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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ㅣ글로벌 브랜드 전쟁

100년 먹여살릴 ‘브랜드’ 키워라

세계 기업들 ‘톱 브랜드’ 육성에 사활 … 코카콜라 브랜드 가치 673억 달러 ‘부러움 한몸에’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100년 먹여살릴 ‘브랜드’ 키워라

100년 먹여살릴 ‘브랜드’ 키워라

각 산업군을 대표하는 글로벌 톱 브랜드들.

글로벌 톱 브랜드를 향한 국내 대기업들의 도전이 활발하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올해를 ‘글로벌 브랜드 경영의 원년’으로 삼고, 2010년 이후 ‘세계 30대 브랜드 및 자동차 부문 5대 브랜드’ 진입을 목표로 설정했다. LG그룹은 장기적으로 ‘LG’를 ‘글로벌 톱3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지주회사인 ㈜LG에 브랜드 관리·육성을 전담하는 브랜드관리팀을 신설했다. 삼성그룹 역시 5월, ‘삼성’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 브랜드로 육성키 위한 새 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 그룹이 글로벌 브랜드 진입을 절체절명의 목표로 설정하고 나선 이유는 브랜드가 기업 생존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인터브랜드코리아’ 박상훈 대표는 “제품 및 서비스의 질에서 차별성을 찾기 힘든 요즘엔 ‘브랜드’가 소비자 선택의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인텔’의 돈 맥도널드 브랜드전략담당 부사장 역시 “기술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한번 자리잡은 브랜드는 생명력이 길다”며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전 회장은 “시장에선 언제나 1, 2위만 살아남는다”고 했다. 대기업 간 치열한 경쟁으로 과점 체제와 유사한 경쟁 체제가 형성된 때문이다. 최상위권에 속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한 컨셉트·품질·신뢰 3박자 갖춰야

브랜드라는 말은 노르웨이의 ‘Brandr(불에 달군 쇠로 가축에 낙인을 찍어 산지를 표시한 것)’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브랜드 이미지가 시장경쟁에서 중요 요소로 인식된 것은 20세기부터다. 지금에 와서는 차별화된 브랜드 확보야말로 마케팅의 핵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20년간 미국 기업 1만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의 비장부가치는 시장가치의 5%에서 72%로 증가했다.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커진 것이다. 예를 들어 2000년 코카콜라의 장부가치는 95억 달러였으나, 시장가치는 1440억 달러에 이른다. 기업가치의 약 93.5%가 비장부가치며 이는 곧 브랜드 가치를 의미한다.

글로벌 브랜드란 쉽게 말해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브랜드명을 사용하며, 세계 소비자들에게 통일된 글로벌 이미지를 제공하는 브랜드’를 말한다. LG경제연구소 김재문 연구위원은 “복수 지역의 특정 세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인지도와 선호도를 확보한 브랜드”라 정의했다. 아시아, 유럽 등 경제·사회적으로 다른 여러 권역의 시장에서 1, 2위를 다툰다는 뜻. 인지도가 높다는 것은 “포르쉐를 타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것이 스포츠카의 대표 상품임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상태” 등을 뜻한다.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첫째 조건은 ‘글로벌한 컨셉트’다. 브랜드명만 해도 세계 대다수 지역에서 통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칼럼니스트 예병일 씨는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애니콜(Anycall)’은 ‘any’라는 단어의 어원이 영미권 국가에서 부정적 의미를 갖는 까닭에 브랜드 사용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유럽·미주 지역 등에는 ‘삼성’ 브랜드로 수출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 휴대전화=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음에도 ‘글로벌 컨셉트’에 맞지 않는 이름 때문에 아쉬움을 남긴 경우다.

그러나 역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실제적 품질이다. 영화 ‘매트릭스’ 1편에 등장하는 휴대전화는 노키아 제품이다. 그러던 것이 2편에선 삼성 제품으로 바뀌었다. 촬영 전 영화제작사는 세계 주요 휴대전화 업체에 실제 사용 가능한 혁신적 디자인의 휴대전화를 요구했다. 삼성전자만이 이 요구를 충족한 것. 1편에 나온 노키아 제품은 사용 불가능한 모형이었다. 이렇듯 우수한 품질이야말로 글로벌 마케팅과 시장 공략의 근간이 된다.

100년 먹여살릴 ‘브랜드’ 키워라

아테네올림픽 기간 인 2004년 8월 삼성 로고를 부착한 버스가 아테네 거리를 주행하고 있다(위).2004년 11월30일 LG전자가 런던 템스강변에서 이색 연말연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수십 년에서 길게는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는 모두 자기 분야 최고의 신뢰도와 품질을 자랑한다. 프랑스 타이어업체 ‘미슐랭’은 1891년 세계 최초의 튜브 자전거 타이어를 개발해 현대식 타이어의 효시가 됐다. 1946년에는 레디얼(Radial) 타이어 개발로 자동차 산업에 일대 전환점을 가져왔다.

