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커버스토리|당신은 나쁜 아빠?

“막무가내 왕간섭 이런 아빠 짱나요”

초·중·고 자녀들이 말하는 ‘아빠가 싫어질 때’

  • 정리·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막무가내 왕간섭 이런 아빠 짱나요”

  • 아버지들은 설령 마음은 있더라도 정작 자녀의 진심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할 때가 많다. ‘주간동아’는 초·중·고생 90명을 대상으로 ‘아버지가 정말 싫어질 때는 언제인가’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 내용은 연령대별로 각기 다르지만 음주, 잔소리, 약속 깨기, 주말 골프(낚시), 부부싸움 등 중복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90명의 응답 내용 가운데 대표성을 지녔거나 특징적인 것들을 골라 가감 없이 실었다. 조사대상자 대부분이 실명 게재에 동의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혹은 프라이버시를 해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내용에 한해 가명으로 처리했다. <편집자>
“막무가내 왕간섭 이런 아빠 짱나요”
초등학생

- 서민우 (10·3학년·경기도 구리시)“아빠는 쉬는 날 낮잠만 자요. 그만 자라고 깨워도 끈질기게 자요. 어느 땐 하도 안 일어나서 죽은 줄 알았다니까요. 제가 안마를 해주면 겨우 일어나죠. 그러면 눈 비벼가며 밥 먹어요. 그러고 나서 또 자요. 저녁때쯤 깨우면 일어나서 TV를 보죠. 그러다 또 자요. 아빠랑 축구도 하고 싶고 자전거도 타고 싶은데, 진짜 너무 자요.”

- 한정혜 (12·여·5학년·서울)“아빠는 대학교수인데, 거의 날마다 ‘뒤풀이’를 한다며 술 마시고 들어와요. 학생들과 마시고 교수들과도 같이 먹고. 저는 술 마시고 오는 것 자체가 싫어요. 엄마와 말다툼하거든요. 물론 가족에게 큰 피해를 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요즘은 (술을) 많이 안 마셔요. 올해부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살겠다고 다짐했거든요. 제가 얘기한 거, 아빠가 알게 되면 어떡하지?”

- 김나연 (13·여·6학년·서울)“한창 재미있게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채팅하고 있는데 퇴근해서 돌아온 아빠가 밑도 끝도 없이 ‘그만 하라’고 윽박지를 때가 싫어요.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언제부터 했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화부터 내는 거 있죠? 아빠가 그렇게 화내면 그만둘 수밖에 없어요.”

- 정인용 (12·5학년·서울)“약 먹기 싫은데 먹으라고 할 때요. 몸이 약하다고 보약을 지어줬는데 그거 죽어도 먹기 싫거든요. 그런데 제가 먹지 않으면 ‘키 안 큰다. 남자가 허약해선 못 쓴다’며 매일매일 약을 줘요. 환약도 먹으라고 지어줬는데 그것도 먹기 힘들어요. 날마다 ‘키 커라, 건강해라’ 하는 잔소리도 듣기 싫고요.”



- 김예진 (13·여·6학년·인천)“아빠가 폭력적이진 않은데, 제가 혼날 짓을 했을 때 아무 잘못도 없는 오빠까지 같이 혼내요. 그때 정말 싫어요. ‘첫째(오빠)가 잘해야 둘째, 셋째가 잘한다’며 오빠를 야단치거든요. 그러면 오빠한테 너무 미안해요. 아, 진짜. 나만 혼내지 애꿎은 오빠는 왜 혼내는지 모르겠다니까요.”

- 이혜인 (12·여·5학년·서울)“제가 궁금한 게 있어서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해줄 때가 많아요. 뭘 물어봐도 자세히 대답하지 않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려요. 인터넷이 안 돼서 아빠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엄마한테 물어봐’라며 떠넘기기도 해요. 제가 아빠한테 해달라고 부탁하는 건 거의 안 해줘요. 저는 아빠 말 안 들으면 굉장히 혼나는데, 아빠가 제 말 안 들어줄 땐 누구한테 혼나야 하나요?”

