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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F 불법 ‘가개통폰’ 남발했다

2002년 10~12월 12만9892개 번호 부여 … 주민번호·주소·통장 등 모든 서류 가짜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KTF 불법 ‘가개통폰’ 남발했다

KTF 불법 ‘가개통폰’ 남발했다
새로 산 휴대전화가 만약 다른 사람이 쓰던 중고폰이었다면? 있어서는 안 되는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다만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이동통신업체와 대리점이 실적 경쟁을 하면서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가공의 이름으로 휴대전화를 남발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다.

실존하지 않는 사람의 이름으로 번호가 부여된 휴대전화 단말기는 각 이동통신업체의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잠자고 있다가 명의변경을 통해 진짜 휴대전화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것. 즉, 소비자는 새것으로 알고 사지만 이는 통신업자와 대리점이 이미 개통을 시켜 사용한 적이 있는 휴대전화 단말기인 것이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KTF의 2003년 4월 마케팅 관련 내부 대외비 자료에 따르면, KTF는 2002년 10월부터 12월까지의 4·4분기 동안 12만9892개의 단말기에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의 이름으로 번호를 부여했다. 이렇게 번호를 부여받은 휴대전화 단말기를 업계에서는 일명 ‘가개통(선개통)폰’으로 부른다. 가개통폰은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주소, 요금 자동이체 통장 등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필요한 모든 서류 요건을 갖추었으나 실제로는 모든 것이 가짜다.

마케팅 관련 대외비 자료 입수

인터넷에 들어가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를 이용해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만든 후 가짜 이름과 가짜 주소, 가짜 통장번호를 입력해 휴대전화를 개통시키면 가개통폰이 탄생한다. 생성기 사용이 금지된 2003년 이후부터는 대리점 직원 친척의 이름을 이용해 한 사람당 여러 대의 가개통폰을 개설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대리점은 가개통폰을 개통하더라도 진짜 휴대전화를 개통시킨 것과 같은 개통 수수료(대당 2만2000~3만5000원)를 이동통신업체로부터 받기 때문에 본사의 가개통 제의는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가개통을 시킨 뒤 휴대전화 사용을 일시정지해 놓으면 한 달에 3850원의 요금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각 대리점 사장들은 가개통폰이 실제 소비자(실개통)에게 팔려나갈 때까지 몇 달이고 참고 기다린다.

대리점은 가개통폰을 실소비자에게 판매하거나 대형 전자상가, 전자마트 등의 소매업자들에게 리베이트를 주고 판매를 의뢰한다. 실소비자들은 새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줄 알지만 결국은 중고 휴대전화를 구입하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가개통폰에 대한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이하 통신위)의 조사가 이뤄지면서 발생한다. 가개통폰의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본사 측이 각 대리점에 지금껏 단 한 번도 통화가 발생되지 않은 가개통폰에 대해 일시정지를 풀고 단 몇 분간이라도 통화한 흔적을 남기라고 요구하기 때문. 이렇게 되면 가개통폰의 요금은 실제 개통한 휴대전화와 같이 수만 원대로 올라가고(한 달간 1만7000~3만3000원), 이 모두는 결국 대리점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 된다.

KTF 불법 ‘가개통폰’ 남발했다

우리가 사는 휴대전화는 과연 새것일까? 가개통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 강남에서 KTF 대리점을 운영한 김혜숙 씨는 “본사의 지시로 가개통폰 1000대가량을 개통했는데 통신위 감사가 나온다며 일시정지를 풀고 가개통폰에 통화 흔적을 남기라고 해서 일일이 직원을 시켜 그렇게 했다”며 “처음에는 본사에서 가개통폰에 부과되는 요금을 모두 내준다고 하더니 이런저런 핑계로 2년을 끌다 가개통폰 일시정지 해지에 따른 요금과 공과금을 합친 수억원을 채권으로 묶은 뒤 당장 내놓으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본사에서 한편으론 요금을 내준다고 하고선, 영업을 계속하려면 요금 채권에 대한 수억원의 담보를 설정해야 한다고 해 그렇게 해줬더니 끝내 요금 채권을 갚지 않는다며 대리점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현재 대리점 계약을 해지당해 1만여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본사에 모두 넘겼으며 담보로 잡힌 동생 집이 경매 처분된 상태다. 그래서 KTF를 상대로 송사를 벌이고 있다.

