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1

2007.01.30

한겨울 밤의 선물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 류태형 월간 ‘객석’ 편집장 Mozart@gaeksuk.com

    입력2007-01-24 13:5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겨울 밤의 선물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흰 턱수염과 구레나룻, 연미복 대신 하늘거리는 이세이 미야케 셔츠를 입고 서정적인 선율을 연주하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그는 특히 한국인이 사랑하는 ‘친한파 연주자’ 가운데 하나다. 그는 세계 굴지의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지칠 줄 모르고 양질의 리코딩을 양산해내는 노력파이기도 하다.

    마이스키의 첼로는 노래한다. 적당히 윤기와 온기가 있는 음색은 장시간 들어도 피곤하지 않다. 그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음반에는 옛 음반과 신반 모두 ‘가장 우아한’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함께 연주한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역시 붉은 단풍이 낙엽 되어 뚝뚝 떨어지는 가을이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음반이다.

    발트 3국의 하나인 라트비아 공화국의 수도 리가에서 태어나 로스트로포비치와 그레고르 피아티고르스키라는 양대 거장을 사사한 그는 1965년 러시아 음악 콩쿠르, 66년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 73년 가스파르 카사도 국제콩쿠르 등에서 차례로 수상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유대인인 그는 반체제 운동에 연루됐다는 죄목으로 2년간 수용소 생활을 해야 했다. 72년 이스라엘로 이주하며 자유를 찾은 일은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대목으로 간주되고 있다.

    마이스키가 하늘거리는 셔츠를 즐겨 입는 까닭은 패션감각 때문이 아니라 실용적인 이유에서다. 그는 연주 중 땀을 많이 흘리는데, 땀을 흡수하지 않고 흘러내리게 하는 셔츠 덕분에 연주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늘 친절하고 한결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서울 정도로 정진하는 마이스키는 보기 드문 진정한 프로 연주가다. 1월30일 울산 현대예술관, 2월1일 대전 문화예술의전당, 2월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그를 볼 수 있다. 베토벤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7개의 변주곡 WoO.46,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라흐마니노프 ‘엘레지’ Op.3-1과 첼로 소나타 Op.19를 연주한다. 이번 공연에서 반주는 장한나 내한공연 때 반주를 맡았던 피아니스트 세르지오 티엠포가 맡는다.

    한겨울 밤의 선물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마이스키의 새 음반 소개를 덧붙인다. 아르헤리치와 함께 한 라흐마니노프와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소나타, 러시아 노래들을 첼로로 연주한 음반에 이어 최근 마이스키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현악 3중주판 연주에 다시 도전했다. 드미트리 시트코베츠키, 제라르 코세와 시도했던 자신의 독보적인 해석 이후 20년 만이다. 연주는 매우 충격적이다. 공격적이고 예리하며 긴장감이 넘친다. 원래 카이저링크 백작의 불면증 치유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골드베르크 변주곡. 이들 세 명의 불꽃 튀는 해석을 들으며 숙면을 취할 수 있을 만큼 둔감한 감성의 소유자는 아마 없을 것 같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