- 박예진 (12·여·5학년·서울)“술 마시고 들어와서 용돈 줄 때요. 공돈 생겨서 좋지 않냐고요? 맨정신에 주면 몰라도, 부담스러워요. 술 취해서 주는 용돈, 싫어요.”

- 김성희 (가명·9·여·3학년·경기도 고양시)“아빠랑 엄마랑 싸울 때 가장 싫어요. 싸우면 막 가슴이 뛰고 무서워요. 오빠들이 아빠를 말려도 말을 듣지 않아요. (아빠가) 막 큰 소리 치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요. 엄마도 그런 아빠가 싫다는데, 왜 그렇게 버럭 화를 내고 싸우는지 모르겠어요. 제발 그만 싸웠으면 좋겠어요.”

장용욱 (9·3학년·서울)

“저랑 같이 놀아줬으면 좋겠는데 아빠는 주말에도 일하러 가곤 해요. 퇴근해서 5분 정도 놀아주고는 또 일해요. 일만 하는 아빠가 싫어요. 가족과 함께 여행도 가고 싶은데 일벌레처럼 일만 해요.”

중학생

- 소나무 (14·1학년·경기도 성남시)“아빠가 원하는 길을 저에게 강요할 때요. 아빠는 전교 50등 안에 들지 못하면 공부 대신 악기나 배우라고 하세요. 하지만 전 공부를 잘하진 못해도 계속 노력해서 공부를 하고 싶거든요. 피아노나 클라리넷을 배워 대학에 가라시는데, 전 악기에 취미가 없어요. 그런데도 제 뜻을 무시한 채 계속 아빠가 생각하는 길을 가라고 종용하니 정말 싫어요.”

- 신동훈 (14·1학년·부산)“자고 있는데 술 마시고 들어와서 갑자기 화낼 때. 그리고 술 마시고 와서 예쁘다고 쓰다듬는데, 제발 그러지 말고 그냥 주무셨으면 좋겠어요. 곤히 잠들어 있는데 흔들어서 깨우면 당연히 싫죠. 수염 때문에 까칠한 얼굴을 제 볼에 비비는데 그거 정말 싫어요. 까칠까칠한 느낌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평소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안 하면서 술만 마시면 왜 그렇게 진한 애정표현을 하는지….”

“막무가내 왕간섭 이런 아빠 짱나요”

'주간동아'의 설문조사에 답하고 있는 종로학원 경기도 광주캠퍼스 수강생들.

- 박수진 (15·여·3학년·광주)“공부 안 한다고 잔소리하고, 게임 한다고 잔소리하고, TV 본다고 잔소리하면서 화낼 때. 아빠는 자신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일이 있으면 화를 내는데 그게 싫어요. 그럴 때 전 그냥 듣고만 있어요. 잔소리가 짧았으면 좋겠는데, 좀 길어요. 아빠 잔소리 때문에 열 받으면 며칠씩 삐치기도 해요. 물론 금방 풀어질 때도 있죠. 어쨌든 잔소리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 박소영 (16·여·3학년·서울)“열심히 공부하고 나서 잠깐 머리 식히려고 TV를 보거나 인터넷에 접속해서 놀고 있으면 퇴근해서 돌아온 아빠는 전후사정도 묻지 않은 채 ‘왜 모두 TV 앞에 앉아 있어? 방에 들어가서 공부해야지’ 하고 간섭해요.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아빠의 사고방식과 잣대로만 평가하고 판단하는 게 싫어요.”

정혜리 (15·여·2학년·부산)

“틈만 나면 저를 끌어안고 뽀뽀를 해요. 사랑한다면서 안고 뒹굴기도 하고요. 그만 좀 하라고 소리를 빽 지르면 ‘아빠가 딸을 사랑해서 그러는데 왜 불만이냐’며 화내곤 해요. 저도 사춘기 소녀예요. 아빠가 제게 애정표현을 좀더 많이 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게 싫어요. 아빠의 생각이 옳으니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라고 명령하는 것도 싫고요. 제 의견은 묻지도 않는다니까요.”

