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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야수와 미녀’

눈 뜬 그녀는 누굴 사랑할까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눈 뜬 그녀는 누굴 사랑할까

눈 뜬 그녀는 누굴 사랑할까
이계벽 감독의 ‘야수와 미녀’는 고 이은주 주연의 코미디 ‘안녕! 유에프오’와 같은 소재를 담고 있다. 두 영화 모두 씩씩하고 귀여운 시각 장애인 여자 주인공을 남자 주인공이 사랑하는데, 그만 남자 쪽이 상대방이 앞을 보지 못하는 걸 이용해 자기 상황을 좀 과장하다 보니 일이 점점 커져만 간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까.

‘야수와 미녀’의 설정은 ‘안녕! 유에프오’보다 직설적이고 단순하다. 시각 장애인 피아니스트 해주(신민아)와 데이트하던 괴물 소리 전문 성우 동건(류승범)은 기증자가 나타나 해주가 눈을 뜰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제는 동건이 자기가 상당한 미남이라고 허풍을 떨었다는 것. 수술에 성공해 눈을 뜨게 된 해주가 남자친구를 찾는 동안 동건은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 발버둥 치지만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는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자신의 동창이었고 해주에게 주입한 ‘미남 이미지’의 원본인 준하가 잘나가는 검사가 되어 해주 앞에 나타난 것. 동건은 해주를 위해 준하에게 자신의 위치를 양보해야 하는 걸까?

‘야수와 미녀’의 설정은 과장되어 있지만 우리가 충분히 감정이입할 수 있을 정도의 보편성은 갖추고 있다. 누구나 애인에게 자신을 잘 보이려 하고, 그러다 보면 거짓말도 하게 된다. 연애 초반엔 그런 거짓말 속에서도 그런대로 지낼 수 있겠지만, 더 깊은 단계에 접어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조작된 허상을 걷어내고 실제 모습으로 상대방과 만족스럽게 대면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다루려면 한없이 진지해질 수 있는 주제지만 영화는 그런 데에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는다. 영화는 주제에 대해 고찰하는 대신 러닝타임 내내 인상 쓰며 고함을 질러대느라 바쁘다. 나쁜 걸까? 그건 아니다.

‘야수와 미녀’는 예상 외로 썩 재미있는 코미디다. 시각 장애라는 다소 위태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감상에 빠지지 않고, 이야기는 빠르고 날렵하다. 우연과 기성품 공식에 설정 전부를 걸쳐놓고 있지만 세 주인공을 엮어 만들어내는 삼각관계는 상당히 재미있는 편이다. 무엇보다 영화는 부지런하다. 영화 구석구석에 공들여 만든 아이디어들이 꽉 차 있으며 그중 많은 부분이 성공하고 있다. 적절하게 캐스팅된 배우들도 자기 몫을 잘 해내는 편이고 배우들 간의 조화도 훌륭하다.



‘야수와 미녀’는 완벽한 영화는 아니며 가지고 있는 재료에서 최상의 결과를 뽑아낸 영화도 아니다. 재미있는 자잘한 아이디어들은 풍부하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전체적인 아이디어는 그보다 약하다. 진상이 폭로되고 이야기가 맺어지는 후반부에서는 로맨틱 코미디 공식에 발목이 잡혀 어쩔 수 없이 진부해진다. 진상 폭로 이후 이야기가 에너지를 잃고 질질 끌리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그런 단점들을 인정한다 해도 ‘야수와 미녀’가 제공해주는 1시간 반은 상당히 즐겁다.





주간동아 2005.11.01 508호 (p84~84)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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