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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역사의 비주류 이야기 재미와 지식 ‘동시에’

독서의 계절 … 40대에게 권하는 실용적 인문서 10選

  •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역사의 비주류 이야기 재미와 지식 ‘동시에’

역사의 비주류 이야기 재미와 지식 ‘동시에’
딱딱한 인문서가 독자들의 외면을 받은 지는 오래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40대는 여전히 인문서에 애정을 보인다. 40대가 누구인가. 1970~80년대에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읽으며 성장한 세대가 아닌가. 자신의 성장 배경을 감출 수 없다는 듯 그들은 요즘도 일간신문의 북 섹션에 소개된 책 중에서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곧바로 구매한다. 물론 일단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나면 40대보다는 30대 독자가 절대적으로 많이 사긴 한다. 반면 20대 독자는 정말로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40대들이 올해 대단한 관심을 보인 키워드는 무엇인가. 바로 땅테크, 평전, 중국, 인문적 실용서 등이다. 최근 출판시장은 중심 트렌드가 사라지고, 세분화한 시장에서 확실한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 유행했던 리더십이 올해는 완전히 ‘죽 쑨’ 반면 땅과 평전, 중국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실용성 있는 인문서가 확실하게 인기를 끌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활자문화 시대에 책은 객관적 명제를 얼마나 많이 담고 있느냐가 중요했다. 지식을 많이 지닌 사람이 부족한 사람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형태였다. 이때 지식은 되도록 많은 사람이 공유 혹은 공감하는 지식이어야 했다. 책은 저자가 사유하는 의식의 흐름을 어느 순간 정지시켜 놓고 보여주는 것이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은 탕자·왈짜 노름꾼·기생 등의 이야기

그러나 어느 순간 책은 이런 기능을 상당 부분 포기해야만 했다. 객관적 지식이 필요할 때 대중은 책이 아니라 인터넷 검색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제 대중은 책에서 새로운 효용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당장 쓸모 있는 가치다. 이렇게 말하면 실용서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매뉴얼을 보여주는 하우투(how-to)성의 실용서 또한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 정보 또한 인터넷의 빠르기를 이겨낼 재주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문과 실용은 결합하기 시작했다. 실용 또한 현실적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지난해에 인문서로 가장 화제가 된 책은 ‘조선의 뒷골목 풍경’(강명관, 푸른역사)과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고미숙, 그린비)이다. 올해에는 ‘미쳐야 미친다’(정민, 푸른역사)와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덕일, 김영사)이다.

이 책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먼저 역사의 비주류를 다루고 있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탕자, 왈짜 노름꾼, 뒷골목의 도둑, 기생, 술주정꾼 등이다. 비주류지만 끊임없이 주류가 되고자 한 인물들이다.

둘째, 발상의 전환이라는 주제의식을 확실하게 담고 있다. ‘미쳐야 미친다’에 등장하는 마니아들, 예를 들어 그림에 푹 빠진 이정이라든가, 표구에 미친 방효랑이라든가, 먹고살 길 없이 책만 읽은 이덕무라든가 하는 이들은 더 이상 역사를 스쳐 지나가는 인물이 아니다.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격정적으로 살아낸 인물이며, 저자는 이들의 진면목을 퍼즐 맞추듯 복원해가고 있다.

셋째, 실사구시의 철학을 담고 있다. 조선시대 유학이 지향하는 지식이란 내면에서 궁극의 이치를 알아내고 깨닫는 것이었다. 그러나 강명관, 고미숙, 정민, 이덕일 같은 저자들이 그려낸 책 속의 인물들은 철저하게 실사구시, 이용후생의 정신을 좇고 있다. 산수화와 기하학에 뛰어났던 관상감 김영 같은 이나, 스스럼없이 여행자로서 밤을 틈타 장터를 돌아다니고 조선사회에서 사교로 취급받던 티베트 불교의 대범왕과도 접촉한 연암은 어떤가. 중세적 가치관을 버리고 근대적 정신에 도달한 정약용 또한 마찬가지다. 한결같이 음풍농월이 아니라 실사구시의 정신을 몸소 실천한 선구자들의 기록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들은 하나같이 가치관이 변화를 보이는 시기를 살아간 인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최근 출간되는 국내 저작물들 가운데 유독 18세기를 배경으로 삼은 책들이 사랑받고 있다.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미쳐야 미친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등이 모두 영·정조시대, 시대적으로는 18세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학과 유교문화가 지배하던 고리타분한 조선시대에 18세기는 지식의 패러다임이 본질적으로 변화한 시기다. 한 시대를 격정적으로 살다간 이들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삶의 가치와 본질이 더할 나위 없이 빠르게 전도되는 지금 자신의 모습을 찾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비주류 이야기 재미와 지식 ‘동시에’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고미숙/ 그린비