‘스타벅스’ 철저한 제품 관리로 톱 브랜드 올라



무형의 서비스 상품에서도 ‘품질’은 중요하다. ‘스타벅스’는 커피 판매점의 브랜드화라는 참신한 발상과 탁월한 감성 마케팅으로 대표적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물론 그 바탕에는 최고의 향과 맛을 위해 생산 후 1시간이 지난 커피는 바로 폐기하는 철저한 제품 관리가 있다. 이제 ‘스타벅스’는 세계 수많은 도시인의 생활의 일부분이자 문화적 상징이 되었다. 타 점포 커피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값이 그 브랜드 파워를 입증한다.

단순하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은 글로벌 브랜드 창출의 필요충분 조건.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이 모두 대규모로 브랜드 관리만을 하는 대규모 팀을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것이 밖으로 가장 적절하게 표출된 것이 캐릭터와 슬로건, 그리고 이를 활용한 광고다.

‘미슐랭’의 트레이드 캐릭터는 ‘무슈 비벤담’이다. 프랑스어인 비벤담은 ‘뚱뚱한 사람’이라는 뜻. 친근감 가는 모습의 ‘뚱보’가 타이어를 굴리는 모습으로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을 받고 있다. 코카콜라 역시 코코넛 모양을 딴 특유의 병 디자인과 ‘입 안의 즐거움’이라는 일관된 아이디어를 100년 가까이 고수하고 있다. 신철호 성신여대 교수(경영학)는 “설사 병이 깨져 그 조각이 다른 유리 조각들과 섞여 있다 해도 ‘코카콜라 병 조각’임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라 설명했다.

코카콜라는 최고의 글로벌 브랜드다운 독창적 마케팅 아이디어로 유명하다. 1931년 코카콜라가 비수기인 겨울철 매출 상승을 위해 내놓은 것이 바로 흰 털 달린 빨강 외투의 뚱뚱한 할아버지 산타클로스다. 이전에는 산타클로스가 작고 귀여운 요정으로 묘사됐다 한다. 1993년에는 북극곰 캐릭터를 들고 나와 대히트를 쳤다. 스포츠 마케팅을 최초로 도입한 것도 코카콜라다. 하나안진회계법인 김경준 상무는 “글로벌 브랜드는 ‘위대한’ 아이디어, 그를 전달하기 위한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크맨·제록스 등은 브랜드명이 제품 이름으로 인식

소비재가 아닌 중간재, 산업재도 뛰어난 전략을 통해 강한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다. 그 대표주자가 인텔이다. 소비자들은 ‘인텔 인사이드’의 스티커가 붙은 컴퓨터를 사면서 최신 기종, 첨단 기술의 제품을 샀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전 세계 방송에서는 지금도 5분에 한 번씩 인텔의 5음 시그널 뮤직이 울리고 있다. 인텔은 이를 위해 컴퓨터 제조사들이 광고에 인텔 마크와 시스템 부착 로고를 사용하면 비용의 일부를 보상하는 정책을 써왔다. 이 같은 작업을 통해 인텔의 브랜드 가치는 무려 311억 달러가 됐다.

글로벌 브랜드의 ‘최고 상태’는 브랜드명이 곧 제품의 이름으로 통용되는 경우다. 소니의 ‘워크맨’이 대표적. 복사기 제조사명인 제록스는 그대로 ‘복사’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며, 검색엔진 ‘구글’은 ‘구글로 검색한다’는 의미의 ‘구글링’이란 단어를 탄생시켰다. ‘바리깡’은 바리캉(Bariguand)이라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것. 이는 프랑스 이발기구 회사의 이름이다.

‘선키스트오렌지 재배자조합’ 러셀 헨린 CEO(최고경영자)는 “여기 오렌지가 있다. 그런데 소비자의 80%는 오렌지라는 이 과일의 이름을 선키스트로 알고 있거나 믿고 있다”고 자랑했다. 김경준 상무는 “러시아에서는 일회용 용기면을 ‘도시락’이라 부른다. 한국야쿠르트의 ‘도시락’ 브랜드 때문”이라 설명했다. 글로벌 브랜드는 아니지만, 적어도 러시아에서만큼은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된 경우다.

글로벌 브랜드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기업 전체의 체계적 노력이 필요하다. CEO부터 일선 직원까지 모두 브랜드 관리자가 돼야 한다. 설정된 브랜드를 기술 개발, 디자인, 영업, 마케팅, 애프터서비스와 직원 마인드로까지 일관되게 가져갈 수 있어야 하는 것. 이를 흔히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일치’라 한다. 그래야만 특정 브랜드에 대한 특정한 이미지 내지 ‘아우라(Aura)’가 형성될 수 있다. ‘소니’ 하면 떠오르는 ‘신기술, 작은 사이즈, 친절한 서비스, 전자제품 군집’ 등의 이미지는 바로 그러한 노력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한국외대 김유경 교수(신문방송학)는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선진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 브랜드가 프리미엄급 품질 수준이라는 이미지를 창조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또한 발 디딜 무대는 글로벌이지만 목표 시장은 개별 국가인 만큼 ‘Think Global, Act Local’이라는 구호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로벌 정서와 지역 정서의 겸비가 글로벌 브랜드의 최종 덕목이라는 뜻이다.







주간동아 2005.03.22 477호 (p32~34)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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