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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ㅣ천식, 기침과의 전쟁

“숨통 조이는 고통 … 반드시 극복”

천식과 싸우는 사람들 … 적절한 관리와 치료, 정상적 삶 찾을 수 있어

  • 글·진행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숨통 조이는 고통 … 반드시 극복”

“숨통 조이는 고통 … 반드시 극복”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 소속 전문의들이 직접 천식 환자의 고통을 체험하고 있다.

천식을 극복하기 위해선 의료진과 환자들의 피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과연 어떻게 하면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천식을 이겨낼 수 있을까. 천식을 이겨낸 사람과 천식 홍보에 앞장서고 있는 의료진, 천식 환자 가족을 만나 천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천식 홍보대사 이왕표 프로레슬링 선수

“영문 모르고 오랫동안 고생 … 운동 얼마든 가능”



한국 프로레슬링의 전설 김일의 1대 후계자로 최고의 인기와 명성을 얻었고, 사람들의 무관심과 비인기 종목의 설움 속에서도 한국 프로레슬링의 생명을 지켜온 프로레슬링 챔피언 이왕표(49) 선수. 그런데 그는 뜻밖에도 천식 환자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천식 환자는 달리기 등 간단한 운동조차 하기 힘들다는 편견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꾸준히 관리하고 치료하면 천식 환자에게도 세계 챔피언이 단순히 꿈만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부터 천식 홍보대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천식을 부끄러운 병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운동선수가 천식 환자임을 밝히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가 처음 천식 증상을 느낀 것은 10년 전. 경기를 한 뒤 호흡이 계속 가쁘고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지만 ‘심한 운동을 해서 그렇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렇게 고통을 참고 지내다가 3년 전, 이대목동병원 내과 조영주 교수에게서 천식 진단을 받고 본격적으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가 느낀 천식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숨통이 조여드는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담당의사도 어떻게 이런 증상을 그토록 오랫동안 참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였다. 천식에 대해 너무 몰랐기 때문인지, 아니면 참을성이 많아선지 하여튼 그는 영문도 모르고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숨통 조이는 고통 … 반드시 극복”
그는 요즘 한 달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해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받고 의사의 지시에 따른다. 평상시에는 항염증과 기관지확장 기능을 함께 지닌 흡입기 ‘세레타이드’를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번 사용한다. 외국으로 출장 가거나 외출할 때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반드시 응급흡입제를 휴대한다. 약물치료 외에도 담배 연기가 많이 나거나 공기가 좋지 않은 곳은 되도록 가지 않는다. 헬스뿐 아니라 스키, 등산, 골프 등의 운동을 꾸준히 해 체력을 다지고 있다. 또한 대회 참가와 후배 양성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천식을 감기처럼 가볍게 여기거나, 반대로 어떤 운동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라는 잘못된 사회통념을 바꾸기 위해 천식 홍보대사 활동을 꾸준히 해나갈 예정이다.

“숨통 조이는 고통 … 반드시 극복”
●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 김유영 회장

“심각한 질환 위험성 인식 낮아 … 시중 약 주의”


“천식 환자들이 겪는 고통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합니다.”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 김유영 회장(서울대 의대 내과 교수)은 “해마다 4000명 이상이 천식으로 사망할 정도로 심각한 질환임에도, 아직까지 천식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라고 지적한다.

사단법인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는 천식에 대한 인지도 확산과 올바른 정보 전달을 위해 서울대, 서울아산병원, 연세대, 순천향대, 경북대, 가톨릭대, 성균관대, 전북대, 한양대, 한림대, 고려대, 중앙대, 전남대, 성애병원 등에 있는 25명의 내과, 소아과 전문의들이 주축이 되어 2003년 10월 창립된 국내 최초의 비영리 의학 단체.

김 회장은 천식 같은 알레르기 질환은 문명화, 산업화와 관계가 깊다고 설명한다.