‘열하일기’는 조선 정조 때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이 건륭황제의 70살 생일 축하사절로 중국에 간 경험을 기록한 기행문집이다. 고전평론가인 저자는 ‘열하일기’를 재구성, 고미숙 스타일로 ‘열하일기’의 황홀을 풀어냈다. 특히 인간 박지원을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이 값지다. 연암은 시대와 불화한 지식인들이 숙명처럼 끌어안고 사는 어두운 그림자가 전혀 없는, 매서운 눈매와 우람한 몸집을 지닌 태양인이었다. 천재에게는 싸늘함이 있게 마련이지만, 연암은 달랐다. 유머를 지닌 천재였다. 실제로 ‘열하일기’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먹을거리는 술이요,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낱말은 포복절도다.

게다가 사람을 사귀는 능력이 탁월하여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백동수 등 연암그룹을 이끈, 요즘 말로 친구에 살고 친구에 죽는 사람이었다. 이런 연암 박지원이니 당시 지배계층이 되놈의 나라라고 깔보던 청나라를 방문해서도 청의 문물과 사람들을 만나는 데 거리낌이 없다. 거대담론과 시정의 우스갯소리가 공존하는 문제적 텍스트 ‘열하일기’는 연암만이 쓸 수 있는 종횡무진 박람기였던 것.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 서양철학자인 들뢰즈의 용어들이 수시로 튀어나오는 것이 좀 껄끄럽기는 하지만, 중세에도 근대에도 머물지 않고 시대와 공간을 떠돈 유목인 박지원을 만나는 것은 더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역사의 비주류 이야기 재미와 지식 ‘동시에’
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명관/ 푸른역사

부산대 한문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강명관 교수가 자신의 표현대로 시시하고 하찮은 잡동사니 주제를 다룬 역사책을 펴냈으니, 이름 하여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다. 승자의 위치에서 혹은 지배계층의 관점에서 서술된 역사와 거리를 두고 개똥이, 소똥이, 말똥이로 불렸던 역사 속 마이너리티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성리학을 국가이념으로 삼은 조선은 삼강오륜을 줄줄이 외우며 살았던 더없이 윤리적인 국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투전·골패·쌍륙 같은 노름이 굉장한 인기를 끈 사회였다. 또 입신양명이 최고의 가치였던지라, 과거는 온갖 부정의 온상이었다. 심지어 과장(科場)에 들어간 사람 가운데 직접 글을 짓는 사람은 10분의 1도 되지 않았으며, 거벽이나 서수를 동원해 대신 글을 짓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대리 과거시험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도 생겼는데, 류광억처럼 그가 쓴 답안지가 1등, 2등, 3등을 차지했을 정도로 능력이 출중하지만 자신의 재능만으로는 과거에 합격할 수 없어 대리시험자로 살다간 이가 탄생하기도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조선의 저잣거리에서 어느새 현재로 문제의식이 옮아온다. 지금 우리는 과연 도박열풍, 고시열풍으로부터 자유로운가. 21세기를 살지만 입신양명을 위해 맹목적으로 과거를 준비하던 조선시대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 싶다.

역사의 비주류 이야기 재미와 지식 ‘동시에’
미쳐야 미친다 정민/ 푸른역사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 자신이 살아간 시대를, 자신이 좋아하는 바를 하지 않을 수 없어서 돌아보지 않고, 미치지 않으면 이를 수 없다는 마음으로 살다간 조선시대 마니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정민 교수는 유교문화가 지배한 조선시대지만 특히 18세기는 지식의 패러다임에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던 시기라고, 그래서 광기로 가득 찬 시대일 수밖에 없다고 새롭게 정의한다.

그러나 세상은 재주 있는 자를 결코 사랑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뛰어난 천문학자 김영은 결국 굶어 죽었고, 그의 연구 기록은 동료가 훔쳐가버려 후대에 이름조차 변변히 전해지지 않았다. 이덕무는 어떤가. 서얼이라 벼슬길에 나아갈 길이 막히자 스스로를 간서치, 책만 읽는 멍청이라 부르며 오로지 책만 읽었다. 가난하여 폐병에 걸린 어머니와 누이를 속수무책으로 보내고도, 열 손가락이 동상에 걸려서도 책 빌려달라는 편지를 써보 낼 정도로 책에 미쳤다.

