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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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설마 개성공단 폐쇄 결정도?

정동영 “비선 실세에 의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은 위법”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6-11-04 17: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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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2일 통일부는 ‘새로운 한반도를 위한 남북관계 재정립’을 주제로 대통령에게 올 한 해 추진할 주요 사업의 목표와 방향, 핵심 과제 등을 보고했다. 통일부는 업무 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선거(대선) 공약이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대북정책의 바탕에 깔고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8·25 합의 △남북교류 관행 개선 △이산가족 문제 해결 등 4가지 대북정책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했다. 중점 추진 과제로는 △북한 핵문제의 실효적 해결을 위한 노력 강화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 꾸준히 해결 △한반도 평화를 진전하는 대화 △민족 동질성 회복을 촉진하는 남북협력 △창의와 융합의 통일 준비 등 5가지를 꼽았다. 이 가운데 ‘남북협력’ 방안으로는 ‘민간 통로 내실화’와 ‘개성공단 안정적 운영’ 등 두 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새로운 한반도를 위한 남북관계 재정립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없던 일’이 됐다. 직접적인 계기는 2월 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사흘 뒤인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관련 정부 성명’을 전격 발표했다. 홍 장관은 성명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계획을 꺾을 수 없고 △정부의 개성공단 유지 노력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악용되며 △정부는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에 대해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튿날인 2월 11일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폐쇄 및 군사통제구역’ 선포로 맞섰고, 개성공단에 체류하던 남측 인원 280명이 모두 귀환함으로써 개성공단은 사실상 폐쇄됐다.

    이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개성공단 폐쇄 과정의 전모다. 그러나 최근 ‘최순실 게이트’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서 개성공단 폐쇄에 정부의 공식 안보 라인이 아닌, 비선(秘線) 모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성한 전 사단법인 미르 사무총장의 ‘입’을 통해서다.





    느닷없는 세 번의 결정

    ‘한겨레’ 10월 25일자에 실린 이성한 전 총장의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최순실 씨가 자신의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각계의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대통령의 향후 스케줄이나 국가적 정책 사안을 논의했고 △비선 모임에서 한 논의는 10% 정도가 미르· K스포츠재단과 관련되고 나머지 90%는 개성공단 폐쇄 등 정부 정책과 관련된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이 전 총장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최씨는 이런 모임을 주제별로 여러 개 운영했는데, 일종의 대통령을 위한 자문 회의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비선 모임의 참석자와 관련해 이씨는 “적을 때는  2명, 많을 때는 5명까지 모였다”면서 “모임에 오는 사람은 회의 성격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지만 차은택 씨는 거의 항상 있었고, 고영태 씨도 자주 참석했다”고 덧붙였다. 차씨는 CF 감독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들어 ‘문화계의 황태자’라 불렸고, 고씨는 박 대통령이 들고 다녀 화제가 된 가방을 계기로 만난 인물로 최씨와 가까운 사이다. 이 전 총장은 자신도 몇 번 비선 모임에 참석한 일이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장의 이 같은 증언이 담긴 한겨레 보도 이후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내고, 2005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과 담판해 9·19 6자회담 합의의 물꼬를 텄던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10월 26일 “개성공단 폐쇄에 최순실 씨가 개입한 것은 경악할 일”이라며 “개성공단 폐쇄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논의되고 결정된 것이 아니라, 최순실이라는 일개 사인(私人)과 그 비선 모임에서 논의해 결정했다는 것은 명백한 국기 문란 행위”라고 성토했다.

    정 의원은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죄 없는 입주 기업과 협력 업체의 생명줄을 끊어버린 것을 넘어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을 일거에 허물어버린 행위”라며 박 대통령에게 “개성공단 폐쇄와 관련해 최씨의 개입 사실을 밝히고 불법적인 폐쇄 결정을 되돌리기 위한 조치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다음은 정 의원과 일문일답.

    ▼ 개성공단 폐쇄에 비선 실세가 개입했다고 보는 이유는.

    “올해 들어 중요한 외교안보통일 정책이 느닷없이 결정된 사례가 여럿 있다. 첫 번째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우리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이고, 두 번째는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 그리고 세 번째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이다. 한반도 안보와 직결된 중대한 문제가 정부 내에서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느닷없이 결정됐다. 특히 개성공단 폐쇄 결정 과정에는 공적 의사결정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 어떤 점에서 그렇다고 보나.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에도 우리 정부는 한동안 개성공단 폐쇄를 대북제재 수단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거쳐야 할 정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느닷없이 2월 10일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을 내렸다.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같은 중대 사안뿐 아니라 통신, 통관, 통행 등 개성공단 3통과 관련한 대북 협상이 필요할 때도 유관 부처 간 국장급 회의에서 의제를 설정하고, 차관급 협의와 장관급이 참여하는 NSC에서 논의해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결심을 받아 정부가 발표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물며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같은 중대 사안은 더 치열한 토론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2월 7일 대통령이 참석한 NSC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은 개성공단 문제가 불과 사흘 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결정됐다. 그사이 개성공단 주무 장관인 통일부 장관이 대통령과 독대한 것도 아니고 별도 상의도 없이 결정됐다. 이는 정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어떻게 이런 느닷없는 결정이 이뤄질 수 있나 의아했는데, 그 의문이 최순실 게이트로 풀렸다.”

    ▼ 개성공단 폐쇄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는데.

    “국가 명운이 걸린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 최순실을 정점으로 한 무자격 민간인들이 청와대 서류를 펼쳐놓고 논의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국기 문란 행위다. 더구나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위법 사항이다. 2013년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 이후 우리 정부가 강력히 요구해 관철한 것이 ‘어떠한 경우에도 개성공단을 닫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남북교류협력법에 정해진 절차를 따르지도 않고, 대통령의 긴급명령 발동도 없이 불법적으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런 위법 행위를 바로잡으려면 대통령의 양심고백이 먼저 있어야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

    정 의원은 “대북 대화 창구 구실을 해야 할 통일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그런 통일부는 존재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통일부에 근무했던 인사들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 과정은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인사는 “일반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달랐다. 특히 정부의 대통령 업무 보고 전후 견해와 전면 중단 결정 당시 견해가 바뀔 만한 모멘텀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그런 결정을 한 배경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외교안보통일 관계 장관들에게 개성공단 폐쇄 결정 과정에 대해 “이제는 진실을 얘기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최근 외교안보통일 관계 장관들이 국회에 나와 앵무새처럼 하는 발언은 부끄러운 내용들이다. 이제는 진실을 말할 때다. 일국의 장관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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