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6

2004.12.30

한국 말 배워야 한류 스타 된다

  • 이종현/ 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입력2004-12-23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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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일본에 갔을 때의 일이다. 오사카에 사는 준코라는 한 30대 여성이 한국 문화에 매력을 느낀다며 서투른 우리말로 말을 건넸다. 그는 배용준이 나온 드라마 ‘겨울연가’와 드라마에 삽입된 노래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또 한국 영화와 음악에 심취해 한 달에 한 번씩 꼭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 콘서트와 영화를 보는 게 삶의 활력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연가’에 나온 박학기의 ‘어느 거리에서’를 너무 좋아한다며 한국인은 열정과 끼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일본 예술인 가운데 유명한 사람은 거의 대부분 한국계라며 축구스타 N선수도 한국계라고 귀띔했다. 박학기의 ‘어느 거리에서’를 더 정확하게 부르고 싶다며 발음에 대해 되묻는 그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중국에 갔을 때도 한 중국인이 안재욱과 장나라를 아느냐고 묻더니 곧 “골프선수 박지은이 예쁘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 “한국 패션 최고다”라며 친근감을 보여왔다.

    비단 두 나라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더 나아가 아프리카에까지 한류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니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외국에서 한류 열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그동안 모국어를 잊어버리고 현지 언어를 사용해오던 골프 선수들 사이에서도 모국어 바람이 일고 있다.



    수년 전 송아리(18·빈폴골프)는 태국과 미국 국적이었고 한국어 사용이 서툴렀다. 이후 프로에 데뷔하면서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러나 서툰 한국어 때문에 일부 언론의 눈총을 받아야 했다. 그런가 하면 크리스티나 김으로 알려진 김초롱(20)도 한·일대항전 출전을 앞두고 국적 논란에 휘말렸다. 네티즌들은 한국어를 못하는 한국인은 한국 사람이 아니라며 호되게 질타했다. 이외에도 송아리의 쌍둥이 자매인 송나리와 제인 박 등 모국어 구사 능력이 부족한 선수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올겨울 스토브 시즌을 이용해 ‘한국어 특훈’에 들어갔다. 송아리는 그동안 꾸준히 한국어를 공부해왔는데 ‘겨울연가’ 등 한국 드라마 DVD와 소설책 등을 구입해 미국에 돌아갔으며, 2005년 시즌엔 반드시 인터뷰를 한국어로 멋있게 해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송나리 역시 송아리와 함께 모국어를 배우고 있다.

    미국 스케이트 선수 오노를 좋아한다고 했다가 한국 누리꾼(네티즌)들의 분노를 샀던 김초롱은 한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실수했다며 한글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김초롱을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은 그가 영리하고 언어습득 능력이 빨라 얼마 지나지 않아 모국어를 쓸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이밖에도 제인 박을 비롯해 미국 그린 입성을 목표로 하는 선수들이 이젠 한국어를 모르고는 성공할 수 없다며 한국 영화, 드라마, 책 등을 통해 모국어를 익히고 있다.

    골프계에 ‘한국어 알기’ 열풍이 몰아칠 수 있었던 것 역시 박세리의 미국 무대 개척과 김미현 박지은 한희원 안시현 박희정 장정 등으로 이어지는 한류 스타들의 맹활약 덕이다. 2005년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무대에서 5명에 1명꼴로 한국 선수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LPGA 협회 사무실이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남자 직원을 채용할 만큼 한국의 위상은 높다. 어쩌면 미국 무대서 우리말이 국제어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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