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5

2004.10.14

“고령화 대비, 사회보장제 손질을”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10-08 14: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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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화 대비, 사회보장제 손질을”
    이번 추석, 멀어지는 부모님의 모습을 애써 외면하며 당신은 무슨 생각을 했는가? 아마 부모님을 직접 모시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위로하고 합리화하지는 않았을까?

    “부모님도 우리와 함께 사는 것을 불편해하시겠지!” 또는 “우리가 짐만 되지 않으면 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노인의 대부분은 아직도 아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자식과 함께 살고 싶어한다. ‘설마’라고 이야기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림대 고령사회연구소 윤현숙 교수는 최근 이와 관련해 의미 있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윤교수가 9월21일 한국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는 노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의존도가 과거와 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음을 증명한다.

    윤교수가 서울과 춘천 지역 65살 이상 노인 18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80%에 가까운 노인들이 자식과 함께 살거나 가까이 두고 살고 싶다고 답했다. 특히 아들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서 아들이 자신을 부양해주기를 기대하는 노인은 7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아들이 있어야 한다는 노인들이 이처럼 많은 상황에서 노인들의 기대치와 괴리된 현실은 노인들에게 소외감과 고독감만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본인도 자식을 키우며, 사회생활로 바쁜 나날을 지내온 터라 우리 노인들의 자식에 대한 의존도가 이처럼 높다는 조사 결과는 윤교수 자신에게도 충격이었다. 가족법 개정으로 장남에 대한 고전적 입지가 사라지고, 아들 딸 구분이 갈수록 희박해지는 현실과 달리 노인들은 또 다른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었던 까닭. 이번 조사에서 윤교수가 내린 결론은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양상과 다르게 우리 노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의존도는 과거와 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학자인 윤교수는 자식에 대한 노인들의 이러한 의존 현상은 세대간 갈등 양상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인들의 기대 수준은 높은데 노인 부양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윤교수는 “노인 인구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 사회에 다다르는 기간이 매우 짧은 데 반해, 사회복지정책은 거의 부재하다”며 “지금 상황에선 노인 부양에 필요한 사회비용을 결국 젊은 세대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최근 ‘고령사회기본법’ 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른바 ‘효도특별법’이라고 해 노부모를 부양하는 세대에 정부가 일정 금액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윤교수는 이를 단기 처방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못박는다.

    문제는 자신의 노후 대책을 따로 마련하지 못한 65살 이상의 노인들이 자식들에게 노후를 의지하고 싶어하는 반면, 그들을 모셔야 하는 장년층은 자식에 대한 의존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 윤교수는 “자기 자식들에게 의존하고 싶지 않은 장년층은 노인을 부양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노인 부양의 사회적 비용은 국가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이제 우리도 연금제도와 같은 사회보장제를 대폭 수정하는 등 고령화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오늘도 우리 노부모들은 자식의 지게에 얹혀 이름 모를 산속으로 끌려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윤교수는 국가가 고령화 사회를 위한 대책을 서두르지 않는 한 부모를 버리던 ‘고려장’ 악습이 부활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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