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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가구’ 안방 웰빙 해결사로 뜬다

각종 가구 합성목재 접착제 실내공기 오염 원인 … 선진국에선 목제가구 20% 불과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철제가구’ 안방 웰빙 해결사로 뜬다

‘철제가구’ 안방 웰빙 해결사로 뜬다

철제가구로 장식된 선박의 실내 모습.

웰빙(Well Being·참살이) 시대다. 먹을거리는 물론 입는 옷, 심지어 화장품까지 ‘웰빙’이 마케팅 포인트로 등장해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집과 사무실 등 주거공간도 웰빙 개념 없이는 홍보가 불가능한 상태. 그렇지만 웰빙의 생활화는 말처럼 쉬워 보이지 않는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한선교 의원(한나라당)은 9월30일 건축자재에서 방출돼 피부염, 천식 등 새집증후군(SHS)을 일으키는 유해물질이 신축 주공아파트에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보다 최고 10배 넘게 검출됐다는 LG화학기술연구원의 측정 결과를 발표해 충격을 주었다. 측정 결과에 따르면, 발암물질로 아토피성 피부염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포름알데히드는 측정한 가구 모두 WHO 권고 기준인 100㎍/㎥를 넘었다. 또 두통과 구토, 중추신경계 장애 등을 일으키는 총휘발성 유기화합물(TVOC)의 농도도 모든 아파트가 WHO 권고 기준(300㎍/㎥)을 넘었다. 경기 파주 B단지의 한 아파트는 3222㎍/㎥로 WHO 권고 기준의 10배를 넘었다. 이런 정도라면 이 아파트는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기보다 고문을 하는 공간으로 평가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12년 지나도 포름알데히드 방출

건설업계는 새집증후군이 사회문제가 되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부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L건설의 경우 올 초부터 자사가 시공하는 모든 아파트에 친환경 바닥재(장판, 벽지)와 접착제를 사용하고 있다. S건설의 경우 환기가 잘되게 하는 강제 배기 시스템을 지금까지는 주상복합아파트에만 적용하다 일반 아파트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건설교통부가 2005년 하반기부터 아파트에 소음·조경·유해물질 등 항목별 등급을 매겨 공개할 예정이라 웰빙 아파트는 이제 주택업체들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그러나 벽지와 장판을 교체하고, 친환경제품을 사용한다고 해서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포름알데히드 등은 건축자재와 내부 인테리어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외에 신발장, 싱크대, 장식장 등 각종 가구에서도 다량 방출되기 때문이다. 장롱, 사무용 가구 등의 소재로 사용하는 MDF(중밀도 섬유판)는 폐목재, 톱밥, 박피 등과 같은 재료에 접착제를 첨가하여 만든 합성목재. 이때 사용되는 접착제가 주로 값싼 포름알데히드 요소수지 계열로 이것이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다.



국회환경경제연구회(회장 이호웅 의원)가 7월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한 ‘실내환경오염의 현황과 지속 가능한 실내공기 질 유지방안’ 세미나에 참석했던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김병억 박사는 “합성목재로 제조한 의자의 경우 12년이 지나도 포름알데히드가 방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RIST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완제품으로 유통되고 있는 목제 책상과 철제 책상(철재+목재)을 밀폐된 공간에 24시간 동안 넣어두고 방출되는 포름알데히드 양을 분석했다. 그 결과 목제 책상에서 방출되는 포름알데히드의 양이 철제책상보다 최대 2.5배까지 높게 나타났다.

‘새집증후군’이 문제가 됐던 지난해부터 가구 업체들이 저마다 친환경소재 개발 또는 유해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제조법 마련에 나선 까닭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보인다. BIF 보루네오는 웰빙 바람이 불면서 제품 생산에 독성이 적은 도료를 사용한다. 리바트는 친환경 소재 사용을 통해 환경마크를 획득한 제품을 내놓았고, 한샘은 가구의 기본 재료가 되는 가공목재판인 파티클 보드를 제작한 뒤 유해물질 방출 농도가 제작 당시의 3분의 1이 될 때까지 자연 상태에 보관한다. 자연스럽게 유해물질이 사라지도록 시간을 주는 것.

‘철제가구’ 안방 웰빙 해결사로 뜬다

철제가구로 장식된 사무실 모습.

가구업체의 이런 노력에도 포름알데히드 등과 같은 발암물질 및 독성물질의 완전 제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환경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MDF로 만든 가구를 줄이는 방법만이 실내공기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최근 대안의 하나로 ‘철제가구’를 말한다. 특히 철판 인쇄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목제가구의 보조가구이던 철제가구의 위상은 새롭게 정립되고 있다는 게 가구업계의 지적이다.

책상~가전 제품 철제 영역 확대

이 가운데 지난 2000년 엠씨엠텍(McM Tec·사장 이창원)이 개발한 ‘멀티칼라강판’은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제품으로 평가된다. 멀티칼라강판은 대형 강판에 기존 롤 인쇄방식과 달리 실크스크린 인쇄방식으로 불연속적인 무늬를 새길 수 있어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강판에 총천연색 인쇄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외형상 목제가구와 다름없는 총천연색 철제가구 소재가 개발되면서 철제가구 시장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실내문은 물론 책상과 싱크대, 장롱 등과 같은 생활가구 분야에도 철제가구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 최근에는 김치냉장고 등과 같은 가전제품에까지 멀티칼라강판을 활용하는 추세다.

멀티칼라강판의 가장 큰 장점은, 평상시는 물론 화재가 나도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유독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점. PVC막을 강판에 붙이는 기존 PVC필름식 제품은 화재 시 유독가스를 대량으로 발생시킨다. 이 제품을 개발한 이창원 사장은 “안방에서 포름알데히드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목제가구에서 우선 벗어나야 한다”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 철제가구를 더 많이 사용하는 이유를 따져보라”고 주문한다(상자기사 참조).

‘철제가구’ 안방 웰빙 해결사로 뜬다

철제가구로 장식된 울산시티 원무과 서고.

RIST 김병억 박사는 “미국의 목제가구와 철제가구 사용 비율은 2대 8로 철제가구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본, 스칸디나비아 3국 등 일부 선진국가에서는 친환경 건축자재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건축자재 품질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반대로 목제가구 사용량이 전체의 80%라는 게 김박사의 지적.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환경에 대한 엄격한 법규 및 제도 적용 등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실내공기 질을 개선하기 위해 2004년 5월30일부터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을 제정, 시행중이다. 정부는 나아가 새집증후군의 주요 원인이 포름알데히드에서 기인한 점을 감안, 친환경 건축자재의 사용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실내공기 질 관리 중장기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문제는 친환경 건축자재 사용과 관련한 정부의 의견 정리. 권고로 할 것인가, 아니면 강제기준을 만들 것인가를 놓고 정부가 고심하고 있는 것. 환경부 박일호 생활공해과장은 “오염물질을 다량으로 방출하는 건축자재의 사용 제한을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새집증후군과 생활 환경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강제적인 법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8월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새집증후군, 예방책은 무엇인가’라는 공개토론회에 참석했던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환경노동위)은 “새집증후군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정부가 더욱 강력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실내공기 질 관리기준은 강제기준으로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김맹곤 의원(건설교통위) 역시 실내공기 질 개선을 위한 정부 정책은 권고기준안이 아닌 강제기준안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WHO는 2000년 9월 실내에서 방출된 오염물질이 사람의 폐에 전달될 확률은 실외보다 1000배 정도 높은 것으로 발표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실내 공기오염이 영·유아 사망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다. 안방 웰빙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방증하는 사례들이다.





주간동아 455호 (p40~42)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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