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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 게이트’ 감사원도 오락가락

2000년엔 “중징계” 2004년엔 “괜찮다” … 건설업체 전방위 로비 후 건교부 입장 바꿔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오포 게이트’ 감사원도 오락가락

‘오포 게이트’ 감사원도 오락가락

경기 광주시 오포읍 태재고개 일대.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가 경기도에 보낸 공문 2건.

“수도권정비계획법령에서 제한하는 규모 이상의 개발 사업을 포함하는 계획을 수립 또는 승인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2004년 5월15일)

“현재 추진 중인 지구단위 계획은 우선 결정될 수 있도록 조치하시기 바랍니다. …계획적 체계적 개발이 될 수 있도록 하시기 바랍니다.”(2004년 10월21일)

건교부는 경기 광주시의 아파트 건설과 관련해 2004년 5월 “아파트를 지어선 안 된다”고 했다가 5개월 만에 “계획적 체계적으로 개발하라”고 의견을 바꾸었다.

도대체 5개월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의문은 ‘청와대게이트’ ‘오포게이트’ 등 원색적 표현이 오르내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건교부가 아파트를 지어도 된다, 안 된다며 오락가락한 곳은 광주시 오포읍 고산리 390-2번지 일대 31만㎡(약 9만3000평). 분당의 코 옆인 오포읍은 개발 기대 심리가 뜨겁다. 오포읍의 한 공인중개사는 “하루빨리 아파트를 짓게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사건의 핵심은 건교부가 왜 오락가락했는가다. 이 의혹의 한가운데엔 광주시, 경기도청, 건교부, 감사원, 청와대 등 굵직한 기관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이 구속됐고, 전 대통령인사수석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규제와 승인’ 코에 걸면 코걸이

아파트 건설업은 로또로도 불린다. 제때에 규제가 풀려주고 타이밍이 잘 맞으면 대박이 터지기 때문이다. 오포읍은 업계에서 “허가만 받아내면 대박인 수도권의 요지”로 알려져 왔다. 업자들이 물불 안 가리고 로비에 나선 까닭이다.

규제에서 승인 허가로 돌아선 건교부의 태도 변화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규제와 승인 허가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측면이 있다. 힘 센 사람의 입김이 들어가면 귀고리도 코걸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오포읍 사건도 이러한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다.

오포읍 아파트와 관련해 금품 로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곳은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시행사인 정우건설. 검찰은 2004년 11월부터 검사 3명과 수사관 20명을 투입해 1년 동안 수사를 벌여왔다.

오포읍에서의 로비는 과거부터 대단했다. 발단은 LK건설이 건축 인허가를 받기 위해 금품 로비를 했다는 첩보였다. 그로 인해 2004년 12월 박혁규 당시 한나라당 의원과 김용규 광주시장 등 10여명의 공무원이 구속됐다.

‘오포 게이트’ 감사원도 오락가락

정찬용 전 대통령인사수석

정우건설은 박 전 의원의 재판 과정에서 등장했다. 정우건설이 지구단위 계획 변경 승인 청탁과 함께 박 전 의원에게 2억5000만원을 준 사실이 드러난 것. 한현규 전 경기도 정무 부지사도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정우건설은 포스코건설의 지급보증을 뒷배로 2000억원을 빌려 2003년 초부터 오포읍의 땅을 사들였다. 이른바 땅 작업에 나선 것이다. 평당 100~120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가만 받으면 대박은 불 보듯 했다.

그런데 건교부가 대박의 꿈에 제동을 건다. 정우건설은 오포읍 31만m2에 대해 지구단위 계획 승인을 경기도에 요청했고, 경기도는 건교부에 승인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2004년 5월 승인 불가 통보를 한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오염총량관리제가 도입된 광주시 지역은 20만m2 이하 규모에 대해서만 단일 지구단위 계획 수립이 가능한데, 정우건설에 11만m2가 더 많은 31만여m2에 대해 승인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건교부가 이렇듯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댔고, 그로 인해 전방위 로비가 시작됐다. 정우건설은 브로커 이모 씨(구속)를 통해 정찬용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에게 접근했고, 감사원에도 민원을 넣었다. 감사원은 브로커 서모 씨(구속)가 맡았다.

정찬용 전 인사수석 개입 의혹

‘오포 게이트’ 감사원도 오락가락

5개월 사이 ‘불가’(오른쪽)에서 ‘가능’으로 바뀐 건설교통부 공문.

로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감사원은 건설회사들의 편을 들어주었다. 정우건설의 민원에 대해 건교부의 처분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감사원은 “지구단위 계획은 단순한 도시계획이기 때문에 수도권정비법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또 “건교부 직원 3명이 법령을 부적절하게 해석했다”면서 공무원들의 문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2000년에는 “자연보전권역 내 3만m2 이상 개발은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므로 허가는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준농림지 5만~14만m2에 대해 아파트 사업을 승인한 공무원들에게 중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감사원은 2000년과 2004년 유사한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린 셈이 된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4년 전 건은 지금과는 사안이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이후 건교부도 2004년 10월 입장을 바꿔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지구단위 계획 과정에 적용할 수 없다”면서 지구단위 계획을 승인한다. 청와대와 감사원으로의 민원 제기가 결실을 맺은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정우건설은 정 전 수석과 친분이 있다는 브로커 이 씨를 고용했다. 정 전 수석은 이 씨의 로비를 받고 건교부에 직접 전화를 걸었고 이 씨를 건교부 담당 공무원에게 소개해줬다.

민원인을 담당 공무원에게 연결시키는 사례는 흔한 일이다. 그런데 정도가 과했다. 인사수석실이 민원과 관련해 건설교통부 유덕상 당시 국토정책국장을 부른 자리엔 로비에 나선 건설업체 인사들도 참석했다. 포스코건설 김모 상무와 광주시청 공무원 김모 씨, 브로커 이 씨 등.

이 씨는 “J건설에서 금품을 받았을 뿐 정 전 수석에게는 말로만 청탁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수석도 11월17일 중소기업진흥공단 광주연수원에서 가진 초청 강연에서 “경기 광주시 오포 아파트 인허가 비리 의혹과 관련해 나는 비리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파트 인허가는 대통령인사수석실의 업무가 아니다. 금품이 오가지 않았더라도 정 전 수석의 행동은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인허가에 반대하는 건교부의 국장을 청와대 관련 인사가 부른 것만으로도 압력 행사라는 지적이 많다.

정 전 수석은 서남해안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도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당시엔 공직을 떠난 뒤인지라 법적으로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없었으나, 오포읍 사건은 공직에 있었을 때라 사정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정 전 수석의 개입 여부와 정·관계 로비 의혹을 본격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안팎에선 비자금 조성 등 비리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 행담도 의혹 때처럼 의혹만 무성한 사건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주간동아 2005.11.29 512호 (p28~29)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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