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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바뀐 코트라, 혁신은 이제부터

외형과 수치상 눈부신 성과 절반의 성공 … 전문가 양성·인력 운용 등 원칙 세우기 시급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체질 바뀐 코트라, 혁신은 이제부터

체질 바뀐 코트라, 혁신은 이제부터

KOTRA 전경.

9월16일 오영교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56)이 대통령 정부혁신 특별보좌관으로 위촉됐다. 참여정부의 오사장 중용은 예견된 일이었다. 9월4일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 부처 차관급 공직자 대상 ‘혁신사례 학습토론회’에서, 오사장이 쓴 ‘변화를 두려워하면 1등은 없다’라는 책의 일독을 공개적으로 권했다. 인상 깊게 읽은 책의 저자를 발탁하는 것은 노대통령의 독특한 인사 스타일 중 하나다.

아닌 게 아니라 2001년 4월 KOTRA에 입성한 오사장은 남다른 경영 실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책 발간 이후부터 올 5월 연임 결정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왔다. 그 배경이 되어준 것이 KOTRA의 우수한 경영 실적이다. 1999년 11개 공기업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꼴찌인 11위, 2000년에는 10개 기관 중 9위에 머물렀던 KOTRA는 오사장 취임 후인 2001년에는 3위, 2003년에는 2위를 차지하는 등 급신장세를 보였다. 기획예산처가 주관하는 공기업 대상 경영평가에서는 2001년 기관평가 2위와 사장경영계약 이행실적평가 1위, 2002년에는 두 부문 모두에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오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비전을 재정립하고 ‘현장중심 조직, 성과중심 사업, 실적중심 평가, 역량중심 인사’ 등 4대 경영방침을 정하는 등 공격적 경영에 나섰다. CRM(고객관계관리), BSC(균형성과기록표), MBO(목표중심경영), CDP(경력개발프로그램) 등 다양한 경영기법도 도입했다. 대대적 조직 개편을 통해 본사에 집중된 권한을 현장조직으로 분산하고, 100여명에 가까운 본사 직원을 해외로 내보냈다. 인사 청탁을 단호히 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영교 사장 남다른 경영 실적

그 결과 1999년과 2002년을 비교하면 고객만족도는 52점에서 71점, 고객 수는 7000개사에서 1만2000개사, 자체 수입은 169억원에서 233억원, 투자 창출은 53억원에서 63억원으로 늘어났다. 수출 창출액도 2001년 79억 달러에서 2002년 119억 달러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렇듯 수치상의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KOTRA의 변신이 “혁신이라기보다 리모델링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언론 플레이’에 의한 ‘거품’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특히 KOTRA 내부의 문제 제기가 만만치 않다. KOTRA가 오사장이 천명한 대로 ‘해외시장 정보의 사령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문가 양성 및 인력운용 방식의 대개혁, 정교한 실적 평가 툴 개발 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루어지기까지는 ‘감히’ 혁신이라는 단어를 쓰기 어렵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KOTRA는 모두 103곳의 해외 무역관을 운영하고 있다. 각 무역관에는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과 현지 채용 직원이 함께 근무한다. 그런데 이 현지 채용 직원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다. 유럽 지역 무역관의 한 현지 직원은 “영어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기 본사 직원들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일단 어학 실력이 부족하고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일천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발로 뛰는 일은 우리가 다 한다. 본사 직원들은 우리가 올린 보고서를 보기 좋게 만들거나 현지 발행 잡지 등을 번역해 보고서를 만드는 일이 주요 업무다. 영어가 아니면 그마저도 우리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또 다른 지역의 현지 직원은 “이곳의 비즈니스는 부부동반 모임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본사 파견 직원들은 그런 모임에 잘 참석하지 않으며 활동 범위도 좁다. 집과 사무실만 왔다 갔다 하며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지낸다. 개인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심하게 말해 3, 4년 무사히 보내는 것이 목표인 듯하다”고 꼬집었다.

체질 바뀐 코트라, 혁신은 이제부터

오영교 사장.

