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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인터넷 왕국 ‘다음’ 안개 속 미래

실리 못 챙긴 문어발식 확장 여파 … 시가총액 1조원에서 3000억원대로 급락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인터넷 왕국 ‘다음’ 안개 속 미래

인터넷 왕국 ‘다음’ 안개 속 미래

3월8일,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사 10주년을 맞이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비전 및 성장 전략을 발표하는 이재웅 사장.

1등기업에 대한 평가는 두 갈래로 갈리게 마련이다. “더 잘할 수도 있는데 왜 주춤하느냐”가 긍정적인 쪽이라면, “얼마 못 가 몰락할 것이다”는 평은 부정적인 쪽에 속한다. 그런데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 선두업체 ‘다음’(www.daum.net·사장 이재웅)을 향한 평가는 시간이 갈수록 후자 쪽으로 기울고 있다.

3월8일 이재웅 사장은 “올해는 사업구조 혁신을 통해 매출 5000억원대, 판매총액 1조원대의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선포했다. 실제로 이 사장의 말처럼 10년 전 3명으로 시작한 다음은 이제 250여명의 외국인을 포함한 2000여명의 대형 회사로 초고속 성장했다. 다음이 추구하고 있는 ‘플랫폼+미디어’, 즉 포털(portal) 전략은 다음을 국내 최정상의 미디어 기업으로 만들어냈다. 이어 광대한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하여 검색, 쇼핑몰, 뉴스, 1인 미디어 등 게임을 제외한 전 분야에서 2위 이상의 괜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게임 산업 진출 못한 것 ‘치명적’

다음은 네이버와 싸이월드의 협공 속에서도 수치적으로는 가입자 3700만명, 도달률(93.3%), 월 페이지뷰(270억) 등 각종 인터넷 지표에서 국내 1위를 지켜냈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냉혹하기 그지없다. 국내 최고(最古)이자 최고(最高)의 인터넷 기업이라는 찬사를 멀찌감치 뒤로하고 시가총액이 전성기 1조원대에서 3000억원대로 급전직하한 것.

이는 2004년 하반기, 빌린 돈으로 부실회사 ‘라이코스’를 1100억원에 인수하면서 생긴 시장의 반발 때문이다. 무리한 투자의 대가는 2004년 4분기만 200억원대의 순손실로 이어졌고, 본사의 제주도 이전 계획이나 보험사업 진출 등의 다른 사업 아이템까지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안겼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입을 모아 “바둑으로 치면 이 사장이 너무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 실리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



설상가상으로 대대적인 구조 조정과 경쟁 회사와의 현격한 임금 격차로 인해 내부 조직 또한 흔들리며 다음의 위기론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와중에서도 다음의 확장 전략은 계속돼 경매 사이트 ‘온켓’의 인수를 통한 마켓플레이스(온라인 장터) 강화와 조금은 뒤늦은 중국 진출 계획까지 본격화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날이 갈수록 차가워지는 눈치다. 특히 최대 라이벌 NHN과 직접 비교해보면 다음의 미래는 더욱 빛을 잃는다. 다음의 가장 큰 전략적 실수는 커뮤니티에 바탕을 둔 큰 그림만 있었지 세밀한 전술을 바탕으로 하여 수익모델로 연결시키지 못한 것. 특히 세력(이용자)에 기반을 두고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한 최근 몇 년간의 시도는 투자비만 날렸다는 분석이다. 다음이 철석같이 믿고 있는 ‘e메일’과 ‘다음 카페’의 장밋빛 미래는 사라진 지 오래다. 게다가 다음이 인터넷 사업 최대 캐시 카우(cash cow·현금유동성을 제공해주는 사업)인 ‘게임 산업’에 진출하지 못한 점은 최대의 미스터리라고 할 만하다.

이는 다음이 ‘이재웅 사장 1인 플레이’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다는 사실을 역으로 증명해주는 사례다. 학자적 성향을 지닌 이 사장은 평소 “인터넷은 미디어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여기에다 본인이 게임에 별 관심이 없다. 결국 이 두 가지 요인이 결합돼 다음은 게임 산업을 포기했고, 이는 수익모델 부재로 이어지며 다음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또한 NHN이 김범수-이해진-최휘영 사장 등으로 효과적인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하며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데 비해, 다음은 이 사장 이외의 뚜렷한 실세 그룹이 등장하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인터넷 왕국 ‘다음’ 안개 속 미래
최근 NHN 김범수 대표는 “포털의 해외 진출은 OS(운영체제)나 소프트웨어와 달리 (성공이) 의문시된다”며 “게임과 달리 포털은 오히려 현지 문화적 공유와 소구력이 강한 로컬 업체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직접적으로 다음의 전략 부재를 꼬집기도 했다.

실제로 경제전문가들은 “다음은 몰락한 대우그룹의 ‘세계경영’ 방식과 흡사하고, NHN은 이들의 뿌리나 다름없는 삼성그룹의 경영방식을 닮았다”는 평가를 내놓곤 한다. NHN이 보여주는 지나치게 계산적인 경영방식에 비해, 다음이 추구하는 세력 구축 전략은 너무나 불확실한 미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인 셈이다.

다음이 추구하는 원대한 포털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관문인 라이코스 인수나 오프라인을 향한 문어발식 확장 전략은 필연적 절차였는지 모른다. 다음의 한 젊은 임직원은 “어차피 인터넷 비즈니스의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고, 선구자가 미래를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쉽사리 다음의 향후 성공 아이템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대마불사론을 연상시키는 이재웅 사장의 ‘세계경영론’은 2005년 봄 진퇴양난의 난국에 처해 있는 셈이다.



주간동아 2005.03.22 477호 (p72~73)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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