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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진성당원의 두 얼굴

박사모, 노사모 따라 진성당원으로 간다

국민참여연대 우리당 한 축으로 등장 … 애국애족 실천연대는 본격적 정치세력화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박사모, 노사모 따라 진성당원으로 간다

박사모, 노사모 따라 진성당원으로 간다

2004년 3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박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지지자들.

홍준표 의원(한나라당)은 ‘주간동아’ 인터뷰(3월8일자, 475호)에서 “박근혜 대표는 전략도 리더십도 없다. 기득권을 버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런데 홍 의원의 이 발언에 박 대표 측보다 더 발끈한 집단이 있었다.

“스스로 목을 쳐라. 의원직을 사퇴하라.”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홍준표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박사모’는 홍 의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박 대표에 대한 공격이 사나이가 할 짓이냐”고 몰아붙였다. ‘박사모’ 회장 정광용(47) 씨는 “혁신위원장을 맡긴 박 대표를 적반하장 격으로 공격하는 걸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3월8일 ‘박사모’의 서신을 받은 홍 의원은 어처구니없다며 웃었다. 대수롭지 않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보내온 글을 한번 읽어봐라. 뭐 하는 사람들인지, 어떤 의도로 글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맞춤법도 엉망이고 기본적인 논리도 없다. 대꾸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한나라당 입당 독려하는 ‘박근혜 팬클럽’



다음날 새벽 홍 의원은 ‘박사모’ 명의의 편지를 또 한 통 받는다. 웃음은 쓴웃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입 가벼운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 한 분으로 족하다. 야인으로 돌아가(의원직을 사퇴하고) 소주나 한잔 하자.”(박사모)

‘박근혜 팬클럽’들이 정치세력화에 나섰다. 반박(反朴) 인사들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진성당원 시대’가 도래하면 한나라당에 당원으로 가입해 당무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의 일부가 국민참여연대(이하 국참련)를 조직해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의 한 축으로 등장한 것과 비견된다. 박사모는 국참련의 우리당 입당을 벤치마킹해 6만~7만명으로 추산되는 박사모 회원들에게 한나라당 입당을 독려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2000원의 당비를 6개월 넘게 낸 책임당원과 일반당원을 구분해 책임당원에게 공직후보 및 당직자 선출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 대표 중심의 정당 운영을 당원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특히 책임당원에게는 국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대선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에서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책임당원제가 도입되면 박사모는 당권 경쟁이나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간의 세몰이에서 ‘변수’가 될 수 있는 것.

3월20일 오후 3시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사 인근의 한 식당. ‘희망21’ ‘참박사모’ ‘박사랑’ ‘사랑혜’ ‘토종지킴이’ 등 박사모 사이트 대표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나타냈다. ‘인터넷 토론방’ 등에서의 토론을 통해 “응집력 있는 조직을 만들어내자”고 결론 내린 뒤 ‘연대 모임’을 발족키 위해 꾸려진 자리였다. 한나라당 내 박 대표 비토 세력에 대한 성토와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져 3시 무렵 시작한 회의는 9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끝날 수 있었다.

“열린우리당을 접수 … 국참련과 비슷한 전략”

마라톤 회의 끝에 박사모 통합 모임의 명칭은 ‘애국애족 실천연대’(이하 실천연대)로 확정됐다. 한나라당의 책임당원이 돼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지지세를 규합하고 박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게 실천연대의 제1 목표다. “열린우리당을 접수한다”면서 현실정치에 뛰어든 국참련과 비슷한 전략을 세운 것. 실천연대 홍영인 대변인은 “노사모를 따라 한다는 표현은 불쾌하다”면서 “한나라당에서 박 대표 흔들기가 노골화하고 있어 정치세력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한나라당 입당을 통해 박 대표를 지키는 보루가 되겠다”고 밝혔다.

박사모 사이트 회원들이 연대하기로 뜻을 모은 것은 2월 초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비주류 의원들에게 박 대표가 공격받는 모습을 보고 나서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 통과 과정에서 박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논의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실천연대는 “회원 1인당 5명의 진성당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당비를 내는 한나라당 당원은 1만명이 채 안 된다. 박사모가 대거 당원으로 입당하면 박 대표에겐 든든한 우군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시장과 손 지사 측은 “어떤 형태로든 당원이 느는 건 바람직하다”는 원론적인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박사모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표정이다. 이 시장과 가까운 한나라당 한 의원은 “박사모엔 골수 ‘박근혜 팬’뿐 아니라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섞여 있다”며 “지난 총선을 앞두고 박 대표의 인기가 높을 때 가입한 사람이 태반”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우리 측과 박사모 회원들이 모임을 한 적도 없고 연락을 주고받는 경우도 거의 없다”면서 “박사모의 당원 가입은 풀 뿌리 민주주의의 정착이라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박사모가 정치세력화를 이룰 수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더 많다. 우선 ‘개혁’이라는 코드로 똘똘 뭉친 노사모보다 응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떤 정치적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박 대표의 개인 팬클럽에 그친다는 것. 노사모처럼 단단한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된다. 30여개에 이르는 박사모 사이트의 원조 격인 ‘박사모’는 실천연대에 가입하지 않았다. ‘박사모’ 역시 당원 가입을 통한 영향력 확보에는 나설 계획이다. 실천연대에 가입한 ‘박근혜 팬클럽’ 중엔 ‘박사모’에서 갈라져나온 그룹이 적지 않다. 벌써부터 내홍을 겪은 것이다.

‘노사모의 히어로’ 이상호 국참련 집행위원장은 4월2일 우리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청년위원장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다. 청년위원장은 전국 16개 시당 및 도당 청년위원회와 234개 시·군·구 청년위를 총괄하는 젊은 당원의 대표가 되는 자리다. 그가 청년위원장으로 당선되면 순수한 의미의 노사모가 우리당에 교두보를 마련하는 셈이다. 그는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탁월한 조직 및 홍보 마인드로 ‘노란 물결’을 불러일으키는 공을 세웠다. 박사모에서도 그 같은 히어로가 탄생할 수 있을까.

‘노사모의 히어로’ 이상호 씨 우리당 청년위원장 근접

노사모는 크게 팬클럽 형태의 1기와 정치 집단 성격의 2기로 나뉜다.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인 노사모가 출범한 것은 2000년 6월. 그해 4·13 총선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부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누리꾼 300여명의 순수한 동호회였다(1기). 이들이 한국 정치의 핵으로 떠오른 것은 386세대가 노무현 당시 경선 후보를 ‘대안’으로 여기고 봇물 터지듯 참여하면서다(2기). 박사모의 비상과 추락은 박 대표를 대안으로 여기는 ‘2기 박사모’를 대거 맞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진성당원 시대의 도래는 비상의 디딤돌이지만, 박사모의 현재는 노사모의 과거보다 많이 유약해 보인다.





주간동아 2005.04.05 479호 (p18~22)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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