“현대인에게 알레르기 질환이 많은 이유는 주거문화 등 생활환경의 변화, 자동차 배기가스 등 대기오염의 증가, 농약의 대량 살포에 따른 생태계 변화 등으로 알레르기 항원물질이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감작(感作·생물체가 항원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쉽기 때문입니다.”

그는 특히 천식이 만성질환이다 보니 병이 잘 낫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 검증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이나 약이 시중에 범람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런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는 천식의 날, 클린 카 캠페인, 전국 초·중·고교 보건교사 대상 학동기 천식관리 실태 조사, 천식 및 알레르기 박람회 개최, 교통방송 천식 극복 캠페인 등 왕성한 대국민 천식 알레르기 극복 활동을 전개해왔다. 천식 환자들의 고통을 체험해보자는 취지로 협회 소속 의료진이 직접 가느다란 빨대로 숨을 쉬며 천식 체험 행사를 하기도 했다.

또 민간의료 단체로서는 최초로 천식의 심각성을 알리는 TV 공익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천식 환자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된 사례를 중심으로 하여 버스 정류장, 영화관, 가정 등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천식 환자의 고통스러운 생활을 사실적으로 표현,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외에도 천식의 사회적 비용 조사, 한국형 천식관리 지침 제정 등의 활동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에도 일반인에게 천식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천식 환자도 꾸준히 관리하고 치료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알리는 공익사업에 역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유영 회장은 1979년 서울대병원에 국내 최초로 알레르기 클리닉을 개설했으며,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의 한국적 진단·치료 지침 마련에 앞장서 왔다.

“숨통 조이는 고통 … 반드시 극복”
● 천식 환자 가족 윤동일 씨

“국내 천식 환우회 발족 큰 관심”



“아들이 천식 발작으로 밤잠을 설치는 데 대한 괴로움보다 옆에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력감으로 인한 고통이 말할 수 없이 컸다”는 윤동일 씨. 첫째 아들은 비염, 두 살배기 둘째 아들과 아내는 천식으로 고통받고 있다. 윤씨 자신도 선천적으로 호흡기가 좋지 않은 편. 둘째 아들은 폐렴인 줄 알고 병원에 갔다가 천식 진단을 받았다. 이후 천식 치료에 드는 비용이 매월 70만원 정도로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윤씨는 “저만 빼고 나머지 가족이 천식, 비염 등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고통을 대신해줄 수 없으니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겨웠죠”라고 말한다.

윤씨는 집에 있는 커튼과 카펫을 없애고, 천 소파 대신 가죽 소파를 들여놓았다. 또한 가습기로 습도를 조절하고, 아이들이 사용하는 장난감은 뜨거운 물로 소독해주는 것이 일상화됐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요소를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다. 그리고 매달 한 번씩은 정기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아가고, 치료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현재는 많이 회복된 상태이지만, 환절기와 겨울철에는 증상이 악화되어 응급실을 찾거나 입원하는 일도 자주 있기 때문에 관리에 특별히 신경 쓴다.

윤씨는 지난해 두 차례 천식 환자 모임에 참석한 이후 국내 천식 환우회 발족에도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작년 가을 그는 천식 전문 사이트 아스마케어 상담의사들이 개최한 소규모 환자모임에 참여했다. 많은 환자들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평상시 천식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천식 치료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값진 기회였다. 특히 우연한 기회에 홍콩에 갔다 참석하게 된 아시아태평양 천식 환우회 모임에서는 우리나라에 천식 환우회를 설립해야 하는 필요성과 활동 계획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그는 호주 천식 환우회가 천식 환자들에게 체계적인 천식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대정부 활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고.

“천식 환자들이 부끄럽다고 질환을 숨기기보다는 적절한 치료를 받아 정상적인 삶을 되찾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향후 천식 환우회가 설립되면 의사, 환자, 환자 가족, 나아가 정부의 천식에 대한 인식 전환에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천식 환자의 고통을 아는 가족이 천식 환우회 설립에 앞장서야 할 때입니다.”



주간동아 2005.03.22 477호 (p102~103)

글·진행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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