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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건교부, 國監도 무시?

국책시설 배수재 부실 지적 … 해수부, 엉뚱한 시료로 시험하고 “이상 없다” 건교부는 ‘침묵’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해수부·건교부, 國監도 무시?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와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가 국회의원들이 밝혀낸 부산 신항만 등 대형 국책시설 부실공사 문제를 자체 감사나 조사를 통해 오히려 은폐, 왜곡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주간동아는 2004년 12월(466호 스페셜리포트), 열린우리당 조경태·이철우·정성호 의원이 이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지적한 부산 신항만과 인천공항 제2단계 공사 등 전국의 매립지 공사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배수재(Tips 참조) 부실시공 문제를 집중 보도한 바 있다.

국정감사 당시 여당 의원들은 부산 신항만과 인천공항 제2단계 공사에 쓰인 배수재가 시방 규정에 맞지 않는 제품이라며 관할, 감독기관인 해수부와 건교부에 이에 대한 정확한 감사와 조사를 촉구했다. 특히 배수재로 토목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조경태 의원은 국정감사 때 자신이 직접 시험기관에 의뢰, 배수 기능에 결정적 구실을 하는 배수재 부직포의 유효구멍 크기를 검사해 그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조 의원실의 분석 결과, 부산 신항만 민자부두와 인천공항에 쓰인 배수재는 모두 시방 규정을 크게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조 의원은 또 각 시공사들이 쓰는 배수재의 이상 유무를 검사하는 국가공인 시험기관의 비리까지 파헤치기도 했으며, 이런 국정감사 결과를 책으로 엮어 배포하기도 했다.

의원들 반박하는 보도자료도 만들어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난 2005년 1월20일 부산 신항만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가진 해수부는 ‘부산 신항 북측 컨테이너부두(민자부두) 연약지반 시공은 적절했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그 근거로 한국지반공학회(이하 지반공학회)가 발표한 학술연구용역 조사보고서를 제시했다. 국회의원들의 지적을 정면으로 뒤집은 셈. 해수부는 학회의 용역보고서를 이용해 “부산 신항만 민자부두의 지반 개량에 사용된 배수재의 필터는 투수계수, 유효구멍 크기 등 각종 기준이 현장 시방 규정을 만족하며 배수재의 성능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전문 기술자가 없어 잘 모르지만 지반공학회가 학계, 연구소 등 권위 있는 전문가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시공에는 부실이 있을 수 없다”는 게 해수부 측의 공식 입장. 과연 해수부의 주장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일단 세부 사항을 짚기 전에 이번 용역조사의 주체가 누구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해수부는 조직 안에 배수재 전문가가 없다는 이유로 부산신항만 민자부두의 시공사에 용역조사를 주관하게 했다. 결국 시공사는 자비로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 지반공학회에 학술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이 학회로부터 ‘문제 없다’는 결과물을 얻어냈다. 연구 용역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대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반공학회에서 시험의 시료로 쓴 배수재가 실제 공사현장에 쓰인 제품과 다른 것이라는 사실이다. 취재 결과, 부산 신항만 민자부두 시공사는 시공현장에 납품하는 배수재 생산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로부터 배수재 필터를 받아 지반공학회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험검사의 성패는 이미 정해져 있었던 셈. 지반공학회에 시험 검사용으로 배수재 필터를 제공한 한 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부산 신항만 민자부두와 인천공항에 배수재 필터를 납품한 적이 없고, 생산품도 같은 종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해수부는 이런 조사 결과를 근거로 국회의원들의 지적을 반박하는 보도자료까지 내며 묵살해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지반공학회가 권위 있는 학회이기 때문에 성실하게 조사한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축소 은폐가 의심된다면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해명했다.

해수부·건교부, 國監도 무시?

주간동아가 시험기관에 의뢰해 받은 배수재 검사 결과.