사람들은 조그만 시련 앞에서도 쉽게 스스로를 허문다. 그러나 한 시대를 미쳐 살았던 이들은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고, 알아줄 기약도 없건만 제 가는 길을 의심치 않았다.

역사의 비주류 이야기 재미와 지식 ‘동시에’
생각의 지도 리처드 나스벳/ 김영사

리처드 나스벳은 미시간대학, 베이징대학, 교토대학 그리고 서울대와 함께 한 가지 실험을 시작했다. 동양인과 서양인 사이에 실제로 생각의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밝히기 위해서다. 책은 연구 배경과 가설을 검증하고, 논리적으로 해석하고, 결론을 내리까지의 과정을 따라 서술되는데, 동·서양의 차이를 전반적으로 설명한 1~2장과 차이의 근원을 밝힌 7장 정도만 읽어도 유익하다.

미국인과 한국인에게 여러 그림을 보여주고 하나를 선택하게 하자 미국인은 가장 희귀한 것을, 한국인은 가장 보편적인 것을 골랐다고 한다. 다시 말해 미국인은 항상 남의 눈에 띄고 싶어하지만, 한국인은 남들 정도만 되고 싶어한다. 개인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서양식 사고와, 사람과 관계를 맺는 유동적인 존재로 개인을 이해하는 동양식 사고는 교육·문화·비즈니스 등 전반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자동차 광고를 할 때 우리나라나 일본은 주로 자연 속에서 차가 달리는 광경을 보여주지만, 미국은 차의 안락함과 견고함 등 차 자체에 주목한다. 그래서 일본의 닛산자동차가 미국 진출시 자기 나라에서 하듯 차 광고에 아름다운 자연풍광만을 보여주자, 차는 안 팔리고 자연석 판매만 높아지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거나 국제간 비즈니스에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역사의 비주류 이야기 재미와 지식 ‘동시에’
명령의 기술 프란체스코 알베로니/ 교양인

조직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상사를 만나는 것은 좀처럼 얻기 힘든 행운이다. 대개의 상사들이란 너그럽지만 마음이 약하거나(이들과 일하는 것은 편하지만 조직이 정체된다), 추진력은 있지만 강압적이고(언뜻 보기에는 효율적이지만 조직원들의 의사가 무시되는 치명적 약점을 지닌다), 감당하지 못할 일을 저지르는 무능함(조직을 해체시키는 가장 위험한 부류다)까지 지니고 있게 마련이다.

제목이 주는 인상과 달리 책에서는 명령의 기술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명령이 조직을 와해시키는 섬뜩한 모습과 지도자의 조건에 관한 풍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보통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직책이 있다고, 권위가 있다고 해서 지도자인 것은 아니다. 인간의 행동과 본성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난 저자는 지도자를 다른 식으로 정의한다. 진정한 지도자는 완전한 헌신이 필요하며, 명령의 특권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 창조하는 사람이라고.

역사의 비주류 이야기 재미와 지식 ‘동시에’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김태완/ 소나무

책문은 과거를 치르는 형식 가운데 하나다. 초시와 복시를 통과한 대과의 응시자 33명은 임금 앞에 무릎을 꿇고 ‘왕이 묻고, 선비가 답하는’ 책문 과정을 거쳐야 했다. 세종부터 광해군까지 조선의 왕들이 건넨 책문과 이에 대한 13명의 과거 응시자들의 답이 실려 있는데, 책문은 단순한 시험을 넘어 국가 경영의 요체를 논하는 시험이었음을 알 수 있다.

책문에는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 교육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인재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잘하는 정치란 무엇인가 등 국가를 경영하는 중차대한 질문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책문은 왕과 젊은 인재들이 나눈 국가경영 책략이며, 왕의 절박한 물음에 젊은 인재가 목숨을 걸고 한 답이기도 했다. 어찌 보면 왕의 질문 이전에 시대의 물음이기도 했을 터, 이를 통해 시대를 넘어 고민을 나눌 수 있다.

