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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승’ 日 神社로 간 까닭은

민단 중앙본부,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 기념 고구려인들이 세운 ‘고마 신사’에 기증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한국 ‘장승’ 日 神社로 간 까닭은

한국 ‘장승’ 日 神社로 간 까닭은

10월23일 일본 사이타마현 고마 신사에서 열린 장승 제막식 모습. ‘10월의 마당’이란 1946년 10월3일 민단 창립일을 기념해 이어온 축제다.

한국의 얼굴인 ‘장승’이 일본정신의 상징인 ‘신사(神社)’에 세워졌다.

10월23일, 한국에서 제작된 무게 8t의 거대한 돌 장승 한 쌍이 일본 사이타마현(埼玉縣)에 위치한 고마(高麗) 신사에서 성대한 제막식과 함께 일반에게 공개됐다. 높이 5.5m에 달하는 이 돌 장승은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중앙본부가 한일 우정의 해와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을 기념해 고마 신사에 기증한 것이다.

민단이 주관하는 연중 최대 축제인 ‘10월의 마당’의 일부로 준비된 이날 행사에는 일본 각지에서 온 1500명이 넘는 재일교포가 참가해 대성황을 이뤘다. 사이타마현의 정치인과 라종일 주일대사도 참석해 한국과 일본의 우정을 다짐하기도 했다. 제막식은 사이타마현 민단 농악대 30여명의 풍물놀이로 흥겹게 시작해, 마지막에는 고마 신사 전통의 엄숙한 ‘승신(昇神)의식’과 ‘배례의식’으로 마무리되었다.

‘고마’는 고려(高麗, 고구려를 뜻함)의 한자 표기를 일본식으로 읽은 것.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신사는 일본에 건너간 고구려인들이 세운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300여년 전인 716년, 고구려 왕족인 작코(若光)왕과 그를 따르는 고구려의 유민들이 건립한 ‘고려사(寺)’가 이 신사의 뿌리다. 아직도 이 일대 지명에는 고마라는 이름이 널리 쓰이고 있고, 작코왕 후손들은 ‘고마’라는 성(姓)씨를 사용하며 현재 56대 손이 이 신사를 지켜오고 있다.(일본에는 모두 다섯 곳에 고구려 명칭의 사찰이나 신사가 있다고 한다.)

기존 목재 장승 훼손 … 돌 장승으로 교체



이 신사는 고구려 관련 행사를 꾸준히 개최하며 한반도에서 온 도래인(渡來人)들의 문화 전파를 기념하고 있다. 때문에 고마 신사는 일찍부터 재일교포들의 성지가 돼 언제부턴가 한국을 상징하는 한 쌍의 장승이 세워졌다. 그리고 이번에 전통적인 나무 장승이 아닌 돌 장승이 세워지게 된 것이다.

고마 신사에 돌 장승이 세워진 데는 내력이 있다. 민단이(1992년) 고마 신사에 기증한 나무 장승은 몇 년 전 관광버스와의 충돌로 크게 훼손됐다. 이에 민단은 새 목재 장승 기증 계획을 세웠지만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구성이 약해 자주 바꿔야 한다는 단점 때문이었다.

민단의 구문호 부단장은 “나무 장승을 기증할 경우 10년 후쯤 새 장승을 세워야 하는데, 과연 재일교포 3, 4세들이 꾸준히 장승 건립을 이어갈 것인가 하는 교포 1, 2세들의 걱정이 터져나왔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반영구적인 돌 장승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고, 올 초부터 한국의 장승 장인을 수소문하게 되었다.

한국 ‘장승’ 日 神社로 간 까닭은

경북 예천의 장승조각가 김수호 씨의 작업 모습.

그러다 연이 닿은 한국의 장승조각가가 경북 예천군에 터 잡고 있는 목인(木人) 김수호(42) 씨. 김 씨는 지난 10여년간 1000기의 장승을 만들어온 한국의 대표적 장승 장인이다. 김 씨는 흔치 않은 돌 장승 제작 의뢰에 의아해했지만, 민단이 처한 고민을 듣곤 아예 작업비를 받지 않고 실비 제공을 약속했다.

장승의 재료로는 국내 최상품인 전북 익산시 황등면의 화강암을 사용했다. 17t에 이르는 화강암을 예천으로 운반해 와 2개월간 깎고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 더욱이 이 장승에 쓰인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이란 글씨는 고구려 시대 서체를 사용해 의미를 더 했다. 이 장승은 부산을 거쳐 일본으로 운반되는 고단한 여정을 거쳐 고마 신사에 도착했다.

제막행사에 초대받은 김 씨는 “화강암으로 만든 돌 장승은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풍스러운 멋이 우러난다”며 “한국적 정서에 일본식 문화의 조화를 바라는 재일교포들에게 오랜 기간 기쁨을 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5.11.29 512호 (p30~30)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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