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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氣차게 살자” … 웰빙 풍수 떴다

몸과 정신 건강에 좋은 환경 만들기 … 인테리어·건축 등 폭발적인 인기 행진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氣차게 살자” … 웰빙 풍수 떴다

“氣차게 살자” … 웰빙 풍수 떴다

풍수 인테리어에 맞춰 꾸민거실. 밝고 깨끗한 가구에 재운을 가져오는 노란색, 풍경화 등으로 장식했다.

죽은 자는 생기(生氣)를 탄다. 기는 바람을 타면 흩어지고 물을 만나면 멈추니, 옛사람들은 기를 모아 흩어지지 않게 하며 기를 움직이고 또한 멈추게 하니, 이를 풍수라 한다.’

진나라 사람 곽박은 ‘풍수’를 이렇게 정의했다. 풍수를 정의한 최초의 기록이다. 원래 풍수는 죽은 자의 매장지에 관하여 좋은 땅을 택하려는 경험적 지식이었으므로, 오랫동안 살아 있는 사람들과는 별 관계가 없었다. 게다가 일본에 의해 강제된 근대교육은 오랫동안 풍수를 비과학적인 미신으로 치부하게 했다.

1980년대 이후 풍수가 전통문화로 복권된 후에도 보통사람들에게 풍수는 대권에 도전하는 정치인들이 조상들의 묘자리를 바꾸고 심기일전하는 명분으로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정도였다. 그러나 2004년 참살이(웰빙) 열풍이 일어나고 ‘환경주의’와 ‘생태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해석하는 방법’으로 풍수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오랫동안 비과학적 미신 취급

최근 유행하는 웰빙 풍수는 전통적인 풍수와 차이가 있다. 전통적으로 풍수가 산과 물 등 자연의 모양을 보고 조상의 묘자리를 잡는 ‘음택’을 중시했다면, 최근의 웰빙 풍수에서는 살 집과 건물의 터를 잡고 몸과 정신의 건강에 좋은 환경을 만드는 ‘양택’을 중시한다. 최근 쏟아지고 있는 풍수 서적은 대부분 양택 풍수, 또는 풍수 인테리어를 다룬 것이며, 언론에 드러난 재벌가들의 풍수 이론도 양택을 근거로 한 것이다.



특히 최근 유행하는 풍수 이론의 가장 큰 특징은 서구의 합리주의와 오리엔탈리즘에 의해 재구성된 ‘수입품’이라는 점.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웰빙이나 요가, 아시안 푸드의 운명과 똑같은 셈이다. 그래서 현대의 풍수 인테리어 이론을 전통 풍수와 구분해 ‘펑슈이’라 부르기도 한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을 ‘펑슈이’ 인테리어 전문가에게 맡겼다든가 뉴욕이나 파리의 전문직 종사자나 샌프란시스코 정보기술(IT) 업계의 젊은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서 ‘I had my office Fengshuied(내 사무실 인테리어를 펑슈이에 맞게 했지)’가 일종의 자기과시가 되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AP통신은 올해의 새로운 직업 중 하나로 ‘펑슈이 인테리어 전문가’를 소개하기도 했다.

“氣차게 살자” … 웰빙 풍수 떴다

다양한 풍수 관련 책.

“웰빙 펑슈이가 유행 주도”

풍수의 ‘음택’이 자손들에게 서서히 영향을 미치는 데 비해 ‘펑슈이’는 거주자의 집을 풍수 이론에 맞추는 것이기 때문에 그 효과가 당장 나타난다는 설명도 ‘펑슈이’가 현대인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다. 한 인테리어 전문지 기자는 “한두 해 전부터 봄가을이면 모든 인테리어 잡지와 여성지들이 풍수 인테리어 기획을 싣는다. 2004년의 트렌드가 웰빙이었다면, 2005년은 ‘웰빙 펑슈이’가 유행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복을 부르는 풍수기행’을 펴낸 우석대 김두규 교수는 “41개 대학 연합체인 한국사이버대에서 풍수 강의를 하는데 평균 한 대학에서 500명이 넘게 강의를 들을 만큼 젊은층에서 풍수 인테리어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한다.

