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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딱새에게 집을 빼앗긴 자의 행복론’&‘숲이 들려준 이야기’

가슴으로 쓴 ‘자연예찬’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가슴으로 쓴 ‘자연예찬’

가슴으로 쓴 ‘자연예찬’

최병성 지음/ 열림원 펴냄/ 308쪽/ 1만원 김기원 지음/ 효형출판 펴냄/ 280쪽/ 1만4000원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산으로 숲으로 향하는 발길이 이어진다. 심신의 찌든 때를 벗고 활력을 얻는 데 자연만큼 좋은 게 있으랴. 자연은 언제나 넉넉한 품을 열어 인간을 반긴다. 이 가을 소중한 자연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강원도 영월. 사람들에게 영월의 동강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서강은 아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 서강가에 외딴집을 짓고 살아온 최병성 목사가 있다. 쓰레기매립장 설립 저지를 위해 들어온 지 벌써 11년째. 서강에 살면서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모습을 ‘딱새에게 집을 빼앗긴 자의 행복론’으로 엮었다.

“서강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던 깊은 겨울 밤, 얼음 갈라지는 소리는 서강의 울음소리였다. 매서운 강바람이 불어오는 꽁꽁 언 얼음 위에 팔을 벌리고 엎드렸다. 나의 작은 가슴으로 서강을 안아주었다. 물고기들에게 눈물로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울지 마,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너의 맑음을 꼭 지켜줄게!”

딱새·박새·비오리·물총새, 질경이꽃·은방울꽃·금낭화·달맞이꽃, 베짱이·개미, 산토끼·너구리…. 서강에 사는 최목사의 친구들이다. 서강에 머물며 약속을 지켜준 것이 고마워서인지 그들은 최목사에게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오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세배하러 온 산토끼와 숲 속의 고요한 운동회 등 서강의 사계절은 말로만 들어도 정겹다. 자연과 교감한 사연들이 책장 곳곳에 담겨 있다. 최목사에게 눈부신 가을은 ‘빛깔에 눈을 뜨는 계절’이다. 단풍 구경으로 배부르게 눈을 채운다. 자연이 그려낸 장엄한 풍경 작품을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마음껏 구경한다.



최목사의 외딴집 지붕 한구석엔 지금 세 가족이 산다. “작은 집이 비좁고 불편하지 않냐고요? 그렇지 않답니다. 박새, 딱새와 행복한 동거를 하거든요.”

숲이 없는 인류의 삶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숲은 생명이며, 인류의 요람이자 무덤이다. 인류 삶의 흔적들은 숲으로부터 받은 유형, 무형의 혜택 덕분이다. ‘숲이 들려준 이야기’는 생태학적인 접근이 아닌 숲과 문화의 연결고리를 찾아나선 글이다.

“숲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모습에 반가움을 느낀다. 역사적으로 사람들이 숲을 활용 대상으로만 생각할 때 숲은 파괴되었고, 숲이 파괴되면서 인간 삶의 조건도 파괴되었다. 숲은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하더라도 인간 사회를 뒷받침하는 문화, 문명의 뿌리다.”

당연히 숲은 각국의 건국신화나 전설, 종교의 배경이 된다. 나무와 숲이 국가의 생존에 그만큼 중요한 구실을 했음을 보여준다. 북유럽이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이야기 중에는 거대한 나무나 숲이 신들의 거처인 경우가 많다. 인간의 삶을 지배하던 신들이 ‘숲의 정령’ ‘나무의 정령’으로 불리며 숲에 살고 있다고 믿었다.

성인들에게도 숲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가 대표적이다. 성경 곳곳에도 나무가 등장한다. 선악을 알게 하는 에덴 동산의 나무, 노아의 대홍수에 나오는 올리브, 예수가 예루살렘에 들어올 때 사람들이 두 손에 들고 대대적으로 환영한 대추야자나무가 있다.

숲은 대자연의 순환 속에서 장엄하고 엄숙하게, 그리고 시시때때로 변화무쌍하게 펼쳐진다. 철학자나 문학가, 음악가들의 사색의 고향이다. 시, 소설, 동화, 음악은 바로 숲이 들려준 이야기다. 숲은 공기처럼 당연히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소중히 가꿔야 할 존재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숲이 이야기를 멈출 때 우리의 희망도 사라진다.” 너무나 당연한 충고가 새롭게 들린다.

Tips

서강(西江) 영월군을 동서로 가르며 흐른다 하여 동쪽을 동강, 서쪽을 서강이라 한다. 동강과 마찬가지로 맑은 물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며, 생태계의 보고로서 온갖 동식물이 서식한다.




주간동아 458호 (p84~85)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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