 재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조사 기간, 보호·관리 비용, 허위신고 적발건수, 보상금 총액, 보상의 효과 사이에는 다음의 표와 같은 관계가 성립한다.

  1일쨰 2일쨰 3일째 4일째
일별 조사 및 보호·관리 비용(억원) 1 2 3 4
일별 허위신고 적발건수 100 90 80 70
보상금 총액=(예산)-(조사 및 보호·관리 비용)

보상의 효과=(총 접수건수 중 진짜 피해건수) X (1건당 보상액)


※ 표에서 일별 통계는 누적분이 아닌 하루분의 수치임.

※ 4일째 이후에도 일별 조사 및 보호·관리 비용은 매일 1억원씩 증가하고, 일별 허위신고 적발건수는 매일 10건씩 감소함.

Ⅰ. 위 제시문들은 ‘의사결정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것이다. (가)의 요지를 밝히고(200자 이내), (가)와 (다)의 견해를 비교하고, 모든 제시문을 참고하여 ‘의사결정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60점)

Ⅲ. 제시문 (마)의 경우 보상의 효과를 가장 크게 하려면 정부가 며칠간 조사해야 하는지를 밝히고, 그 근거를 제시하시오. (15점)

2004년도 외무고시에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출제됐다. ‘지하철역에서 화재가 나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상대상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를 묻는 문제가 객관식으로 나온 것.

최근 행정고시를 패스한 이모(27) 씨는 “고려대의 수시 논술 문제가 PSAT 유형과 상당히 흡사하다”고 느꼈다면서 “PSAT가 대학생의 일반 교양 수준에 맞춘 시험인 만큼, 고교생이 풀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PSAT나 통합교과 논술 모두 교수들이 출제하니 당연히 문제가 비슷해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문제의 난이도는 논란거리다. 강 소장은 “2007학년도부터 시작된 고려대 통합논술 문제가 각종 고시의 1차 시험인 PSAT보다 어렵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강 소장은 “각종 통계자료의 해석 능력과 위기 상황에서의 판단 능력을 평가하는 PSAT 문제 유형은 통합교과 논술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가 기가 막혀…자연계 논술

2008학년도 입시부터 자연계 논술시험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수리 논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공계열 교수들은 인문·사회계열 교수들보다 논술 채점의 공정성에 더 큰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풀이 방법도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수리 논술의 경우, 객관적인 기준으로 학생들의 답안을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출제된 자연계 논술 문제 중에서 오류 논란을 빚은 문제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수리 논술 전문강사 K씨는 “2004학년도 중앙대 수시 2학기 자연계 Ⅲ-2번 문항 (2)번의 경우 문제가 원하는 형태의 답안을 만들기도 어렵고, 대학 측에서 발표한 예시답안에도 오류가 발견된다”고 말했다.

2004학년도 중앙대 수시 2학기 자연계 학업적성 논술

[문제 2] [음료수 캔 채우기]

(1) 지름이 10cm인 원기둥 모양 음료수 캔을 가로 160cm, 세로 100cm의 직사각형 상자에 똑바로 세워서 한 층으로만 가득 채워 담으려고 합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가로와 세로를 각각 같은 개수로 나란히 채우는 [방법 A]와, 서로 엇갈리게 채우는 [방법 B]를 고려하여 최대 몇 개의 캔을 담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논리적인 계산 근거와 함께 답하세요. (15점)

“어렵다 어려워” 교수님도 두 손 번쩍
(2) 캔의 지름을 D, 상자의 가로의 길이를 xD, 세로의 길이를 yD라 하고(x쨧y이고 x, y는 모두 짝수라고 하자), [방법 A]보다 [방법 B]로 캔 3개를 더 채우려고 할 때 x, y가 만족하여야 할 조건들을 구하세요. (15점)

다음은 학교가 제시한 예시답안이다.

먼저 사각 채우기로 배열했을 때 캔의 개수는 xy가 될 것이며 육각 채우기의 경우, 세로줄의 캔의 개수는 x 아니면 x-1이 되며 각각의 줄의 개수는 y/2이거나 y/2+1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y) 줄이 x/2, (y-1) 줄이 x/2인 경우만 다음 식에 의해 조건을 만족하게 된다.

사각 채우기 개수+3=육각 채우기 개수

xy+3=y(x/2+1)+(y-1)x/2 ∴ x=2(y-3)

하지만 위의 식은 모든 x, y에 대하여 항상 성립하지 않는다. 추가로 다음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여야 한다.

ⅰ) x쨧y로부터 y쨧6이어야 하며

ⅱ) 육각 채우기 배열의 전체 가로 길이는 상자의 가로 길이보다 작아야 한다.

즉, xD≥D+√32 xD가 만족되어야 하며, 따라서 x≥4+2√3=7.464가 되며 y≥2+√3+3=6.732가 된다. 다시 말하면 3개 더 넣는 경우 x, y는 x≥8, y≥7을 만족하는 정수이어야 한다.

답 : x=2(y-3) and x≥8 or y≥7

K씨는 학교 측이 제시한 예시답안의 허점을 짚었다. 예를 들어 x=16, y=6일 때도 사각 채우기는 96개, 육각 채우기로는 2개의 열이 더 추가되어‘9×6+9×5=99개’라는 답이 나온다는 것. 이는 ‘x=2(y-3) and x≥8 or y≥7’라는 학교 측의 예시답안으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답이 된다.棟2008학년도 입시부터 통합교과 논술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논술 관련 서적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다.



주간동아 575호 (p24~29)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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