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2

2007.02.06

외국서 낭패 보고 발 동동 영사콜센터 아십니까

365일 24시간 재외국민 안전 지킴이 … 하루 600여 통 전화 쇄도

  • 백경선 자유기고가 sudaqueen@hanmail.net

    입력2007-01-31 17: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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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서 낭패 보고 발 동동 영사콜센터 아십니까

    서울 서초동 외교안보연구원 2층에 자리한 영사콜센터 사무실.

    2006년 9월20일 새벽 1시, 쉴새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로 가득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외교안보연구원 2층 영사콜센터에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기 태국인데요, 쿠데타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태국을 여행 중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당시 태국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지만 한국 정부는 까맣게 모르고 있던 터였다. 순간 영사콜센터에 비상이 걸렸다. 영사콜센터 관계자는 곧바로 외교통상부와 태국 대사관으로 급보를 날렸다.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한국인 교민과 여행객에 대한 안전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을 알린 것. 태국 정부 안팎은 쿠데타로 긴박하게 돌아갔지만 다행히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아 전화를 건 태국 여행객에 대한 조치가 마무리됐다.

    여권 관련 상담 최다 … 일부는 항공예약도 문의

    하루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영사콜센터에는 요즘 하루에 500~600통의 전화가 세계 각국에서 쇄도하고 있다.



    영사콜센터 김현중(56) 소장은 “개소 초기에는 하루 60~70통의 상담전화가 왔는데, 요즘에는 600여 통을 받는다”면서 “무려 10배나 증가한 셈”이라고 말했다.

    영사콜센터는 2004년 6월 이라크 무장세력에 의해 희생된 고(故) 김선일 씨 사건을 계기로 외교통상부가 2005년 4월1일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재외국민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을 주기도 하고, 여권이나 해외 이주 관련과 같은 일반 민원 문의에 대한 답변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이곳에 걸려오는 상담전화 유형은 여권 관련 문의가 37%로 가장 많고, 그 밖에 영사 민원(20%), 외교통상부 관련 문의(17%), 해외이주 관련 문의(12%), 사건·사고 문의(5%) 등이다. 이 가운데 사건·사고의 경우 도난 및 분실, 소재 파악, 범죄 피해 관련 문의가 많다.

    조남현(32) 팀장은 “범죄 피해자로서뿐만 아니라 가해자로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조 팀장의 이어지는 설명이다.

    “태국 여행을 갔다가 매춘행위를 해 체포된 여성분이 전화를 했어요. 우선 그 민원인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체포된 곳, 담당 수사관 등을 파악해 관할 공관 영사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 요청을 했죠. 확인된 이후에는 관할 영사관에서 그 민원을 담당하게 됩니다.”

    현재 영사콜센터는 민원을 접수받으면 외교부의 재외국민보호센터와 해당 재외공관으로 자동 통보해 사건을 해결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번은 중국 옌지에서 관광 중 범죄 혐의를 받고 체포됐다가 무혐의로 석방됐으나 중국 공안당국이 여권을 돌려주지 않아 2주일 동안 억류돼 있다는 민원이 접수된 적이 있다. 그 직후 영사콜센터는 관할 선양총영사관에 긴급 연락해 여권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고, 이후 민원인은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다.

    외국서 낭패 보고 발 동동 영사콜센터 아십니까

    영사콜센터 김현중 소장(가운데)과 상담원들이 주먹을 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가끔은 업무 외의 황당한 문의전화가 올 때도 있다. 여행상담이나 항공예약 변경을 문의하는 전화, 수신자부담 국제전화 거는 법을 묻는 전화가 대표적이다. 그러면 여행사나 항공사 연락처를 가르쳐주고, 수신자 부담으로 국제전화 거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최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힘이 빠진다.

    상담원들은 “민원인들이 영사콜센터가 여행사도, 항공사도, 로밍센터도 아님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 순간 세계 어느 곳에서 어떤 다급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모두 12명이 3명씩 4교대로 일하는 상담원들은 서로 얼굴 보기도 힘들 만큼 바쁘다. 식사도 각자 따로 해야 할 때가 많다. 한 상담원의 이야기다.

    “인원이 많지 않고, 자리를 비울 수도 없으니 돌아가면서 한 명씩 먹고 와야 하죠. 그래도 혼자 밥 먹는 것은 괜찮아요. 큰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밥 먹는 것은 고사하고 화장실도 못 가는걸요.”

    영사콜센터가 더욱 바빠지는 때는 해외에서 대형 재난과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다. 그 지역의 가족이나 친구의 안전 여부와 소재 파악을 묻는 국내 전화가 쇄도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영사콜센터는 비상체제에 돌입해 상담원 전원을 투입한다.

    영사콜센터에 비상이 가장 많이 걸린 해는 2005년이었다. 그해 유난히 대형 사건·사고가 많았다. 2005년 7월 영국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고, 이어 9월에는 미국 남동부 지역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했다. 특히 우리나라 교민이 많이 거주하는 뉴올리언스와 미시시피주가 허리케인으로 가장 큰 피해를 봤다. 피해 지역에 거주하는 가족의 안전 여부와 소재 확인을 요청하는 전화가 영사콜센터로 빗발쳤다.

    김 소장은 “당시 외교통상부에서는 대응팀을 구성해 카트리나 피해 지역에 급파했고, 우리 영사콜센터는 현지 영사관과 연계해 수시로 피해자 소재를 확인한 뒤 소재가 확인되면 국내 가족에게 연락하는 등 비상체제로 운영됐다”고 말했다.

    그해 10월 발리에서도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신혼여행을 많이 가는 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해 영사콜센터에는 또 한 번 비상체제가 가동됐다. 이럴 때마다 상담원들은 빵으로 끼니를 때우며 밤을 새우는 일이 허다하다.

    대형 사건·사고 터지면 비상체제 가동

    하지만 상담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나쁜 소식을 가족에게 전하는 일. 상담원 정진희 씨의 아픈 기억이다.

    “주 캄보디아 대사관으로부터 현지에 있는 한국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유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이 소식을 알렸죠. 전화를 받은 사망자의 오빠가 떨리는 목소리로 몇 번이나 ‘정말 제 동생이 맞느냐’고 되물었던 것이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나요. 그때 당황스럽고 슬펐지만, 한없이 제 감정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었죠. 신속히 외교통상부 재외국민보호과에 긴급 여권발급을 요청해 유가족이 하루라도 빨리 출국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했으니까요.”

    한편 영사콜센터에는 현재 15명의 자원봉사자가 일을 돕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매일 2명씩 나와 9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콜센터 업무를 돕는다. 영사콜센터의 자원봉사자가 되려면 해외체류 경험과 컴퓨터 사용 능력이 있어야 한다. 자원봉사자 정미애(46) 씨에 따르면 자원봉사자들은 40대 중반~50대 초반의 주부들이 대부분이다. 정씨는 “도심공항 터미널, 구청 민원실, 대학교나 강남지역 유학원 등에 나가 홍보물을 나눠주거나, 인터넷에서 해외 민박집이나 한인회를 검색해 홍보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또 상담 모니터링을 하면서 상담 개선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영사콜센터 이용 방법>
    외국서 낭패 보고 발 동동 영사콜센터 아십니까
    。무료전화 : 현지국제전화코드+800-2100-0404

    。유료전화 : 현지국제전화코드+800-3210-0404(국내외 겸용)

    。무료전화가 가능한 나라는 현재 28개국이며,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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