- 안예은 (15·여·3학년·경기도 성남시)“퇴근한 아빠가 갑자기 짜증을 낼 때요.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화를 집에 와서 풀곤 해요. 아빠가 술, 담배는 안 하는데 일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를 꼭 집에서 풀어요.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왜 바깥에서의 기분을 집 안까지 끌어들여 가족들을 불편하게 하는지.”

- 김동현 (가명·15·3학년·강원도 원주시)“실직한 아빠가 돈 벌지 않고 집에 있는 거요. 아빠가 엄마 대신 살림한 지 몇 년 됐거든요. 엄마가 나가서 돈 벌어오세요. 아빠가 어디든지 가서 돈을 벌었으면 좋겠는데 도대체 일할 생각조차 안 해요. 부모님 노후 대비는커녕 저와 동생 학원 보낼 돈도 없어서 우린 학원에도 못 다니고 있어요. 집 한 채가 있었는데 아빠가 주식으로 다 날려 알거지가 되다시피 했어요. 무능한 아빠가 정말 싫어요. 친구들에게도 창피하고요. 지금이라도 택시운전이든 아파트 경비원이든 일자리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 남성우 (가명·15·2학년·서울)“아빠 목소리가 되게 큰데 화내면 굉장히 무섭게 들려요. 제가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아빠 스스로 화를 절제하지 못해 버럭 소리 지를 때가 많아요. 며칠 전엔 아빠가 사용하는 컴퓨터에 인터넷 주소창이 3개나 뜬 걸 보고는 저한테 ‘어떤 새끼가 이렇게 만들었어?’ 하고 소리를 지르더군요. 그 컴퓨터는 다른 사람이 손도 안 댔거든요. 아빠가 ‘이거 좀 바로잡아 줄래?’ 하고 좋은 말투로 부탁하면 되는데 무턱대고 화부터 내는 거 있죠. 그런 성격이 싫어요. 아빠와 의견 충돌이 있을 때도 제 의견을 존중하기보다 아빠 생각을 주입시키려 해요. 그게 쓸데없는 권위의식으로 느껴져요. 엄마가 아빠한테 ‘자녀심리학’이라는 책을 사줬는데 읽은 이후 감동은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실천하지는 못하네요.”

- 김성은 (가명·15·여·3학년·서울)“똑같은 잔소리를 여러 번 듣는 거 정말 싫거든요. 아빠한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몇 번 말씀드렸지만 고쳐지지 않나봐요. 어려운 가정형편을 극복하고 힘겹게 의사가 된 아빠는 자신이 공부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가끔 들려줘요. 그때마다 ‘너는 행복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줄 알라’는 말씀을 하세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 같은 것을 말이죠. 한두 번 들은 걸로 족하니까 고장난 노래 테이프처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류재민 (가명·15·3학년·광주)“제발 엄마와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술 먹고 일찍 들어온다든지 냉장고 열어서 채소가 썩었네 안 썩었네 잔소리도 안 했으면 좋겠고요. 가끔 부부싸움할 때 집 안의 물건이 둥둥 떠다니기도 하는데 그런 일도 다시는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공부하라고 닦달할 때도 다정다감한 말투로 하면 얼마나 좋아요? 만날 윽박질러요. 엄마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주눅 들게 만들고. 그런 점이 끔찍할 정도로 싫어요.”

고등학생

- 박소희 (17·여·1학년·전남 강진군)“아파서 쉬고 있는데 방에까지 들어와 ‘그렇게 힘들어?’라고 나무라실 때 열 받아요. 엄마한테 혼나고 있을 때 이유도 모르면서 끼어들어 같이 화낼 때도 싫고요. TV 보고 있는데 리모컨을 뺏어 아빠가 보고 싶은 채널로 돌릴 때도 그래요.”