역사의 비주류 이야기 재미와 지식 ‘동시에’
덩샤오핑 평전 벤저민 양/ 황금가지

키가 150cm 정도밖에 안 되고 60년 동안 줄담배를 피워댄 덩샤오핑이 사후 거인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오쩌둥이 중국에 공산주의를 가져왔다면, 덩샤오핑은 중국의 21세기를 설계했다. 마오쩌둥이 일으킨 혁명의 시작부터 몰락, 그리고 경제발전과 국수주의를 지향하는 새로운 중국으로 거듭나기까지를 겪어낸 기록이자, 어린 시절부터 탁월한 정치 감각으로 마오쩌둥의 오른팔이 되고, 두 번 실각했지만 세 번 재기하여 13억 중국인에게 기억된 덩샤오핑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평전이다. 전면에 나서지 말아야 할 때와 다른 이들이 떠들도록 입을 다물어야 할 때를 알았다는 덩샤오핑 특유의 정치 감각은 물론이고, 중국의 공산당 통치방식과 역사의식 등을 덤으로 읽을 수 있다.

역사의 비주류 이야기 재미와 지식 ‘동시에’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이덕일/ 김영사

강단 밖에서 대중적 역사서를 펴내고 있는 이덕일이 ‘송시열과 그의 나라’ ‘사도세자의 고백’에 이어서 주자학 일색의 이데올로기와 노론이 지배했던 폐쇄적 사회의 실상과 거기에 맞선 사람들을 조명하고자 진행한 3부작의 마지막 책이다. 그동안 왜곡되어 평가되거나, 한을 품고 죽은 사람들의 평전 작업에 특히 힘을 써온 작가는 이번 책을 평전이 아닌 역사서라고 이름 붙일 만큼 사도세자, 천주교, 정약용의 학문세계, 노론의 공격 등 당시의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풍부한 지식과 거시적 시각을 바탕으로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을 조망한다. 표면적으로 다산의 정치적 불행은 그가 천주교도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의 형제 가운데 정약종은 배교하지 않고 죽음을 맞았으며, 그의 바로 위 형인 정약전은 흑산도에 유배되어 ‘현산어보’를 남기기도 했다. 이미 다산을 아끼던 정조대왕이 승하한 뒤라 언제 풀려날지 기약이 없는 유배생활 도중 그가 붙잡은 것은 학문이었다. 정치적 불운을 학문으로 승화한 다산의 삶이나, 흑산도에 유배된 정약전과 나눈 학문적 동지관계 등 다산과 함께 영·정조 시대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다.

역사의 비주류 이야기 재미와 지식 ‘동시에’
세계를 바꾼 아이디어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 사이언스북스

학자들은 역사에 대해 이런저런 주장을 하지만, 저자는 아이디어가 역사를 변화시킨다고 말한다. 인간의 역사란 마음속에서 일어난 아이디어의 기록이며, 인간사가 변화무쌍한 이유 역시 아이디어 때문이라고 한다.

같은 지역에서 태어나 같은 언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도록 만든 ‘민족주의’나 ‘보이지 않는 손’, ‘노동윤리’도 역시 아이디어였다. 수렵과 채집 생활에서 농경사회로 바뀌며 적정 수준의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노동시간은 크게 늘어났다. 노동을 조직할 필요가 생기자 노동을 감시할 ‘유한계급’과 한술 더 떠 ‘노동윤리’도 등장한다. 유한계급을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들을 노동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서 고대 중국과 메소포타미아 시인들은 들판에서 무한정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칭송했고, 노동윤리는 사람들에게 깊게 각인되어 이제는 여가시간마저 통제받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지식인들이 싫어하는 ‘일종의 카탈로그’라고 표현했지만, 인류 문명을 바꾼 아이디어와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변화를 역사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현재 우리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화보 역시 풍부해 읽고 싶을 때 골라 읽는 재미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역사의 비주류 이야기 재미와 지식 ‘동시에’
유혹의 기술 로버트 그린/ 이마고

클레오파트라부터 존 F. 케네디까지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유혹자들의 성공 전략을 분석한 일종의 심리전략서다. 무력이나 완력으로 권력을 쟁취하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현대는 심리전으로 상대를 굴복시켜야 한다. 유혹이야말로 심리전에 나설 때 가장 강력한 무기일 것이다.

유혹자의 9가지 유형과 유혹의 24가지 전략과 전술을 소개하며,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그에 따르는 세심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부록으로 실린 ‘대중을 사로잡는 법’에는 영화 역사에서 가장 탁월한 홍보 활동가로 꼽히는 해리 라이헨바흐의 흥행 방법과 럭키 스트라이크 담배 홍보에 관한 이야기, 로널드 레이건의 미국 대통령 선거 이벤트에 관한 사례도 담겨 있다. 이제 유혹은 교양임이 틀림없다.



주간동아 455호 (p6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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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45호

202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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