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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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한국인이여! 너 자신을 알라

  • 미국 MS수학연구소 선임연구원/ jehkim@microsoft.com

    입력2005-10-12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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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이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는 것이 철학의 시작이라고 하여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겸손을 미덕으로 치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친밀한 명언인 셈이다. 고대에는 대부분의 수학자들이 철학자이기도 했고 근대 수학자들도 철학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중 좌표평면을 탄생시킨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로 유명하다.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생각을 해야 하고, 체계적인 생각을 위한 도구가 바로 수학이다.

    중국 상하이에 18층 쇼핑센터를 짓기 시작할 때만 해도 사람들은 600년 전 상하이는 작은 어업 마을에 불과하다고 믿었다. 건물의 기초를 세우기 위해 땅을 파던 기계가 이상하게도 지하 7m에서 자꾸만 멈췄다. 결국엔 다이아몬드 기계를 이용하여 다시 땅을 파들어가자 그 속에서 뜻밖에도 원나라와 명나라 시대의 철 합금 장식과 석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서 계속된 발굴 작업으로 1000㎡의 중국 최대의 수문이 윤곽을 드러냈다. 이 유물들은 상하이에서 활발한 해상무역이 이루어졌음을 증명한 셈이다.

    우리가 자기 자신의 모자라는 면뿐 아니라, 강하고 좋은 면까지도 부족하다며 상하이의 수문처럼 묻어버린다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또 우리 문화는 학벌이나 직업, 외모에 따라 남들이 붙여준 평가서를 붙이고 다닌다. 이것에 의지해서 스스로도 ‘나는 일류, 이류 혹은 삼류 인생’이라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아주 작은 면으로 스스로를 평가하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런가 하면 페루의 잉카족이 만들었다는 거대한 새 형상의 유적지는 인간이 비행기를 만들고 나서야 발견할 수 있었다. 20세기 초까지 아무도 잉카족의 위대함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던 것이다. 필자는 남의 나라에서 20년 가까운 세월을 살면서, 처음에는 생각보다 우리나라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에 충격받았다. 아직도 중년층 이상의 미국인에게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작은 나라, 6·25전쟁을 겪은 나라가 그들이 이해하는 한국의 전부다. 하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최고급 휴대전화와 자동차를 만드는 ‘쿨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유럽의 최고급차만 즐비하던 사립학교의 주차장에 현대차와 기아차가 보이기 시작하고 중국과 일본인 이웃들이 우리나라 연예인들의 안부를 물어온다. 한국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은 아이들에게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미국 교육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밖에도 우리가 자랑스러워할 일들은 참으로 많다.

    좀더 자신을 깊이 있게 알기 위해서는 머릿속에 박혀 있는 고정관념들을 깨부숴야 한다. 그중 하나는 ‘우리는 고쳐야 할 것투성이의 못난이다’는 사고다. 남들이 붙여준 꼬리표를 떼어버리고 자유롭게 날 수 있기 위해선 자신의 자료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생각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 우리가 일본 교과서에 신경 쓰고 있는 사이 일본은 자신들의 역사를 세계에 인식시키고 있다. 미국 교과서에 한국 역사와 일본 역사가 실리는 분량의 차이를 보면서, 우리 역사학자들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길 소망한다.



    필자가 만난 한 고등학교 선생님에게 한국에 대해 아느냐고 묻자 “물론이지, 중국과 일본의 영향을 받아 좋은 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잖아”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우리는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에는 서슴없이 나서고, 자기가 잘하지 못하는 면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 있는 결단도 내려야 한다. 우리의 강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은 자신들이 소규모 농사꾼의 자손이라고 오해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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