김 씨 외에도 같은 방식으로 본사로부터 제의를 받고 가개통에 나섰다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대리점은 많다. 경기도의 이모 씨와 충청도의 김모 씨가 바로 그들. 이들은 “KTF는 대리점들이 스스로 가개통폰을 개통했다고 하지만 본사의 도움 없이는 가개통폰의 개통 은 어렵다. 본사가 직접 가개통폰 지시를 한 증거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케팅 관련 대외비 자료에 의하면 KTF는 가개통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33억4000여만원의 가개통 수수료를 대리점으로부터 환수했다. 이동통신업체인 KTF가 실적 부풀리기를 위해 가개통폰을 무더기로 개통한 흔적은 다른 내부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2002년 10월에 작성된 KTF 영업 관련 문건에 따르면 ‘당시 휴대전화 일시 정지자가 급격히 증가된 원인은 16만대로 추정되는 선개통, 즉 가개통 작업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어 이 문건은 ‘가개통 때문에 가입자 버블, 즉 거품이 상당히 발생해(포함돼 있어) 실질 매출 증대에는 기여가 적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KTF “본사 모르게 대리점이 한 행위”

상황이 이런데도 KTF 측은 “가개통폰을 개통하는 것은 대리점이 개통 수수료를 받기 위해 본사 모르게 단독으로 한 행위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KTF의 한 관계자는 “본사는 2000년 통신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로 가개통을 절대 금지해왔다. 대리점에 패널티도 주면서 강력히 관리해왔는데 본사 차원에서 지시를 내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수수료를 돌려받은 것은 실개통인 줄 알고 수수료를 받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가개통이 된 것이어서 그런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KTF 측은 “김혜숙 씨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KTF를 상대로 온갖 비방을 하고 있다”며 “이는 언론을 등에 업고 대기업의 약점을 파헤쳐 돈을 뜯어내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KTF 측은 “예전에도 대리점 업주들이 가개통폰 개통을 본사가 지시한 것이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적이 있으나 이에 대해 공정위는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며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취재결과 당시 문제를 제기했던 대리점 업주 이모 씨는 “제소하고 얼마 후 KTF 측에서 합의를 하자고 해서 합의해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TF 측은 “절대 이면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공정위의 이 판정은 KTF의 가개통폰 남발에 대한 면죄부로 활용돼왔다.

KTF는 통신위의 조사에 대비해서도 철저하게 준비했다. 2001년 KTF 영업본부가 일선 영업센터로 보낸 e메일 문건에는 조사를 피할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돼 있다. 이 문건에는 ‘가개통 핸드폰에 대해 실제로 사용하는 것처럼 통화를 발생시키고, 일시정지 상태가 아니라 정상 통화 상태를 유지하게 할 것’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또 2004년 8월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조사가 있을 당시, KTF 본사의 한 간부는 서울의 한 대리점 사장에게 통신위 조사에 대비하라며 보낸 e메일에서 급하게 일시정지된 가개통폰을 모두 해지할 것을 당부하면서 “이는 조사 대응용이지 (진짜) 해지를 위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이런 내부 문건에 대해 KTF 측은 “가개통을 하면 쓰지 않는 휴대전화 요금이 악성 채무로 계속 남는데 우리가 왜 그런 짓을 하겠느냐”며 “이런 내부 문건은 대리점이 저지른 가개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생산된 것이지, 본사에서 지시한 공문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주간동아 2005.11.29 512호 (p58~59)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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