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8

2004.11.04

‘인체부품’ 갈아끼우고 120살 거뜬?

첨단과학 발전 무병장수 꿈 현실화 … 바이오 신소재, 줄기세포 배양 등 ‘인공장기’ 급진전

  • 장미경/ 사이언스타임스 객원기자 rosewise@empal.com

    입력2004-10-29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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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체부품’ 갈아끼우고 120살 거뜬?

    줄기세포 연구와 ‘무균돼지’를 통해 인류의 난치병 극복을 선언한 황우석 박사.

    천하를 통일하고 엄청난 부와 권력을 누렸던 진시황. 그는 불로장생이라는 마지막 꿈을 이루기 위해 애타게 불로초를 찾았지만 결국 49살에 숨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한결같은 염원은 바로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현대과학은 인간의 오랜 숙원인 생명 연장의 꿈을 가능하게 해줄 것 같다. 영국의 미래재단은 2010년 태어나는 사람의 평균수명을 120살로,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아메리카는 2050년 인류의 평균수명을 150살로 예언하고 있다. 첨단과학의 비약적인 발전 덕분에 무병장수를 향한 인간의 간절한 소망이 차츰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 연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과학의 대표적인 산물 중 하나로 인공장기를 꼽을 수 있다. 바이오 신소재로 만든 기계식 인공장기, 동물의 장기를 이용해 유전학적으로 만든 바이오장기, 줄기세포 배양 등 세포나 조직의 배양을 통해 얻은 인공장기 등 인간의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성과는 매우 다양하다.

    기계식 인공장기는 말 그대로 금속, 고분자, 세라믹스, 생체 흡수성 물질, 다공성 소재 등 바이오 재료들을 이용해 만든 장기를 말한다. 마치 영화 속의 600만 달러의 사나이를 보듯 인체부품 시대를 예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체에 이식됐을 때 ‘진짜’ 생체 조직처럼 결합과 성장이 안정적이며, 주변 조직과도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꿈의 소재를 만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2050년엔 평균수명 150살 예언



    최근에는 의·공학적으로 만든 기계식 인공장기 대신 동물의 장기를 이용하는 바이오장기가 인공장기 분야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오장기란 유전자 조작으로 형질을 전환함으로써 동물의 장기를 인체 에 이식해 인간의 장기로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바이오장기 관련 연구는 세계 각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6월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 농림부가 함께 참여하는 바이오장기 생산 사업단이 출범했다. 사업단은 내년까지 사람 장기와 비슷한 크기의 장기를 갖춘 미니돼지를, 2007년에는 급성 면역거부반응이 제거된 돼지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2010년에는 본격적으로 바이오장기 생산 돼지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돼지가 이렇게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돼지는 사람과 유전자 배열이 유사하고, 장기의 크기도 비슷하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번식력이 높고 무균사육이 가능하기 때문에 바이오장기 생산에 기여할 동물로 가장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장기 이식이 고장 난 가전제품의 기계 부품을 갈아끼우듯 그리 간단하게 해결될 일은 아니다. 사람과 다른 동물의 장기를 이용할 경우 면역거부반응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면역거부반응이란 무엇일까. 인체 시스템에서는 외부로부터 이상 반응이 느껴졌을 때 기본 방어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이물질을 공격하는 면역체계가 발동된다. 즉 다른 장기가 체내에 심어질 경우 인체의 면역체계는 이식된 장기를 이물질 또는 침입자로 간주해 즉각적인 파괴 공작에 들어가는데, 이를 면역거부라고 한다. 면역거부 현상은 수시간 이내에 발생하는 초급성, 10일 정도 이후에 발생하는 급성,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 만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 단계에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급성 면역거부반응을 제거하고 인체 내에서 정상적인 면역 기능을 발휘할 형질전환 돼지를 생산하는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관련 유전자 중 일부를 없애거나 사람의 유전자로 바꾼 형질전환 동물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면역체계는 네트워크 형태로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유전자 조작을 통해 변형시킨다고 해도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인체 시스템 스스로 이식 장기를 더 이상 침입자로 보지 않고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여 공존하는 것이다. 이를 관용현상이라고 하는데, 이 현상은 이식된 장기에 면역세포가 많이 포함된 경우 잘 일어난다. 이에 따라 관용현상 유도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많은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건강과 장수의 시대 행복의 절대조건은

    또 하나의 문제점은 사람이 아닌 다른 동물의 장기를 이식할 경우 생겨날 수 있는 바이러스 감염이다. 동물의 바이러스는 동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지만, 인간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전달된 바이러스가 감염 환자를 통해 확산되거나, 새로운 형태의 질병으로 등장한다면 엄청난 혼란과 공포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1918년 발생한 돼지 독감은 2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20세기 최악의 전염병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 독감 바이러스는 돼지와 사람의 독감 바이러스가 조합돼 만들어졌다. 에이즈 바이러스 역시 원숭이로부터 인간에게 옮겨져 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감염 논란이 해소될 때까지 이종(異種) 간 장기이식 임상실험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동물의 몸이 아니라 사람 몸에서 구한 장기를 이식하면 어떨까. 과학자들은 줄기세포(stem cell)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나 조직의 근간이 되는 세포로, 생명체의 근간을 이룬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줄기세포를 이용해 뇌, 간, 심장 등 여러 신체 장기를 이루는 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환자 자신의 몸에서, 또는 다른 사람의 몸에서 채취한 세포를 이용하면 좀더 안정적이고 완벽한 장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를 안고 있다. 수정된 지 8주가 안 된 수정란인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해야 하는데, 배아를 얻기 위해서는 인공적으로 수정을 시켜야 하고 줄기세포 채취가 끝나면 없애버리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임의적인 생명의 창조와 파기라는 윤리적인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 최근에는 골수, 신장 등 성인의 몸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인류의 간절한 바람은 장기를 마음대로 교환할 수 있는 ‘인체부품’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100년 후 인간의 평균수명은 얼마나 늘게 될까. 건강과 장수가 약속된 그 시대를 살아갈 미래의 인류에게 행복의 절대조건은 과연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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