이에 대해 KOTRA 오세광 지역총괄팀장은 “파견 직원은 기본적으로 관리 인력이다. 클레임이 제기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구실도 한다. 파견 직원들이 나서면 아무래도 그 무게가 다르다. 대표성과 신뢰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본사 파견 직원 중에서도 “하는 일이 없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고민을 털어놓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직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결코 전문가가 될 수 없다. 범용인재로 전락한다. KOTRA를 나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실제로 비즈니스를 안 해본 사람이 비즈니스를 돕는다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거짓말이다. 성공 못한 이가 성공 강의를 하는 것과 같다”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파견 직원, 현지 직원 할 것 없이 내놓는 대안은 명확하다. 진정한 ‘지역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특정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직 KOTRA 직원은 “독일 상공회의소 한국 지사의 경우 30년간 근무한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안다. 외국의 무역진흥기관들은 대체로 그렇게 운영된다. 배우자가 현지인인 경우도 많다. 그 정도는 돼야 한 나라를 완전히 책임진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질 바뀐 코트라, 혁신은 이제부터

KOTRA와 한국식품공업협회가 공동 주최한 ‘2004 서울국제식품전’에서 외국 바이어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에 대해 KOTRA 한준우 기획조정실장은 “우리도 시도하려 해봤지만 쉽지가 않다. 기회 균등의 문제가 걸리기 때문이다. 또 예를 들어 미국에 10년을 있다 보면 아이들 적응 문제로 한국에 들어올 수가 없다. 그러니 10년 있으라면 사표 내고 나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직원들의 불만으로 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해외무역관 관장은 “입사 때 파견 지역을 못 박으면 된다. 무리가 있더라고 밀어붙여야 한다. 환경이 안 좋은 지역이면 돈을 더 주면 될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한편으로는 “상품·산업 공부가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한 직원은 “전 품목을 지원한다는 모토가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어느 한 품목의 전문가도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고등학생이 영어만 좀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오사장 취임 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사화 사업(해외 무역관이 해외에 진출코자 하는 회사의 지사 구실을 하는 것) 또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한다. 게다가 본사 파견 직원은 현지 사정에 어둡고 관리 인력이라는 이유로 이 일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현지 직원 1인당 11~18개 회사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법치를 통한 개혁에 도전할 시점”

그렇다고 본사 파견 직원의 업무량이 적은 것도 아니다. 한 직원은 “인터넷 발달과 외국어 구사자의 확대로 해외시장 정보채널이라는 KOTRA의 존재 이유가 위협받고 있다. 때문에 생존을 위해 온갖 잡무를 양산하다 보니 업무량이 대단히 많다. 밤이나 휴일에도 출근해 영수증을 정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이는 각종 평가에서 수위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의 결과이기도 하다.

아시아 지역에 파견된 한 직원은 “예를 들어 높은 평가를 받으려면 우리 무역관에서 올린 자료의 인터넷 클릭 수가 높아야 한다. 그런데 중국 쪽과 덴마크니 아프리카 어디니 하는 쪽의 정보 수요를 일직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언론 노출 빈도도 평가 대상인데 이 역시 ‘이벤트’ 만들기가 쉽지 않은 무역관에서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파견 직원은 “공기업 고객만족도 조사대상이 되는 기업들은 특별 관리도 한다”고 했다.

유럽지역의 한 현지 직원은 “솔직히 성과가 워낙 중시되다 보니 완전한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은 가성약 상태의 것을 실적이라고 본사에 보고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 업체들도 그러려니 하고 협조해준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오세광 팀장은 “그럴 리 없다. 무역관한테서 바이어 이름, 날짜, 금액 등이 명시된 증빙서를 받고 업체에도 서면 확인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어에게 연락하는 등 중간 점검을 하거나 무작위 감사 등 재확인 절차는 없다”고 했다. KOTRA의 한 고위관계자는 “성과를 빨리 내려다보니 솔직히 급하게 일을 추진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다수 직원들은 오사장 취임 후 KOTRA에 활기가 돌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제 외형적 변화만이 아닌 진정한 혁신을 위해 매진할 때”라는 의견 또한 공통적이었다. 한 임원은 “일전에 오사장이 ‘사과가 아무리 맛있으면 뭐 하냐, 반질반질하게 닦아서 앞에 내놓아야 알지’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이는 결국 회사든 개인이든 ‘눈에 띄는 실적을 보여야 한다’는 요구다. 평가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것이 진정한 체질 개선 아닌가. 이제 오사장의 개인적 능력과 리더십에 기대는 ‘인치’가 아니라 ‘법치’를 통한 개혁에 도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455호 (p38~39)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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