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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대 특파원의 天安門에서

춘제, 세계문화유산 신청할까

춘제, 세계문화유산 신청할까

한국의 설에 해당하는 중국의 최대 명절 춘제(春節·춘절)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할지의 문제를 놓고 중국인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이 한창이다. 춘제를 한 달가량 앞두고 제기된 이 문제는 처음엔 누리꾼(네티즌)끼리 찬반을 표시하는 정도였으나, 최근엔 전문가 사이에서도 공방이 오가는 등 점차 가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춘제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사람은 중국 세시풍속 전문가이자 난징(南京)대학 민속예술연구소 주임인 천징(陳竟) 교수. 그는 1월21일 ‘항저우(杭州)일보’와의 회견에서 “중국은 춘제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는 절차를 아직도 밟지 않고 있다”면서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천 교수는 “급속한 도시화와 전통문화에 대한 소홀함, 서방문화의 확산, 성탄절이나 밸런타인데이 같은 서양 명절을 의도적으로 부추기는 상술 때문에 중국의 전통문화가 갈수록 쇠퇴하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성대한 명절인 춘제를 빨리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국관광지리 잡지사와 공동으로 백두산, 우안(武安), 간난(甘南), 더훙(德洪) 등 소도시 및 주변 농촌을 조사한 결과 특색 있는 춘제 풍속을 많이 발견했다”면서 “춘제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는 것만이 이들 문화의 쇠퇴를 막을 수 있는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천 교수의 주장이 중국 신문 연합사이트인 중궈신원왕(中國新聞網)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누리꾼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ID가 마오푸왕여우(猫撲網友)인 누리꾼은 “춘제를 지금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지 않으면 성탄절 등 서양 명절에 먹힐 것”이라며 적극 찬성했다. 그러나 다른 누리꾼은 “춘제 때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에서 방영하는 ‘춘제완후이(春節晩會)’ 말고 도대체 뭐가 더 있느냐”면서 “아무것이나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한다면 세계문화유산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강한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현재 누리꾼들의 의견이 찬반으로 팽팽하게 갈린 가운데 최근엔 전문가 사이에서도 논쟁이 확산됐다. 중국문화 전문가 왕판(王攀)은 “세시풍속은 말로만 지키자고 해서 지켜지는 게 아니라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보존할 수 있다”면서 “천 교수의 주장은 약소국 콤플렉스에서 나온 문화적 조급증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단오절은 술을 빚거나 산신제를 지내고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데만 한 달이 넘게 걸릴 정도로 풍속이 다양하다”면서 “우리는 단오절 하면 죽을 만들어 먹는 것 말고 내세울 게 뭐가 있느냐. 부끄럽다”며 자성론을 제기했다.



중국 정부는 2005년 11월 한국의 강릉 단오제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자 “중국에서 발원한 단오제를 한국에 빼앗겼다”면서, 지난해부터 6월 둘째 토요일을 ‘문화유산의 날’로 정하고 춘제와 청명절, 단오절, 중추절 등 518개 항목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등 뒤늦게 전통 명절 보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주간동아 2007.02.06 572호 (p6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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