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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치맛바람’ 홍콩 강타

‘2004 패션아트 프롬 코리아’전 현지서 호평 … 한류 열풍에 패션 부문도 추가 예상

  • 홍콩=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한국의 ‘치맛바람’ 홍콩 강타

한국의 ‘치맛바람’ 홍콩 강타

고목처럼 강한 느낌의 소재와 형태에 조선시대 ‘미인도’를 붙인 ‘우먼 인사이드(김민자 서울대 교수)’.

구름 패턴에 비단과 스팽글 조각을 패션에 대해서 말하자면, 한국 사람들은 (그들의) 공포영화나 발랄한 TV드라마보다 더 많은 예술적 재능을 보여주는 날카로운 뭔가를 가진 듯싶다. …이 전시는 일상적인 옷을 순수한 예술적 형식으로 승화시켜 보여주고자 한다….” 홍콩의 영자신문 ‘스탠다드’ 7월3일자는 한국의 의상학과 교수와 디자이너 55명이 7월2일부터 11일까지 현지에서 개최한 ‘2004 패션아트 프롬 코리아’전에 대해 이 같은 설명을 달았다. 홍콩 역시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류의 뜨거운 바람을 받아들이고 있는 듯했다. 전지현 주연의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 이어 배용준의 ‘겨울연가’가 큰 인기를 끌면서, 홍콩의 언론은 중요한 대중문화 장르 중 하나인 한국의 패션 문화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 전통의 미 소개 ‘큰 의미’

또 다른 홍콩 영문일간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이번 전시가 몸을 재해석하기 위해 옷을 이용하는 최첨단의, 컨템포러리한 작가들의 작업을 보여준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2004 패션아트 프롬 코리아’전은 전국 대학의 의상학 관련학과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사)한국패션문화협회(FCA)가 1996년부터 한국 패션 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해마다 외국에서 열고 있는 전시로 올해는 아시아 퓨전 문화의 중심지인 홍콩에서 열렸다. FCA 회장인 김민자 교수(서울대 의류학과)는 “전시장소 때문에 애를 먹었는데 뜻밖에 홍콩디자인센터가 공동주최 형식으로 장소를 내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이곳은 대중적 흥행이나 성공을 보장받지 못하면 받아들여지지 않는 곳인데, 한류 열풍 덕분인지 한국의 패션을 소개한다는 전시 기획에 선뜻 마음이 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의 ‘치맛바람’ 홍콩 강타

한국 전통 패턴과 디테일을 미래적 감각으로 표현한 ‘모던타임즈’(이인성 이화여대 교수).

전시장은 오랫동안 발레학교로 쓰인 클래식한 건물로 자연광과 인공광을 함께 이용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전시 첫날인 7월2일 열린 리셉션에는 홍콩 주요 언론의 패션 담당 기자들과 홍콩패션디자인협회 케빈 융 회장을 비롯한 홍콩의 디자이너들, 그리고 강근택 홍콩 총영사 등 150명이 훨씬 넘는 한국과 홍콩의 문화 관계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강 총영사는 “순수 미술과 영화, TV드라마에서 패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한국 예술 분야가 홍콩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이번 패션아트전은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보여주었다는 데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자 교수는 “물과 불, 땅과 나무, 쇠 등에서 얻은 다섯 가지 한국의 오방색과 전통적인 소재에서 영감을 얻어 옷을 컨템포러리한 미술과 패션으로 해석해내는 재능이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의 힘”이라고 소개하면서 “한국 패션아트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홍콩에서 전시를 열게 되었으며 큰 관심과 환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패션아트는 옷을 인체의 연장된 기관으로 보고, 인체를 해체하고 재구성해 일종의 새로운 몸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패션아트는 일상적으로 입기 힘든 옷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흔히 TV에서 보는 패션쇼의 실험적인 디자인들과 비슷한 점이 있다.



한국의 ‘치맛바람’ 홍콩 강타

한국의 전통 창살 문양을 단청의 푸른색으로 표현한 ‘이창’(최현숙 동덕여대 교수).

그러나 패션아트는 ‘art to wear’라는 개념 정의에서 알 수 있듯 순수 예술작품으로서 비상업적이고 비실용적인 의상, 혹은 또 다른 몸을 창조하는 데 목적이 있다. 패션쇼에서 선보이는 옷들이 아무리 비실용적으로 보여도 팔기 위한 상품들의 ‘트렌드’를 제시해 판매의 극대화를 노리는 것과 가장 크게 구별되는 점이기도 하다.

다양한 소재에 “신선하다” 반응

1999년 우리나라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아트&아트웨어’전은 우리나라에서 아트웨어의 개념을 널리 보여준 대형 기획전이기도 했다. 따라서 패션아트는 한 작가의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정신의 표현이긴 하지만, 옷을 만든다는 장르의 속성상 상업적인 디자이너들에게 현실적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아르마니가 ‘모마’(MOMA•뉴욕현대미술관)에 초대되고, 예술의 경계가 무너져버린 현실에서 굳이 패션이 예술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패션계 내부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이러한 자기 고민에 대한 발전된 대답으로 보인다.

한국의 ‘치맛바람’ 홍콩 강타

한복 디자인에 오리털을 넣어 부피감을 살린 ‘Sweet Feeling(이수진 동덕여대 교수)’.

예를 들면 검은색의 거대한 주름 옷에 미인도를 꿰매넣은 ‘우먼 인사이드’(A Woman Inside-I, 김민자)나 몬드리안의 면 분할을 신체에 맞춰 변형시킨 ‘멀티셀프’(Multi Self, 배천범)는 옷을 창작자의 정체성으로 분명하게 표현하면서도 상업적으로 응용할 만한 매력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우먼 인사이드’가 매우 구상적이고 동양적인 데 비해, ‘멀티셀프’는 추상적이고 서구적인 방식으로 같은 목표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한국의 패션아트를 처음 접하는 홍콩의 관람객들은 특히 솜, 종이는 물론이고 단단한 쇠와 나무 등을 옷의 재료로 사용한 데 대해 “새롭고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콩의 공중파 방송 리포터인 왕유엔키씨는 전시를 보고 “소재가 매우 특이하다. 한국 문화의 강력한 힘이 이러한 대담한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은 “한국 문화의 특징을 대량생산, 대량소비로 인식해왔는데 이번 전시에서 자유로움과 깊이를 함께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시에 참여한 최현숙 교수(동덕여대)는 “한국 패션의 역동성과 에너지를 보여줌으로써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패션 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높은 습도와 더위로 악명 높은 홍콩의 한여름 속에 많은 패션 피플들을 끌어 모은 이번 전시의 성과는 ‘패션아트 프롬 코리아’라는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한국의 ‘치맛바람’ 홍콩 강타

모두 대학 의상 관련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패션아트 프롬 코리아’ 참여 작가들.





주간동아 444호 (p70~71)

홍콩=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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