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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작가는 살인자?

심리학자 개릭 스틸 “도일, 친구 죽이고 작품 가로채” … 경찰 승인 받아 부검키로

  • 케임브리지=안병억/ 통신원 anpye@hanmail.net

‘셜록 홈스’의 작가는 살인자?

깡마른 체구에 승마 모자를 쓰고, 파이프를 문 채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 셜록 홈스. 경찰을 훨씬 능가하는 치밀한 논리와 현장검증으로 흉악범을 잡는 그는 아서 코넌 도일이 창조해낸 가상의 인물이다. 셜록 홈스 시리즈는 수십 개 언어로 번역됐고, 연극 또는 영화화됐다. 그런데 도일이 살인자라는 의혹이 몇 년 전부터 제기됐다. 이를 밝히기 위해 전 경찰 고위 간부와 법의학자들이 포함된 검시팀이 도일이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무덤까지 파헤칠 계획이다. 아직 검시에 대한 경찰의 최종 승인은 떨어지지 않은 상태다. 셜록 홈스 시리즈보다 더 흥미진진한 이 의혹을 파헤쳐보자.

도일이 살인자라는 의혹은 2000년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로저 개릭 스틸이 처음으로 제기했다. 그는 그해 발간된 저서 ‘배스커빌의 집’에서 도일이 친구 버트램 플레처 로빈슨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소설 ‘배스커빌가의 개’가 원래 로빈슨이 쓴 것인데, 도일이 이 작품을 표절하고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로빈슨의 아내를 시켜 로빈슨에게 장기간 미량의 아편을 투여해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셜록 홈스가 수사를 하는 사건에서도 이와 비슷한 예가 나온다). 도일이 의사였다가 작가로 전업했고, 그와 로빈슨의 아내 글래디스는 정부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물론 홈스를 사랑하는 팬들은 이런 주장에 발끈했다. 당시 ‘셜록 홈스 소사이어티’의 한 관계자는 개릭 스틸이 자신의 책을 많이 팔기 위해 이런 억지 주장을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개릭 스틸은 이런 의혹을 풀기 위해, 독일 카를스루에 시에서 생물학을 가르치는 경찰 출신 폴 스파이링과 런던 임페리얼 대학에서 독성학을 가르치는 법의학자 수전 피터슨 교수를 설득해 공동 조사에 나섰다.

“장기간 아편 투여해 숨지게 했다”

피터슨 교수는 검찰의 검시 승인이 나면 무덤에서 로빈슨의 시체를 꺼내 과연 장기간 미량의 아편 투약으로 사망했는지 여부를 규명할 예정이다. 아직 경찰의 검시 승인이 날지, 결과를 규명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인기를 노린 작가의 의도 정도로 생각됐던 문제에 전문가들이 가세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



스틸은 로빈슨이 도일에 의해 독살당했다는 의혹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로빈슨은 장티푸스로 죽었다고 했지만 사망할 때까지 병원에 간 적이 없다는 점, 둘째 장티푸스는 전염성이 강한데 그의 주변인들 중 장티푸스에 걸려 사망한 사람이 없다는 점, 셋째 장티푸스로 사망한 사람은 화장하는 게 관례였는데 그는 매장됐다는 점이다. 또 런던에서 숨졌는데 거기서 200km나 떨어진 남서부 다트무어에 묻혔다. 즉 전염병으로 죽은 시신을 장거리 운반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장티푸스로 죽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의혹에 로빈슨의 마부였던 해리 배스커빌의 증언이 신빙성을 더했다. 당시 그는 로빈슨과 도일을 태우고 다트무어 황무지 곳곳을 데려다주었는데 그 대가로 그의 이름이 책 제목으로 채택됐다. 배스커빌은 죽기 직전인 1959년 “도일이 ‘배스커빌가의 개’를 쓰지 않았다. 로빈슨이 상당 부분을 썼는데 그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라는 말을 친구들에게 남겼다.

‘셜록 홈스’의 작가는 살인자?

셜록 홈스 박물관이 있는 런던 베이커 거리 (아래)와 박물관 내부.

1870년에 태어난 로빈슨은 기자였다. 도일과는 1899년 남아프리카에서 발발한 보어전쟁을 함께 취재하면서 친구가 됐다. 1901년 로빈슨은 남부 노포크 해안에서 골프를 치면서 도일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또 다트무어로 가서 황무지를 탐험했다. 당시 도일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로빈슨과 황무지를 돌아다니며 셜록 홈스에 관한 책 집필을 구상하고 있다고 썼다. 두 사람이 함께 책에 대해 구상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도일도 로빈슨에게 도움을 받았음을 명기했다. 1902년 ‘배스커빌가의 개’ 초판에서 그는 “로빈슨이 이 책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그는 줄거리를 잡고 지역 세부사항에 관해 도움을 줬다”고 각주에 썼다. 하지만 1929년 ‘셜록 홈스 장편 전집’의 서문에서는 말을 바꿨다. 도일은 “이 책은 친구의 발언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그는 36세의 나이로 요절해 우리 모두를 슬프게 했다. 하지만 그 친구의 발언은 책의 모티브만 제공했을 뿐, 구성과 책 내용 전체는 내가 썼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말을 바꿨고, 자신의 창작물임을 강조했다. 왜 그랬을까 하는 점도 의문이다.

도일, 친구에게 거액 왜 주었나

또 1902년 책이 출판된 뒤 엄청난 돈을 번 도일은 로빈슨에게 2500파운드를 주었다. 현재 우리 돈으로 430만원, 100년 전 가치로 환산하면 몇억 원이나 되는 큰돈이다. 모티브만 제공한 친구에게 주는 돈 치고는 상당한 금액이다.

도일은 로빈슨과 지적재산권 문제로 자주 언쟁을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숨기기 위해 도일은 로빈슨의 아내 글래디스를 포섭해 장티푸스로 보이게 만들어 독살했다는 게 스틸의 주장이다. 하지만 도일이 글래디스와 모종의 관계였다는 증거는 희박하다. 그러나 글래디스는 남편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아 의혹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처럼 도일이 살인자라는 의혹은 사소한 정황에 근거한다. 하지만 셜록 홈스는 친구이자 조수 구실을 하는 왓슨에게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왓슨, 자네는 내 방식을 알지. 사소한 일이라도 놓치지 말고 정밀하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네.”

불후의 명탐정 셜록 홈스. 그를 창조한 인물이 살인 혐의를 받고 있다. 홈스가 책 밖으로 나와 이 사건을 수사해야 하나?



주간동아 2005.11.29 512호 (p60~61)

케임브리지=안병억/ 통신원 anp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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