2004년 ‘사랑을 부르는 풍수 인테리어’를 펴내고 방송을 통해 ‘자연친화’ 풍수를 소개하고 있는 이상인 씨는 “일제 식민지와 기독교 영향으로 오랫동안 풍수는 ‘미신’으로 남아 있었다. 최근 웰빙 풍수 개념이 도입되고, 대형 건설업체들이 고급 아파트에 활용하면서 비로소 풍수의 생태주의적 가치가 인정받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동탄 신도시 래미안 아파트가 30~40cm 층고를 높여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 것’이나 한강 현대 하이페리온의 ‘전착후광(앞을 좁게 하고 뒤를 넓힘)’ 설계가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은 것 등을 들어 “풍수는 가장 현대적인 건축 컨셉트”라고 주장한다. 그는 모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용 광고에 건축가와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또한 삼성이 짓는 서울 잠실의 주상복합아파트 갤러리아팰리스는 ‘용인 석상산이 북진한 지맥과… 북서진한 내룡이 한강에서 만나는 명당자리’로 광고하는 등 마케팅에 풍수 이론이 적극적으로 도입되었다. 2004년 11월 충남 서산에서 분양한 현진에버빌과 한라 비발디도 각각 ‘옥녀탄금형의 명당’ ‘배산임수형의 전형적 명당자리’임을 내걸고 풍수 대결을 벌여 화제가 됐다.

인사아트센터의 김명선 실장은 “미술사의 중요 영역은 작품의 상징적 이미지를 읽는 것이다. 특히 처음 그림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예술적 가치보다 풍수적 의미가 절대적이다. 즉 컬렉터들은 길한 상징이 있는 그림을 권했을 때 선뜻 구입을 결정한다. 상업 화랑들도 이런 관점에서 마케팅을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재운이나 영화의 상징은 목련꽃으로, 출세의 상징은 물고기, 자손이 많기를 바라면 동자승의 그림 등을 산다는 것이다. 작가에게 자신의 사주와 집의 풍수에 맞는 특정한 이미지를 그려달라고 하여 구입하는 경우도 미술 시장에서는 흔한 일이다.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무회의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대형 소나무 그림도 기를 살리면서 대통령의 얼굴에 나뭇가지나 물이 흐르지 않도록 풍수적으로 세심하게 배려한 형상이다.

외국에는 아예 풍수 인테리어에 맞춘 미술작품을 판매하는 ‘펑슈이 갤러리’가 등장했는데, 풍수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길’한 형상으로 치는 것이 해가 들어 있는 산수풍경과 화려한 꽃이나 과일이다. 산수를 밝게 그린 그림에는 음양오행의 요소가 모두 들어 있으며, 꽃이나 과일은 기를 활력 있게 한다는 것이다. 욕실엔 해바라기처럼 원형 이미지가 있으면 길하다는 풍수 주장도 있다. 닭이나 용, 잉어 등 동물의 형상은 ‘기’가 센 만큼 거주인들과 맞지 않을 경우 걸지 않음만 못하다고 한다.

김명선 실장은 “웰빙이 반짝하고 사라질 개념이 아닌 데다 풍수 인테리어가 일반인들에게 확대되고 있어 올 하반기에 ‘펑슈이’를 테마로 한 기획전을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복과 인테리어 소품을 디자인하는 이효재 씨는 “풍수 이론상으로 잠을 잘 때 기가 스며든다고 하는 만큼 특히 침구엔 풍수가 디자인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한다. 이 씨는 “학자나 관리를 위해 문자 문양을 개발했고, 사업가들에게는 황금색 침구를 권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용하는 사람이 편하게 느끼는 색”이라고 말한다. ‘펑슈이 갤러리’나 인테리어 디자인의 원칙은 ‘이미지, 컬러 테라피’의 원리와 거의 동일하다. 특정한 형상이나 색을 자주 접함으로써 안정과 자기암시, 소통의 효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풍수 이론을 역학적으로, 통계적으로 입증하여 과학적인 콘텐츠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남대 신소재공학부의 이문호 교수는 풍수를 자기장 이론과 유체 역학, 전자파로 분석한 ‘펭슈 사이언스’의 저자로 2004년 12월 1회 ‘펑슈이 컨퍼런스’를 주최하기도 했다.