그렇다면 건교부가 최근 발표한 특별감사의 결과는 어떨까. 여기에는 부산 신항만 민자부두와 인천공항 제2단계 공사에 쓰인 배수재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사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었다. 이미 건교부는 올 1월 초 건설기술연구원(건기원)에 의뢰해 배수재 시험 검사를 한 적이 있기 때문. 검사 발표를 계속 미뤄오던 건교부가 국회의원들의 성화에 못 이겨 올 2월쯤 공개한 시험 결과는 놀랍게도 해수부가 시공사에 맡겨 1월 말에 내놓은 지반공학회의 용역 조사보고서와 동일한 내용이었다. 이 모든 것이 건기원의 시험검사 책임자가 지반공학회 용역조사팀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다. 시공사로부터 수억원의 비용을 받아 용역을 진행한 지반공학회는 결국 국가기관의 비용으로 실시한 시험검사 결과를 도용한 셈. 즉 건기원의 시험검사 책임자는 건교부로부터 시험검사 지시를 받고 잘못된 검사를 한 뒤, 지반공학회에 이 자료를 유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책임자는 “시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이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 쓰인 것으로 알았을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반공학회는 취재진의 공식 요청에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주간동아 시험 의뢰 결과 ‘기준 벗어나’



이런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던 건교부는 건기원의 이 같은 엉터리 조사를 지반공학회에 다시 검토할 것을 의뢰하는 ‘촌극’까지 벌였다.

당초 지반공학회와 건교부, 국회의원에게 ‘배수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던 이 책임자는 자신이 시험한 시료가 실제 시공현장에 쓰인 제품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시험검사를 다시 했지만 그 결과를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책임자는 다시 실시한 시험검사에서 검사치가 시방서보다 높게 나오자 이번에는 “시험기기마다 차이가 있어 아직 발표할 단계가 아니며, 시험을 좀더 해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간동아는 룩셈부르크에 있는 배수재 필터 생산업체로부터 시공현장에 쓰인 필터를 직접 받아 시험기관에 유효구멍 크기 검사를 의뢰한 결과, 모두 시방 기준을 크게 벗어난 것으로 밝혀졌다(사진 참조).

이에 대해 시공현장에 배수재를 공급한 업체 관계자는 “시공현장에서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업자끼리의 경쟁에서 빚어진 일이 왜 이렇게 확대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우리 회사가 납품한 배수재는 시방 규정과 제품의 질에서 하자가 없는 우수한 제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건교부의 특감이 부실이었다는 증거는 또 있다. 건교부는 특감 조치 보고서에서 ‘국가공인 시험기관인 한국원사직물시험연구원이 배수재 시험성적서를 허위 발급한 사실의 책임을 물어 인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지만, 이 연구원은 아직도 배수재에 대한 시험검사를 계속 하고 있는 상태. 이 연구원과 시공업체들은 “건교부가 산업자원부에 요청해 내린 인정 취소 결정은 국제 인증 취소일 뿐, 국내에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건교부 건설안전과는 취재진에게 몇 번씩이나 “이 연구원은 더 이상 배수재 검사를 할 수 없다”고 확인했다.

“사실 부산 신항만 민자부두와 인천공항 제2단계 공사에 쓰인 배수재는 따로 검사할 필요도 없이 시방 규정에 맞지 않는 제품입니다. 배수재 필터를 수출하는 회사의 제품설명서만 봐도 시방 규정에 맞지 않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건교부와 해수부는 왜 이런 억지 감사로 시공사들에게 면죄부를 주려 할까요?”

한 건설 전문가의 고백이다.

● Tips

배수재란


해수부·건교부, 國監도 무시?
매립지 같은 연약지반 속에 들어가 물을 지면 밖으로 빼올리는 데 쓰는 건설 재료. 속에 있는 부직포(필터)의 구멍(유효구멍 크기, AOS) 사이로 물이 빨려 들어와 압력차에 의해 땅 위로 올라오게 돼 있다. 때문에 지역의 토질에 비해 부직포의 구멍이 너무 크면 물 대신 흙 입자들이 배수재 속으로 들어가 물이 올라가는 구멍을 막음으로써 배수가 전혀 안 되거나 효율이 낮아진다. 시방서에 나와 있는 크기보다 구멍이 큰 부직포를 사용할 경우 그 위에 도로나 건물 등 시설이 들어서면 지반침하 현상이 일어난다. 땅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지하수가 가득 있는 상태에서 그 위에 흙을 덮어 건물공사를 할 경우 고여 있던 지하수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 분산되면서 공간이 생기고 이는 지반침하로 연결된다. 이미 한국토지공사가 시공한 경남 양산-물금 택지와 부산 녹산공단 일부에서는 지반침하로 각종 균열현상이 일어나 가라앉은 지반을 메우는 데만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허비한 사례도 있다.



주간동아 2005.04.05 479호 (p32~33)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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