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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친족 성폭력 사회가 눈 부릅뜨자

  • 조 중 신 warmcho729@hanmail.net

친족 성폭력 사회가 눈 부릅뜨자

친족 성폭력이란 가족 혹은 친인척 관계(친부, 의부, 형제, 삼촌, 사촌, 고모부, 이모부 등)에 의해 일어나는 강제적인 성적 접촉을 말한다. 가족 구성원끼리의 친밀감은 당연하면서도 자연스럽고, 또 정서적 안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사회규범으로나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수준의 성적 접촉은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대개 사랑이란 이름으로 위장되거나, 피해자에게 비밀을 유지하도록 강요된다. 보호와 양육을 책임지는 보호자에게서 학대와 유린을 당한 친족 성폭행 피해자들은 다른 유형의 성폭력보다도 더욱 깊은 상실감과 혼란에 빠진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친족 성폭력은 아주 드문 일이다’ ‘근친 성폭행 가해자는 정신병자일 것이다’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에 의해서나 외부세계와 고립된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또한 이러한 부끄러운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믿고 싶어하지 않는 정서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친족 성폭력은 ‘드문’ 일이 아니다. 1991년 개소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2003년까지 지원한 총 4만4674회의 상담 중에 친족 성폭력 피해 사례가 3114건으로 13%를 차지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들에 대한 심리적, 의료적, 법률적 지원을 해오면서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피난처’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기존의 가정과 거주지를 떠나지 않고서는 계속되는 성폭력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의 아낌없는 지원과 격려로 94년 40여평의 주거공간에 문을 연 쉼터는 그런 열망의 결과물이다. ‘모든 여성을 위해 언제나 열려 있으며, 이들의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게 하는 터’라는 의미에서 ‘열림터’라고 이름 붙였다. 열림터는 단순한 피난처가 아니라 절망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현실에 당당히 맞설 수 있도록 자신감과 의지를 기르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올해 개소 10주년을 맞은 열림터를 이용한 183명 중 피해 생존자는 152명, 동반 가족은 31명이었다. 피해자가 어린이인 경우 어머니가 동반했고, 성폭력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자매는 함께 입소하게 했다. 이중 친족에 의한 피해는 총 119건으로 78%를 차지한다. 친부 90건, 의부 13건으로 아버지가 가해자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가부장적인 가족 구조에서 ‘절대 권력자’인 아버지와 취약한 위치에 있는 딸의 권력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입소자 연령은 유아 8명, 어린이 28명, 청소년 82명으로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자가 78%나 됐다. 청소년 피해자가 많다는 것은 아주 어려서부터 시작된 성폭력이 주변사람에게 알려지거나 가출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진행됐음을 짐작케 한다.

피해자나 가족들 스스로 중단 어려워 사회 지지체계 필요

94년 제정된 성폭력특별법에 근거해 가해자에게는 비교적 중벌이 선고되고 있다. 그러나 친족 성폭력 피해자는 가해자가 가족이나 친인척이기 때문에 분노와 연민을 동시에 느끼기 쉽다. 또 다른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 때문에 고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고소율이 5%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친족 성폭력은 피해자나 가족들 스스로 중단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 지지체계가 필요하다. 현재 18살 미만의 청소년을 보호하거나 교육 또는 치료하는 시설의 책임자 및 관계 종사자는 자신이 보호를 책임지고 있는 청소년의 피해 사실을 안 즉시 신고해야 하지만 이를 어겼을 때 처벌하는 규정은 없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주변 이웃, 학교 교사, 지역사회 사회복지사, 상담기관, 종교기관 등에서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위기에 개입해 전문기관으로 연결해줄 수 있도록 친족 성폭력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친족 성폭력 사회가 눈 부릅뜨자

조중신.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원장





주간동아 458호 (p96~96)

조 중 신 warmcho7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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