- 박지현 (18·여·2학년·경북 울릉군)“이 설문을 받았을 때 한참을 생각해야 할 만큼 저는 아빠가 좋아요. 하지만 아주 가끔씩 회사를 쉬는 날이나 공휴일에 고스톱을 치러 가셔서는 밤늦도록 귀가하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엄마와 나는 걱정만 하다가 말다툼을 하곤 해요. 아, 그리고 담배 피울 때도 너무 싫어요. 이젠 건강 생각하실 연세가 됐는데, 끊을 생각조차 않으니….”

- 이재규 (17·1학년·대전)“제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일, 예컨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 ‘공부하라’고 꾸짖고 방 청소 등을 시키실 때 싫어요. 또 하나는 저를 아빠 회사동료의 자식들과 비교할 때죠.”

- 김진영 (18·2학년·강원도 속초시)“머리가 그리 길지 않은데도 너무 길다며 군인처럼 짧게 깎으라고 하실 때요. 군인 머리가 요즘 고등학생 스타일에 어울리기나 한가요? 간혹 시간이 나서 컴퓨터 게임을 할라치면 ‘고등학생이 컴퓨터 한다’며 혼내실 때도 싫죠. 공부 잘하는 아이들과 비교할 때는 물론이고.”

- 원영섭 (18·2학년·서울)“제가 공부 못한다고 쪽팔려 하실 때 정말 싫어요. 정작 공부할 땐 아무 말씀 없다가도 컴퓨터만 켜면 잠이나 자라고 하시기도 하고, 시험성적에 대해 제대로 모르면서 무조건 떨어졌다고 화부터 내요. 어떤 땐 시험 끝난 날 집에서 컴퓨터 하고 있는데 어서 다음 시험 준비하라고 하신 적도 있어요. 아빠는 제가 컴퓨터만 하려고 하면 민감해져요.”

김태현 (18·2학년·강원도 속초시)“아빠가 원하는 진로를 택하라고 자꾸 강권하면서 주말에도 공부하라고 할 때. 아빠가 볼일 있을 때 억지로 절 데리고 가려 할 때 싫어져요. 아직도 제가 어린 줄 알고 챙겨주려 하거나 무슨 일이든 강제로 시킬 때는 정말 짜증나요.”

- 안용선 (17·2학년·서울)아빠가 충고를 해주실 때 저한테는 단지 화내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아요. 공부가 가장 쉬운 것처럼 말씀하시지만, 저는 공부도 만만치 않은 거라고 생각해요. 아빠와 가까워지고 싶지만 공부 이야기만 하면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요.”

- 정연수 (가명·18·여·2학년·경북 김천시)“아빠가 회식에서 술 드시고 귀가한 뒤 바로 주무시지 않고 노래를 부를 때 창피해요. 집이 아파트인데도 남들 다 자는 시간에 혼자 기분이 좋다면서 노래를 불러요. 그러면 다른 집에서 인터폰을 통해 항의하는데, 이걸 제가 혼자서 처리해야 해요. 어떤 때는 회식자리에 제가 따라갔는데, 바로 빠져나오기는커녕 절 내버려두고 친구분들과 또 다른 곳으로 술 드시러 가더라고요. 그런 날은 정말 아빠가 걱정돼서 잠을 못 이룰 지경이라니까요.”

- 류아라 (18·여·2학년·광주)“제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인정해주지 않거나 세대차이를 느끼게 할 때.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큰 소리 치실 때. 너무 권위적이라고 느껴질 때. 통금시간을 너무 이른 시간으로 정할 때.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저래야 한다는 둥 말 속에 남녀차별에 관한 내용이 들어갈 때. 그럴 때마다 아빠가 싫어요.”

- 최재원 (18·1학년·경기도 수원시)“어떤 때 아빠가 싫어지느냐고요? 음, 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보실 때랑 집 안을 어지럽힐 때, 제 옷에서 아빠 담배냄새 날 때가 그렇죠. 참, 하나 더 있어요. 차 몰고 가시다가 길 잃을 때.”





주간동아 571호 (p16~19)

정리·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311

제 1311호

2021.10.22

전대미문 위기 앞 그리운 이름, ‘경제사상가’ 이건희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