“풍수는 환경공학과 의학, 심리학 등이 결합된 자연의 해석 방법이다. 스트레스는 외부의 자극에 몸이 반응하는 것이므로, 풍수는 자극이 없는 환경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미신적 요소와 오해 등이 있어 왔기에 풍수 인테리어를 통계적,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주변 청소·정리 우리 삶의 상식

서구에서 ‘펑슈이’가 큰 관심을 모은 것은 ‘페트 펑슈이’에서부터였는데, 이는 애완동물에게 어떤 환경(방향, 온도 등)의 풍수가 잘 맞는다는 이론으로, 서양인들은 실제로 동물들이 잘 자라는 ‘결과’에 매우 놀라워하면서 ‘펑슈이’를 경험론적 과학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서구의 ‘펑슈이’는 홍콩의 풍수가 영국을 통해 유럽과 미국으로 전해진 것으로 집의 터를 잡는 방법, 집과 방의 위치와 외관에 주의를 기울인다. 또한 이렇게 함으로써 정신적 안정감과 내적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여 웰빙의 컨셉트와 궤를 같이한다.

여기에 최근 일본식 풍수 인테리어가 세를 확장하고 있는데, 주로 인테리어나 패션 잡지에서 소개하는 ‘소품’을 이용한 풍수 인테리어가 일본산이다. 일본에서 화제가 된 ‘부자가 되는 풍수 인테리어’(고바야시 사치이키 지음)와 중국인 모산이 쓰고 최근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판된 ‘집안이 잘 풀리는 풍수 인테리어’를 감수한 풍수전문가 김현남 씨는 “중국은 산과 강이 발달하고 넓어 ‘형세’와 ‘방향’을 중시한 반면, 일본의 경우는 20평 내에서 모든 풍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까닭에 아기자기한 방법들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 토종 한국 풍수 인테리어 주장들이 난립하다보니 ‘펑슈이 큐어’(풍수에 의해 기를 찾는 처방책)가 서로 충돌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거울은 풍수에서 매우 중요한 물건인데 거실에 놓을 경우 자신감을 주어 길하다고 하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가족 관계가 안정되려면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설도 있다. 또 드라이플라워가 길하다는 이도 있고, 흉하다는 이도 있다.

“현재 우리 풍수에 대한 검증보다 이론이 마구 수입되어 무국적 풍수를 걱정해야 할 정도입니다. 또한 웰빙으로 풍수가 치우치면서 ‘나만 편하면 된다’는 개인주의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풍수는 사회적 맥락과 도시 개발 이론으로 더 크게 기능할 수 있는데도 말이죠. 아이들 공부 잘하고 못하는 것을 방의 방향 탓으로만 돌릴 수 있겠습니까.”(김두규 교수)

외부 자극과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들의 경우 ‘풍수’에 영향을 받으나 그것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자생적 풍수 이론이든 수입 ‘펑슈이’든 공통 ‘큐어’는 불필요한 것은 없애서 주변을 단순하고 깨끗하게 하라는 것이다. 표의 풍수 인테리어 원칙은 많은 풍수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인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것이 매우 과학적인 이유에서 비롯했음을 알 수 있다. 즉 풍수의 시작은 ‘사람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장소가 그것이 있어야 할 자리(move your stuff, change your life)’라는 것이고 이를 위해 ‘청소를 하라는 것’(김두규 교수)이다. 되새겨보면 이건 어쩐지 우리 어머니들의 잔소리와 비슷하다. ‘펑슈이’는 그렇게 오랫동안 우리 삶의 상식이기도 했다.





주간동아 2005.04.05 479호 (p68~70)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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